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서귀포 시가지 주변 폭포 방문기!
제주도를 항상 여행 또는 준비를 하다 보면, 어떤 사람의 오랜 습관처럼, 듣게 되는 곳. 제주도의 3대 폭포라고 들어본 적이 있었나? 아주 어릴 적, 제주도를 여행하면서부터 자연스레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그곳들을 찾게 됐고, 어렴풋이 거칠게 땅바닥으로 떨어지던 폭포수를 뒤로한 채, 수줍게 브이자를 그렸던 기억. 이후, 몇 년 만에 다시금 서귀포를 찾게 됐고, 변화무쌍한 날씨 덕분에 하루 정도의 여유를 갖게 된 나는 자연스레 당시의 기억을 머릿속 깊은 곳에서부터 떠올리고 있었다.
그중, 여행의 시작과 함께 찾은 곳은 정방폭포와 천제연폭포. 두 곳 다 시가지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으며, 특히 정방폭포는 도보 15분이라는 경이로운 접근성을 자랑했다. 마치, 경주가 학생 때,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가 다르듯, 폭포 앞에서 내가 느끼던 감정은 어릴 적 당시의 생각과 180도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내 손에 카메라가 쥐어진 다음부터 모든 여행지를 바라보는 시각조차 달라졌으니, 새롭게 장착된 시각 그리고 응축된 느낌 덕분에 두 장소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1. 정방폭포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도보 15분의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하던 곳. 감쪽같이 맑아진 날씨에 호텔에서 아침도 든든하게 먹었겠다,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음악을 틀어둔 채, 호텔 바깥을 나섰다. 그때까진 몰랐다. 덩그러니 폭포 하나만 놓여있는 곳이라고만 생각했지, 꽤나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더불어 예상치도 못한 제주도 4.3 사건의 현장 중 한 곳이었다는 것. 즐겁게 사진을 담던 그 반대편에 잠재된 것들이 많은 곳이었다.
아주 오래전,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영생을 꿈꾸며 각 지역으로 사람들을 보낸다. 그중, '서복'이라는 자가 영주산(한라산)에 산다는 신선을 찾아 제주도로 왔고, 여기서 정방폭포를 보고는 절벽에 '서불이 이곳을 지나갔다'라는 뜻의 '서불괴지'라는 글자를 새기고 돌아갔다. 이것으로 인해 오늘날 '서귀포'의 지명이 탄생했다고 전하며, 조선시대에는 해당 글자를 탁본까지 뜨는 등 실재했다 전하지만, 지금은 소재가 불명, 관광객들을 위해 따로 새겼다고 전한다.
게다가 정방폭포는 꽤나 오랜 시간에 걸쳐 다수의 기록에 나타나는데, 제주 목사가 배를 타고 주변을 돌아봤다는 것을 포함, 대대손손 정방폭포가 제주도의 명물이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폭포의 형태도 그렇다. 다른 기록들을 찾아보니, 폭포수가 바로 바다로 떨어지는 형태의 것은 세계적으로도 100여 개뿐이라고 하니,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매우 귀하다가 꽤나 많은 기록들이 전하고 있었다. 폭포로 가는 길도 그리 덥지 않아, 흥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소름이 돋았던 점은 이곳이 제주 4.3 사건 당시 215명이 유명을 달리했던 학살 터로 활용됐다는 부분이다. 중문관광단지를 비롯, 다른 여행지를 다녀봐도 어렵지 않게 보이던 추모의 공간. 아름답던 햇살을 뒤로한 채, 그 이면에 이런 부분이 녹아 있다는 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과 격한 감정의 변화로 다가왔다. 지금은 그들이 겪었을 그 피해의 흔적은 찾아볼 순 없겠지만, 주차장 초입에 덩그러니 놓인 비석만이 이곳에 숨겨진 의미를 나타내고 있었다.
겨울의 그 동백꽃을 프레임에 담던 중, 느꼈던 감정이 다시금 교차했던 장소. 그것뿐만 아니라 전국시대 이전의 고대 중국에서부터 근현대까지, 이곳의 매력은 정평이 나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문득, 조선시대의 조선 목사가 배를 타고 돌아봤던 것처럼, 나도 그럴 순 없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단순히 옆에서 바라보는 것 그 이상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나도 한 번 누려보고 싶어 진다.
2. 천제연폭포
"옥황상제를 모시던 칠선녀가 별빛 속삭이는 한밤중이면 영롱한 자줏빛 구름다리를 타고 옥피리 불며 내려와 맑은 물에 미역 감고 노닐다 올라간다"는 이야기에서 유래, 곧! '하느님의 못' "천제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내려오는 곳이다. 제주도 3대 폭포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으로 총 3구간의 폭포로 나뉘어 있었고, 실로 이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물의 색도 정말 아름다웠던 곳이다. 기억 속에 잊힌 채, 신선함을 동반했던 곳이라 더욱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서귀포의 자연을 고스란히 옮겨 둔, 데크길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한쪽으론 잔잔히 흐르던 폭포수, 그리고 반대편에 식재된 다양한 식물들까지.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 정말 많았었고, 딱 적당한 선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진 균형감이, 자연에 딱 데크길만 얹힌 느낌이었다. 흐린 날씨에도 이게 가능해?라는 생각이 들던 1 폭포. 하지만, 오직 비가 내린 그 직후에만 폭포수의 흐르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느껴지던 잔잔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긴 했다.
1 폭포를 뒤로한 채, 2, 3 폭포에 차례대로 다가가니, 그 익숙한 풍경을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었다. 2 폭포는 찰랑이던 물결 따라 부서지는 빛망울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가는 길도 어렵지 않아 꽤나 많은 분들이 자리를 지켜가며, 여름의 무더위를 날려버리고 계셨다. 역시 장소에 내재된 그 분위기는 어쩔 수 없던 걸까? 평소라면 그토록 습한 날씨에 짜증이라도 올라올 법 한데, 지금은 그게 없으면 이곳만의 축축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없어 아쉽게 느껴질 것 같은 기분마저 엄습하고 있었다.
다른 폭포들에 비해 조금 더 찾기 어려웠던 3폭포. 천제연폭포의 마지막 폭포 지형으로, 옆에서 내리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만 했던 곳이다. 다른 곳들에 비해 사람들이 없어, 잠시 의자에 앉아 여행의 마지막날 생각을 정리해 본다. 여행 중, 이곳저곳 흩어져 있던 기억의 편린들이 한곳에 모여, 그림을 완성하니, 나만의 감상과 언어도 자연스레 정리가 된 것 같다. 시원하게 흘러내리던 폭포수를 바라보며, 같이 흘러가는 시간들. 당시의 순간을 곱씹어 보고 있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흐뭇하게 모니터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