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구글지도가 알려준 곳을 따라 갔더니 엄청나게 커다란
동굴같은 요새 입구가 나왔다. 마치 중세 드라마에서
성 입구와 같은 반원형의 입구였다.
그 와중에 초록색 공사장 천 같은게 내려와 있어서 들어가도 되는 건가
입장료가 있는 건가 기웃거렸다.
일단 요새 입구가 보이니 오 여긴가보다 하면서 요새로 들어갔다.
요새입구 앞에서 가이드 해주시는 분이 흥정하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괜찮은지 항상 보면 가이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원래 내가 가려했던 곳은 이 요새가 아니라
케이블카 전망대였지만 케이블카 전망대는 전망대 나름으로,
그리고 요새는 요새 나름으로의 매력이 있었고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나리칼라 요새가 더 좋았으므로
순간의 착각이 더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준 셈이다.
돌들 사이로 요새 안에 교회가 보인다.
트빌리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정교회 모습이다.
St. Nicholas church, 성 니콜라스 교회이다
12세기에 지어졌으나 소실되었다가 1996-1997년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12세기에 지어진 것도 놀랍고, 그걸 재건한 것도 놀랍다.
1500년(4~19세기) 동안 트빌리시의 주요 상징물이었던 탑이었고,
성서 이야기와 조지아의 역사를 주제로한 프레스코 벽화로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개방되는지는 몰라 안에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이 성 니콜라스 교회가 지금은 엄청 크게 보이는데 엄청 작게 보일만큼 올라가게 된다.
수도 한가운데 이런 성벽이 있다는 게 신기한데
안쪽에도 뭔가 성벽길이 있다는 것도 특이했다.
나리칼라 요새는 실제 요새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보고 문제가 있을 경우 바로 칠 수 있도록 종도 있다.
성벽길투어는 첫번째로 오른쪽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시작하게 되는데
딱 봐도 각도가 심상치 않았다.
정말 매우 심상치 않다. 매우 좁고 깊다.
위험해서 카메라 핸드폰 전부 다 집어넣고 손으로 잡아가며 올라가야 했다.
계단 폭이 너무 높아 무릎까지 와서 겨우겨우 올라갔다.
올라가면 성 니콜라스 교회가 정면으로 보인다.
올드타운에 위치한 메테히 교회처럼 생기기도 했다.
첫번째 성벽길을 걷는데도 트빌리시 도시 전경과 케이블카 뷰가 잘 들어왔다.
이 때 케이블카 정류소 위치를 보면 언덕 너머 다른 곳으로 연결되어 있다.
케이블카 전망대를 가려면 요새 입구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더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마을과 성벽뷰. 참고로 저 성벽의 십자가까지 올라갈거다.
자세히 보면 케이블카는 성벽 밖으로 삐죽 연결되어 있다.
요새와 케이블카 존이 다르다고 하는 이유이다.
나는 저 끝이 케이블카와 연결되어 있는 줄 알고 성벽 타고 또 탔는데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무해졌다.
이 케이블카 쪽으로 연결된 길은 도대체 어디지 싶어서 한참을 들여다봤는데
이게 요새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연결된 길이란 걸 처음엔 알지 못했다.
세번째로 나리칼라 요새를 방문할 때에서야 어떻게 연결된 건지 완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성벽 위의 길이 너무 좁아서 다들 벽을 잡고 이동한다. 꽤 위험하다.
아무래도 노약자는 올라오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높고 위험한 곳을 관리인 안전가이드 한 명 없이 방치해두는 것도 신기했다.
위에서 보는 각도가 매우 아찔했다.
호기심에 올라가보긴 했지만 그렇게 크게 뷰가 다르진 않기 때문에
이 좁고 가파른 성벽길은 추천하지 않는다.
내려가는 길 마저도 심상치 않다.
손으로 붙잡아가며 조심조심 내려와야 했다.
그래도 뷰 하나 놓칠 수 없으므로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올라갔다.
이렇게 보면 그래도 올라가볼만한데? 생각이 들 수 있겠는데
여기 고지대라서 바람이 엄청 불어 휘청휘청했다.
첫번째 성벽길 끝에 올라가면 이렇게 성 니콜라스 교회를 측면에서 담을 수 있다.
하지만 네발로 올라가는 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블로그 글 보니까 네발로 올라가는 사람들 보고
저렇게 올라가야 하냐고 의심했는데 본인들 미래였다고 했는데
정말 이런 길들을 올라가야 했다.
이게 길이 맞나 싶은 계단길들이 있고
나는 중간에 길을 잃었는데 낭떠러지로 안내해주어 식겁했다.
길을 찾아 헤매다가 가이드가 지나간 길을 따라 쫓아갔다.
이게 성벽 돌길 1 이라고 하겠다. 참고로 3까지 있다.
이 넘버링은 일반적이지 않은 험난한 길들을 카운트한 것이다.
여기서는 저기 가파른 성벽길도 작게 보였다.
그만큼 가파르고 위험한 길을 지나 높이가 확 높아졌다.
이곳에 오면 뒤쪽의 성벽뷰와 그 뒤로 펼쳐진 수풀들을 자세히 볼 수 있는데 이게 꽤 멋있다.
여기까지가 중간지점이다.
나리칼라 요새가 최초 요새의 뼈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상부요새와 하부요새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지금 보고 있는 장면들은 대부분 하부요새인데 상부요새에 비해 비교적 평행하게 자리를 잡고
근처에 있는 강을 가로막았다고 한다. 사부요새는 성채라 산등성이 높은 곳에서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외부 침입 당시 마지막 보루 역할을 했다.
상부요새는 산비탈 아래 급경사진 곳에 자리잡고 있고, 요새 꼭대기에 직사각형 모양 망루인
샤크타티 탑을 세워 외부의 적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었다.
딱 이 탑은 망루처럼 생기긴했다.
이 뒤쪽이 진짜 뷰의 시작이기도 하다.
올라가야 하나? 속으로 계속 고민하면서 올라갔다.
길이 맞는지 의심은 되는데 또 사람들이 그걸 기어이 다 그렇게 올라가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역시 요새고 전망대고 높으면 높을스록 멋있는 것처럼
나리칼라 요새도 상부요새가 하부 요새보다 더 멋졌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