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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환태평양평화소공원 (태평양의 징검다리)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1683-7
지난 글(제주 최남단 해안로 따라 느긋하게 걸어보기 ▶바로가기)에 이어 모슬포항에서 송악산 가는 길에서 만나게 된 풍경을 나눠보고자 한다. 하모해수욕장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환태평양평화소공원 태평양의징검다리'라는 곳을 볼 수 있다. 돌담 위, 'I ♥(서로 악수하는 손모양을 본뜬 핑크색 하트) PRP(Pacific Rim Park)' 조형물이 반겨주는 이곳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 미국 환태평양공원재단 · 세계평화의 섬 범도민실천협의회 · 제주국제협의회에 의해 2010년 8월 7일에 준공된 곳이다.
세계 각국에 설립된 이 공원은 미(국) - 소(련)간의 탈냉전 분위기가 도래했던 시기였던 20세기 말, 미국의 건축예술가인 제임스 허벨(James Hubbell)이 펼친 '환태평양공원 조성 운동'이 그 시초였다. 이후 21세기를 이끌어갈 환태평양 지역의 청년들이 평화 증진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인 '환태평양평화소공원' 조성에 참여하였고, 첫 번째 공원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설립(1994)되었으며, 이후 미국 샌디에고(1996), 중국 옌타이(2001), 멕시코 티후아나(2004), 필리핀 푸에르토 프린세사(2009)에 이어 2010년 대한민국 제주도에 여섯 번째 공원이 설립된 것이다.
제주 환태평양평화소공원은 2010년 7월 11일부터 8월 7일까지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적의 청년 자원봉사자들이 디자인부터 건축, 준공까지 참여했으며, 1994년 러시아에 첫 공원을 지을 때 함께 했던 학생도 함께해 그 의미를 더했다. 서귀포 최남단 태평양을 향한 위치에 공원이 조성된 것은 환태평양 지역의 평화 정착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고자 하는 염원이 담겼다.
환태평양평화소공원에는 지구 모양을 본뜬 둥근 조형물을 볼 수가 있는데 이는 세계평화의 섬 10주년을 맞이한 해인 2015년 1월 27일에 설치되었다.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쓰레기들이 전 세계 바다에 떠돌며 거대한 쓰레기 섬(Garbage Patch, 해양쓰레기 더미)이 만들어지는데 이 플라스틱 조각들이 먹이사슬의 최종 소비자인 우리 인간들에게 되돌아온다는 경각심과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인근에는 '사일리커피'라는 카페가 있어 환태평양평화소공원과 해변을 거닐다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제주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 · 예비검속 섯알오름 유적지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1670
'환태평양평화소공원' 바로 맞은 편에는 ‘제주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이 있다. 비행장 주변으로 알뜨르 비행장 비행기 격납고 · 제주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일제 지하벙커 · 제주 셋알오름 일제 동굴진지(등록문화재 제310호) · 제주 셋알오름 일제 고사포진지 그리고 멀리 송악산 해안 일제 동굴진지 등 일제의 우리나라 침략과 제주도민을 강제 노역에 동원한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1940년대 초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군사적인 목적으로 설치한 비행장이 제주도 내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현재 제주공항 위치의 '정드르비행장', 다른 하나는 이곳 '알드르(알뜨르 비행장)'이라고 한다. 저 멀리 산방산이 보이는 곳에 일부만 남은 관제탑 구조물을 찾아볼 수 있다.
알뜨르비행장 표지판 옆에는 ‘예비검속 섯알오름 유적지’라고 적힌 비석을 볼 수 있다. 이 일대는 일제 침략의 흔적뿐만 아니라, '제주4·3사건'이라고 불리는 해방 이후 민간인에 대한 참혹한 학살이 있었던 비극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제주4·3사건'을 간단하게 정의하면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947년 3·1절 발포사건과 1948년 4·3 무장봉기로 촉발된 '제주4·3사건'을 이렇게 간단한 요약으로 이해하며 넘어가기엔 너무나 큰 비극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한 번쯤 찾아서 읽어봤으면 한다.
알뜨르비행장 일대와 셋(섯)알오름 유적지 등은 이날따라 혼자 방문할 용기가 나질 않아 가보지는 못했다. 대신 성산일출봉 근처의 해안가에서 만난 '터진목'이라는 곳과 일제의 폭탄창고를 폭파하면서 생겨난 구덩이에 민간인 학살이 이루어진 '섯알오름 학살 터'의 내용을 발췌해 본다.
