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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속으로 들어간 듯한 환상적인 풍경의 구채구(九寨溝)는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와 견줄 만큼 매혹적이다. 에메랄드빛 물색, 쏟아지는 폭포수를 따라 Y자 계곡 트레킹
구채구(九寨溝)는 쓰촨성 북부 아바장족 자치주에 있는 현으로 9개의 장족마을을 뜻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티베트인들의 터전이었으며 깊은 산중에 숨어있는 비경이었다. 드러나지 않다가 1972년 벌목하는 이들에게 발견되었다. 독특한 생물다양성과 눈부신 자연에 1982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9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구채구는 중국인들이 가장 여행하고 싶은 곳으로 꼽힌다.
중국-구채구
크로아티아-플리트비체
동화책 속으로 들어간 듯한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주자이거우(九寨溝)는 몇 년 전에 다녀온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를 기억하게 한다. 맑은 물이 철철 흐르고 작은 물고기가 떼 지어 헤엄친다. 그 물빛은 또 어떤가? 옥구슬을 풀어놓은 듯 에메랄드색 물빛은 한 가지 색이 아니라 진하고 옅으며 더 맑고 더 깊어 보이는 다양한 색으로 비친다. 석회암지대에 떨어져 내리는 폭포수가 시원하다. 구채구는 온종일 머물러도 다 못 볼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동화 속 정원이다.
‘황산을 본다면 다른 산을 볼 수 없고, 구채구의 물을 본다면 다른 물을 볼 수 없다’ 말이 있다. 구채구는 물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중국의 비경으로 우리나라에서 가기가 쉽지 않아 황산보다 덜 알려졌다. 실제 그곳에 가서 계곡을 트레킹하다보면 투명한 호수, 폭포, 청록색에서 에메랄드까지 다양한 색상의 물빛은 이곳이 동화 속 세상인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신비로움을 느낀다.
물은 투명하고, 산맥에서 흘러든 석회석 성분이 연못 아래 가라앉아 낮에는 청색, 저녁에는 오렌지 등의 다채로운 독특한 색을 보여준다. 또 계곡을 통해 운반된 부엽토에 뿌리내린 식물에 호수 가운데에서 자라고 있다. 또한, 이곳은 자이언트판다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한국에서 구채구 가는 길은 녹록지 않다. 황룡까지 가는 직항편을 이용하거나 청두에 내려서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청두에서 구채구까지 446km, 8~9시간 산길을 구불구불 달리고 달려야 도착하는 첩첩산중에 있다. 청두에서 기차와 버스를 타는 방법이 있으나 기차표 예매가 쉽지 않고 그 이후 교통편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길에 많은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구채구 및 황룡 입장권 구매, 교통편을 제공하는 중국 내 투어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직항편으로 황룡 공항에서 내리더라도 구채구까지는 88km 떨어져 있어 버스나 택시를 타야 하는데 중국어에 서툴다면 이것도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 출발하는 혜초여행사의 구채구 및 황룡트레킹 상품이 있으니 이를 이용해도 좋을 듯하다.
구채구는 Y자 계곡의 형태이다. 계곡의 길이는 50km에 달한다. Y자 왼쪽이 측사와구, 오른쪽이 임측구이며 그 아래가 수정구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낙일랑폭포에서 시작되는 수정구에서 입구까지의 코스에 많이 몰려 있으며 구채구 전 지역을 둘러보려면 이틀 정도가 필요하다. 구채구는 한 번 입장권을 구입하면 이틀간 사용할 수 있다.
계곡은 산악지형으로 2,000m에서 높게는 약 4,500m에 이르지만, 관광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대부분 3,000m 이하이다. 구채구 안에서 가장 높은 곳은 측사와구 코스 3,060m에 있는 장해(長海)다. 구름이 선경인 듯 산을 휘감고 그 아래 깊고 넓은 호수가 자리한 풍경을 처음 만나면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무협지 속 신선이나 무술의 달인이 어딘가에서 무술을 연마하고 있을 것만 같은 풍경이다.
