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세계여행#74

아라비아해의 일몰과 늦은 밤의 인도 시장.(인도)

인도 > 마하라슈트라 > 뭄바이 시티

by 박성호 2018-10-11 조회 190 1







코끼리섬에서의 다사다난한 여행을 마친 뒤, 섬에서 만난 다른 여행가들과 함께 인도 맥주 킹피셔를 마시며 뭄바이로 돌아가는 배를 기다렸다.


 













해가 서서히 지평선으로 내려오면서 푹푹 찌는 듯한 더위도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위로 바닷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고, 섬을 떠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열기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던 것은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섬에 도착할 때만 해도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던 동물들도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혀를 빼꼼 내밀고 인도 위를 뛰어다니는 소들은 마치 오랜만에 산책 나온 강아지를 보는 것만 같았다.
 













물론 인도에서는 이렇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소들이 원체 많으니, 소들 스스로는 자신들이 동네 강아지와 먼 친척쯤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선착장에 다르게 생긴 배가 많아 어떤 배를 타야 할지 혼란스러웠지만, 다행히 어떤 배를 타든 간에 상관없이 모두 뭄바이 항구로 향하는 배였다.
배의 1층에는 조금 더 편한 의자가 일렬로 놓여 있었는데, 나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의 선택은 선상 위의 아무 곳에나 대충 걸쳐앉는 것이었다.
 















엘레판타 아일랜드를 방문한 방문객들 중에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가장 많아 보였다.
아무래도 엘레판타 아일랜드는 한국의 경주 불국사 같은 유적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무작정 섬으로 향하던 때보다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 마음이 편했다.
파도는 잠잠했고 사람들의 조근조근한 대화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렇게 길었던 하루의 피로가 조금씩 풀어지면서 이제 밤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흐린 날 바다에서의 일몰은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폭탄두가 공중에서 폭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이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서 파괴의 신 시바신의 지배력은 창조의 신인 브라흐마나 평화의 신인 비슈노보다도 월등하다.
파괴는 그 자체로 우주의 원리이고, 파괴가 곧 창조이며, 파괴가 있어야 창조가 생긴다는 세계관의 영향이다.

 
 














인도의 아라비아해에서 바라본 바다 일몰은 감동적이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소멸하는 듯한 모습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지니, 파괴의 신이 이토록 숭배받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파괴를 통해 모든 것을 순수했던 처음으로 되돌리고 싶은 욕구는,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할지도 모른다.
과연 이러한 감정이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가를 떠나서 말이다.

 
 














아름다운 일몰을 봤을 때의 흥분은 곧바로 집에 들어가는 것을 아쉽게 만들었다.
마침 타지마할 호텔의 야경이 너무도 멋있어서 또 다른 인도의 밤거리를 둘러보기로 했다.

 
 
















물론 그전에 먼저 굶주린 배를 채우는 게 우선이었다.
하루 종일 섬을 돌아다니면서 먹은 것이라고는 고작 맥주 한 캔이 전부였다.
 















여느 때처럼 인도식 부리또를 손에 들고 먹으며 길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인도이지만, 다행히 이곳에는 밤에도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심지어는 살짝 촌스러운 LED 불빛이 빛나는 마차도 다니고 있으니 크게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골목의 한 모퉁이에서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잡다한 물건들이 가득한 것을 보니 시장인 것 같았다.
 














아이들이 종종 눈에 띄는 것을 보니 이 시장은 확실히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살 물건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재미 삼아 물건들을 구경해보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무척이나 인도스러움이 묻어나는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단순히 천하나만 보더라도 그 화려한 무늬와 금빛 문양이 누가 봐도 인도 천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가장 이색적인 장면은 시장에서 천칭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무게를 달아서 물건을 팔고 있는 가게들은 대부분 이 천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 형형색색의 화환처럼 종교적인 의미가 담긴 물건들을 팔고 있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영국이 무력으로 인도를 정복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정복하지 못했다는 말이 왜 나오게 됐는지,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그 이유가 느껴졌다. 
 
















이제 슬슬 숙소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엄마를 따라나온 아이들이 시장에서 유일한 외국인인 내게 관심을 보였다.
두 팔을 번쩍 드는 아이의 표정이 좋아 급히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카메라가 잔뜩 흔들리고 초점도 나가 버렸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의 하나이다.
 
















사진을 찍어 보여주고 꼬마 소녀에게서 작은 꽃 뭉치 하나를 선물 받았다.
엘레판타 섬에서의 모험부터 아라비아해의 일몰과 늦은 밤의 시장까지, 길었던 하루를 기념하기에 완벽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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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김진희 2018-10-12

    시바신이 힌두교 신 맞죠? 인도 신 얘기도 그리스로마신화 만큼이나 흥미로운 거 같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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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은 2018-10-12

    마지막에 활짝 웃는 아이 사진 정말 따스하네요^^ 엄마미소가 절로~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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