박물관 답사 여행

예르미타시, 화려한 겨울궁전의 역사 (2)

History of Winter Place (2)

서울특별시 > 용산구 > 이촌동

by 윤형돈 2018-10-11 조회 190 1

예술은 현실을 미화하지만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인간의 삶, 사회 변화를 담아낸 예르미타시 컬렉션의 진수.

예카테리나 2세를 비롯 러시아의 황제들은 꾸준히 프랑스 미술을 수집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이 머문 겨울궁전이 예르미타시 박물관이 된 것이죠. 덕분에 러시아는 프랑스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프랑스 미술을 많이 보유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혁명과 낭만주의 시대의 미술

19세기가 되자 프랑스 미술은 나폴레옹의 통치를 거치며 변화합니다. 화가들은 신고전주의를 계승, 자신만의 회화를 그렸고, 낭만주의 화가들은 현실이 아니라 문학, 신화 그리고 동방의 이야기를 그려냈죠. 




프랑스 아마리우스 그라네의 로마 바르베리니 광장의 카푸친 교회 성가대석 내부. 보통 안나 오블렌스카야에만 주목하지만, 여러 관람기를 보면 이 그림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듯 합니다. 디테일하며 뭐 하나 버릴게 없어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그림의 감상 키포인트는 천정의 공간감을 느끼고 시선을 아래로 내려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사람들이 뭘 하는지에 대한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장엄함, 숭고함 그러면서 거기 배어있는 어두운 감정이 느껴지는 듯 해요.



클로드조제프 베르네의 티볼리의 폭포. 티볼리는 로마유적을 중심으로 많은 여행자와 예술가가 모인 장소입니다.

베르네는 사람을 작게 그리고, 뒤에 자연의 포인트를 그리는 형태의 그림을 많이 그리는 사람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이 전시관에는 없지만) Moonlight Scene (1825)년입니다. 영국 아트(Art UK)에 있는 그림인데 정말 바라만 봐도 마음이 차분해져요.

저작권 문제로 링크만을 남깁니다. (링크)



각종 스케치들. 사실 이 사진을 제일 많이 찍었는데... 이유는 제 손을 안찍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들고다니는 주 기종은 DSRL이 아니라 (이건 선반 장식용) 소니의 RX-1이라는 기종인데, 그걸로 찍다보니 손 그림자가 더 많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잡으니 좀 상황이 나아졌습...

여담이지만 저 외에도 옆에 보시던 분께서 저 손 그림자 안 나오게 하려고 열심히 연구하시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피에르 자크 볼레르의 난파. 물에 빠져죽은 아이를 건져올리는 어머니가 충격적인 그림이라고 하는데요, 전 사실 그것보다는 볼레르가 집안에서 주로 그림을 거리고 잘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더 충격이었습니다. 저런 통찰력은 어디서 나오는 거죠?

 

미술을 감상하는 법

이 전시, 괜히 혜자 전시회가 아닙니다. 전시기획도 좋아요. 그림을 재미있게 관람하는 방법이 뭔지 아세요? 바로 상상하는 겁니다.
보통 사람들이 전시회에서 그림을 보면 우선 오디오 가이드를 켜거나, 아니면 설명부터 읽죠. 그런데 이렇게 감상하면 남들의 시선으로 그림을 보는 셈입니다. 많은 미술전문가 분들께서 이렇게 보면 재미없다고 하시죠. 그러면 어떻게 재미있게 보느냐?


이 전시회, 박물관 구석구석에 이렇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키워드와 방법을 빼곡이 적어놨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수준이 높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관객과 성장한다는 뜻으로 봐도 좋겠죠.





산속의 아라비아 족장들.


유난히 남자 관람객들이 오래 머물렀던 작은 동굴속의 막달라 마리아. 정작 발표되었을 때 작가인 쥘 조제프 르페브르는 평론가들에게 마리아를 저렇게 묘사했다며 엄청 공격받았습니다. 그런데 작가 자체가 여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사람인데 그런 소리를 해봤자...

작품 자체는 신화, 종교를 연구하는 신고전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작품이기도 하죠.




이 전시회의 하이라이트이자, 사람들이 눈을 떼지못한 걸작, 안나 오볼렌스카야의 초상. 에밀 오귀스트 샤를 카롤뤼스뒤랑의 작품입니다. 카를뤼스뒤랑은 상류층을 주로 그리는 걸로 유명했죠. 여담이지만 정면에서 사진찍는 줄이 엄청났습니다.  


조각상은 여러각도에서 보는 것을 권합니다. 느낌이 다 다르거든요. 서양의 박물관은 직접 만져볼 수도 있게 해주는데 그것까지 바라긴 그렇고요. 대신 여러각도에서 볼 수 있는 전시부스에 넣어뒀습니다.