터진목 (제주4·3사건 유적지)
이곳 성산포 터진목 해안가 모래밭 일대는 1948년 제주4·3사건 당시 이 지역 무고한 양민들이 군인과 경찰에 끌려와 무참히 학살된 곳입니다. 어미의 등에 업힌 젖먹이에서부터 80 넘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총과 칼과 죽창에 찔려 비명에 가신 곳입니다. 아비가 아들을, 아들이 부모를,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젖먹이가 엄마를 찾던 울부짖음이 아직도 귓전을 때립니다. 이제 이곳을 지나시는 모든 이들께서 추모의 뜻으로 바치는 꽃잎을 이 돌에 새겨서 4백여 영령들이 영면하심을 빕니다.
- 2012년 11월 5일 성산읍 4·3사건희생자 유족회 회원일동
섯알오름 학살 터 (제주4·3사건 유적지)
이곳은 1차 1950년 7월 16일 해병모슬포부대 5중대 2소대 분대원과 2차 8월 20일 해병3대대 분대장급 이상 하사관들에 의해 민간인이 학살된 장소이다. 해병대 모슬포부대에서 차출된 대원들이 도착하자 중대장, 소대장이 도착했고, 소대장이 총알을 나눠주고 중대장은 "한 사람이 한 명씩 총살하라."고 명령했다. 대원들이 일렬중대로 대기하고 있다가 GMC 트럭에서 내리는 민간인을 이곳 호 가장자리로 끌고 와서 한 명씩 세워놓고 지휘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살해 시신을 호안으로 떨어지게 한 장소이다.
- 총살 집행 참여자 진술
제주 송악산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관광로 421-1 (상모리 131)
1시간 30여 분가량 걸은 끝에 송악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낯선 장소를 걷는 동안 알게 모르게 긴장했었는지, 익숙한 장소가 보이자 그제서야 안도감이 들었다. 3년 전, 송악산을 처음 방문했을 땐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어 해안가 오름의 절경을 온전히 감상하지 못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안개 속을 헤치며 나아갈 때마다 드문드문 드러나는 풍경이 신비로웠고, 맑은 날엔 얼마나 근사한 풍광을 보여줄지 기대됐다. 그리고 화창한 날 다시 찾은 송악산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웠고, 오후 내내 이 환상적인 풍경 속에서 머물다가 하루 일정을 즐겁게 마무리할 수가 있었다.
입구의 안내판에 적힌 송악산을 소개하는 내용 일부를 발췌해 본다.
송악산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해안에 위치해 있으며, 저별이, 절울이, 솔오름 등의 속칭을 갖고 있다. 현재 해수면에 위치하고 있어 해발고도와 비고(오름 자체의 높이)가 104m로 똑같으며 수성화산 활동인 증기-마그마분화와 육상화산 활동인 마그마분화로 만들어진 단성화산의 이중화산체로 지질학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송악산 둘레를 걷다보면 두 개의 섬이 나란히 자리한 '형제섬(무인도)'을 볼 수 있다. 길고 큰 섬을 '본섬', 작은 섬을 '옷섬'이라 부르며, 본섬에는 작은 모래사장이 있고 옷섬에는 주상절리층이 있다고 한다.
또한, 단산, 사계해안, 산방산, 용머리해안, 군산 등 다채로운 풍경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 송악산 일제 동굴진지 (1943~1945년 사이에 만들어짐)
해안가에도 일제가 제주도 주민을 강제 동원하여 이 아름다운 송악산 곳곳을 뚫어 동굴진지로 만든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은 패전에 직면한 일본군이 해상으로 들어오는 연합군 함대를 향해 소형 선박을 이용한 자살 폭파 공격을 하기 위해 구축한 군사시설이다.
▼ 제주 송악산 해안 일제동굴진지 (1945년 무렵 건립, 등록문화재 제313호)
현재 송악산 정상부는 자연휴식제 기간으로 기존 2022년 7월 31일까지 였던 기간이 연장되어(2015.8.1.~2027.7.31.)되어 개방 구역 외, 출입제한구역 표시가 되어 있는 정상부 일부 구역(제2전망대 포함)은 출입할 수 없다.
이날처럼 맑은 날에는 마라도와 가파도도 조망할 수 있다. 수평선 쪽에 보이는 작은 섬이 마라도, 앞에 보이는 큰 섬이 가파도이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송악산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니 어느 덧 오후 5시가 되었다. 이제 피곤한 다리를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내일은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제주도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