장해에서 10분여 숲길을 내려오면 구채구의 아름다운 물빛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오채지가 있다. 건기에는 물이 마르기도 한다는데 6월에는 오묘한 물빛을 드러내며 다양한 물색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측사와구는 이 두 곳, 장해와 오채지가 메인이다.
오채지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계속 앉아있으면 임측구 종점인 원시삼림에 내려준다. 깊은 숲과 솟아오른 삼나무 사이, 피톤치드 짙은 숲길을 걸어서 시작점까지 돌아오는 데 40분 정도 걸린다.
원시삼림에서 버스를 타지 않고 트레킹을 했다. 초해(草海)는 꽃을 좋아하는 우리 일행이 가장 감탄한 코스다. 평온하다 못해 고요한 호수 면과 풀들이 호수 면에 섬처럼 떠 있다. 쓰러진 나뭇가지에 기대에 자라는 식물이 정겹고 푸르름 사이로 흐르는 옥빛 하천이 그림 같은 평화를 그려내는 수채화 같은 풍경이다.
초해는 백조해(白鵝海)로 이어지고 풀들은 더 무성하고 더 푸르게 호수 면을 잠식하고 있다. 이 두 코스에는 그다지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이점도 좋았다.
판다들이 물을 마시고 놀았다는 판다해(熊猫海)에 비쳐든 산 그림자를 감상하고 물빛이 다섯 가지 꽃처럼 변화무쌍한 오화해(五花海)에서 물고기들이 몰려들었다 흩어지는 진풍경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진주탄폭포(珍珠灘瀑布)는 폭포수가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이 진주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영화 서유기를 촬영하였다는 진주탄폭포의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그 아래 부서지는 물방울을 보면서 잔도 길을 걸었다.
호수와 호수를 연결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크고 작은 폭포가 있고 때죽나무와 으아리 꽃 하얗게 부서지는 숲 사이로 맑은 물이 세차게 흘러 자꾸만 걸음을 붙잡는다.
위쪽 계곡에서 지체하다 보니 막상 낙일랑폭포는 그냥 지나쳤다. 트레킹하면서 폭포수를 충분히 보았기에 큰 미련은 없다. 낙일랑폭포 아래부터 수정구다. 구채구 안의 호수 중 40%를 차지할 정도로 크고 작은 호수가 이어진다. 수정폭포는 40여 개의 해자가 7km 길이로 층층이 늘어서 있으며, 폭포의 낙차는 20m부터 30m까지 다양하다.
호숫가 너머에 티베트 목조 건물과 기도 깃발, 티베트의 독특한 전통문화가 구채구의 정체성을 상기시킨다.
50km Y자 계곡 트레킹
에메랄드 물빛 꿈속
호수를 따라 나무데크 길이 이어졌고 막바지에 이르니 다리가 아프고 지쳐서 물빛도 가물가물해졌다. 하늘을 그대로 담은 호수의 물빛, 삐죽이 솟은 산봉우리를 비추는 호수면, 하얗게 부서지는 폭포수, 싱그러움이 넘쳐나는 풀과 나무들, 계곡에 울려 퍼지는 생명력의 홍수에 멍하다. 감각으로 즐기고 피로함으로 더 나른해진 뇌리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맑은 물빛이 고요히 비쳐들 것 같다.
구채구는 아침 8시에 문을 열어 5시 30분에 닫는다. 그 시간 안에는 수시로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어 트레킹과 버스를 적절히 섞어 둘러보면 하루에 웬만한 곳은 둘러볼 수 있다.
6월에는 비가 잦아 우산과 비옷을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일 입장 인원에 제한이 있으니 개장시간에 맞춰 입장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거의 폐장시간까지 많이 걸었고 종종 버스를 이용하여 어느 정도 둘러보긴 했지만, 하루 더 시간이 있었다면 좀 더 세밀하게 볼 수 있었으리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