 

인상주의와 그 이후

19세기 말, 인상주의가 탄생합니다. 대표적인 화가로 모네, 세잔을 들 수 있죠. 모네는 빛에 따라 변하는 색채와 인상에 집중했고, 세잔은 자연을 그리기 쉽게 재편했습니다. 도형을 그릴 수 있도록 만들었죠. 이 인상주의 학파를 계승한 루소, 마티스는 20세기 미술을 이끌어 나갔죠.



개인적으로는 산양들이 대자연을 접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외젠 부댕의 트루빌 해변. 부댕은 이 트루빌 해변을 소재로 한 그림들을 37년간이나 작업했습니다.


지베르니의 건초더미. 누구나 아는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입니다. 모네는 이렇게 건조 시리즈를 자주 그린 것으로 유명하죠.

모네가 처음 그림을 그렸을 때 반응은 아주 안 좋았습니다. 그림이 아니라 인상만 그렸다고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았는데요, 훗날 인상파가 태어났다는 걸 감안하면 묘하지 않나요?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상주의를 만들고 지켜나간 화가였습니다. 그래서 모네 = 인상파라고 생각해두시면 여러모로 편합니다.




가이드처럼 아예, 그림의 소재는 그대로 , 주제를 바꾸는 것도 좋은 감상법입니다. 이런식으로 그림을 보다보면 아무 정보없이 봐도 화가 이름이나 시대배경 정도는 바로바로 나오게 되죠.


그림은 몰라도 아는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걸작, 여인의 얼굴. 르누아르 역시 인상주의로 유명합니다.

여담이지만 아들인 장 르누아르는 영화배우로 활동했죠. 부자가 미를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데, 의외로 가족들끼리 본질이 같은 직업을 갖는 경향이 있는 게 희안하죠?
  





세상에 세잔의 작품을 한국에서 있다니. 작품명 마른 기슭. 이 사람의 화풍은 처음에는 굉장히 음울하기만 했지만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들을 접한 후에는 음울한데다 단순미까지 추구하게 됩니다. 그래서 개성이 굉장히 강해요. 미술전 조금만 다니면 누구나 세잔의 작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며

1917년 10월 혁명을 거치면서 겨울궁전은 예르미타시 박물관으로 변합니다. 혁명이 나라 지도층의 소유물을 백성들에게 넘긴것이죠. 이렇게 300만점이 넘는 미술품이 대중에게 노출된 이후, 미술은 고급스러운 취미에서 대중을 위한 취미로 변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 예르미타시 박물관의 이번 전시, 물론 국립중앙박물관이 잘나가는 전문가가 모인 곳이며, 대중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는지라 그런지, 일반인의 속을 잘 긁어주는 혜자스러운 전시를 많이하는데, 이번 전시가 딱 그렇습니다. 주제도 명확하고 동선도 좋고 보다가 지치면 앉아서 쉬라고 의자도 배치해줬습니다. 솔직히 의자는 해외 미술관들은 거의 있지만 국내 미술관에겐 어림도 없는 주문인지라 감탄했습니다.

이 전시는 2018년 1/4분기에 열린 전시입니다. 하지만 (내부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가본 미술전 중에선 유난히 반응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도슨트 분께서도 차후에도 예르미타시 박물관전이 열릴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만약 열린다면 꼭 가보시길 권합니다. 

이런 전시회는 미술을 사랑하는, 박물관을 사랑하는 그리고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축복같은 전시입니다.



전시정보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2019년 혹은 2020년에 같은 전시회가 열릴 가능성 높음)

추천도: 4.5 (5점 만점)

총평: 그림을 분류한 기획도 좋고, 사진촬영을 자유롭게 해준 너그러움도 좋고 진품만을 전시하는 대인배적인 마인드도 좋습니다. 사진촬영을 금지하고 복제품만 전시하는 어설픈 전시회가 설치는 요즘, 이런 전시회는 열릴때마다 가서 봐줘야 합니다. 전시회가 꽤 흥행한데다 예르미타시의 특성상 이후에도 같은 전시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메일 : inswrite@gmail.com
브런치: https://brunch.co.kr/@hd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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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Plyamas 2018-10-12

    조각상은 각도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말 정말 공감합니다! 작품 마주하면 오디오가이드부터 켰는데 다르게 보는 습관을 길러야겠군요.

    70/1000 수정
    답글

    윤형돈 2018-10-12

    예, 그래서 조각상은 일부러 빙빙 돌아가며 보는 버릇을 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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