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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KALAMBAKA
ATHENS ↔︎ METEORA
당일치기로 산토리니 여행을 끝마쳤다. 대부분 미친 스케줄이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할만했다. 산토리니에서 숙박을 했을 때의 출혈과 타이트해질 스케줄을 생각한다면 이는 잘한 결정이었다. 11시 비행기를 타고 자정을 넘어서야 도착한 아테네. 아테네부터의 여정은 렌터카를 통해서 시작됐다.
해외여행을 할 때 렌터카는 이제 없어선 안될 요소가 되었다. 처음 렌트를 하고 여행할 때는 어찌나 떨리던지, 여행하는 내내 등에 땀이 쫙 났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그냥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사고가 난다면 여러 문제가 생기겠지만, 뭐 괜찮다. 그런 겁을 먹었을 거라면 이미 여행의 시작조차 어려울 것이다. 렌터카를 타고 여행하는 아테네.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겠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큰 감정을 느끼고, 더 큰 경험으로 배울 것이라는걸.
렌터카를 빌려보는 건 어때?
메테오라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렸다. 아테네 여행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기에 렌터카를 빌리는 게 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테네에서 메테오라까지는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먼 곳이었고, 이번 아테네 여행에선 무.조.건 그곳을 가고 싶었다. 아무래도 나는 여러 여행 카테고리 중 <대자연>을 좋아한다. 도시 여행의 매력도 충분히 알고 느끼지만,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인간의 기술이 따라올 수는 없기에. 아테네는 인문학 여행으로 안성맞춤인 곳이라 자연을 기대하기는 조금 어렵다. 물론, 인간의 역사는 파고들수록 흥미로운 분야가 맞지만, 4시간만 달려가면 만날 수 있는 대자연을, 이곳 메테오라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을 놓치기란 여간 아까운 게 아니었다. 그렇기에 산토리니에서 세이프 한 경비를 렌터카를 빌리는데 사용하기로 했다. 물론 메테오라는 투어로도 진행할 수 있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투어보다 렌터카가 싸다. 두 명 이상이라면.
렌터카는 알라모에서 빌리게 되었다. 미국에서 알라모를 빌렸던 경험이 퍽 좋아 믿고 맡길 수 있었다. 공항에서 빠져나와 주차구역에 나란히 서있던 렌터카 회사들. 그중 가장 끝에 있던 알라모에는 미리 빌렸던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차를 빌릴 때 주의사항이 하나 있다. 아찔한 사건을 한 번 마주한 적이 있는데 <오토가 아닌 스틱> 렌터카를 빌린 경험이다. 생각해 보면 그것도 미국 알라모긴 하다. 가장 저렴한 경차를 빌렸더니 차 구조가 이상했다. 수동이었던 것이다. 1종 보통 면허를 가지고 있지만, 수동은 아주 오래전 경험이 전부다. 알라모에 사정을 알리고, 약간의 금액을 내어 오토 차량으로 바꾼 경험이 있는데, 싸다고 그냥 빌리면 안 된다. 자동차가 오토인지, 스틱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외국은 오토가 비싸기에 스틱 자동차가 많다.
렌터카로 여행을 떠나는 첫째 날, 가장 먼저 찾은 목적지는 메테오라였다. 아테네에서 약 4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목적지는 칼람바카라는 소도시에 위치한 곳이었다. 아테네에서 출발한 기차나 버스가 이곳에 도착한다. 기차역에서 메테오라를 가는 셔틀 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데 버스, 기차 모두 비효율 적이다. 기차는 버스보다 오래 걸리고, 버스도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렌터카를 이용해 칼람바카를 지나 메테오라에 도착하기로 했다. 메테오라로 가는 길, 무조건 한 번 기름을 넣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리스는 기름이 다 다르다.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고급 휘발유와 일반 휘발유로 나뉘는 모습과 비슷하다 말할 수 있겠다. 주유구에는 어떤 기름을 넣으면 되는지 적혀있다. 대부분 가장 저렴한 기름을 넣으라고 하니, 꼭 주유원한테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장 비싼 기름을 넣어주고 이득을 취해간다. 나도 한 번은 스즈키 경차에 고급 휘발유를 때려 박는 사건을 경험하게 됐다. 물론 금액이 미친듯이 차이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아낄 수 있을 때 아껴야한다.
네 시간에 걸쳐 메테오라에 도착했다. 메테오라는 공중 정원과 같은 모습이었다. 다음 콘텐츠에 메테오라를 제대로 다룰 예정이지만, 가볍게 이곳에 대해 설명하자면, 일단 메테오라는 그리스어로 "공중에 떠 있다"라는 뜻을 지닌 장소이다. 일대에 있는 거대한 사암 바위 기둥 위에 세워진 수도원들을 두고 지어진 이곳은 평균 바위들으 높이가 300미터이며, 가장 높은 봉우리는 550미터에 이른다. 메테오라는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 지방 북서부 트리칼라 주의 바위기둥들과 그 위에 세워진 수도원을 가리키는 말인데, 그리스 정교회 수도원들이 있어 성지순례 코스에 들기도 하는 이곳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만들어낸 독특하고도 기이한 풍경을 자랑한다. 거대한 바위 위에 만들어진 수도원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과거엔 밧줄과 도르래를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었다.
메테오라를 처음 본 순간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첫 번째 수도원에 도착했을 땐, 기암괴석 위로 지어진 건물들이 아주 자그맣게 보였고, 그 아래 도로에는 차들이 개미 크기로 보이며 천천히 이곳을 향해 오는 풍경으로 다가왔다. 아찔한 높이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있는 메테오라. 깎아지르듯 한 절벽 위의 풍경은 경이로움을 넘어 공포스러웠고, 그 모습은 비현실적 이상의 풍경이었다.
다음 콘텐츠에 다룰 메테오라. 아테네에서 렌터카를 빌려야 하는 이유로서 충분한 가치를 한 여행지였다. 이곳은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장소였다. 그 매력을 다음 콘텐츠에 이어 풀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