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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팩스 캠핑장에서 이어지는 뚜르 드 몽블랑의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지난번에 갔던 콜 데 포스 고갯길 혹은 삭스 능선처럼 우회로이자 변형 루트로서 알려진 곳과 원래의 정규 루트를 따라 르 프티까지의 길 이 두 개가 선택지로 주어진다. 그런데 이 두 길의 난이도 차이가 꽤나 큰 편이라고 들었으며,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변형 루트로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하고 있었다. 그만큼 다시금 꽤나 높은 고도로 올라간다는 뜻이기도 했고, 가파르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이기도 했다.
어차피 목적지는 르 쁘디 마을의 캠핑장으로 동일했고, 어떠한 길을 통해 어떠한 풍경을 보느냐가 중요했다. 비록 지난번 라 풀리~샹팩스 구간을 버스를 타고 패스했지만, 콜 데 포스나 삭스 능선처럼 풍경만 따라준다면 힘들던 어렵던 발벗고 나서서 변형 루트를 가는 게 나와 아내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해서 만큼은 원래의 생각에서 벗어나고 좀 더 한발자국 멀리서 바라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뚜르 드 몽블랑 권역 뿐만 아니라 샤모니, 스위스, 돌로미티 등 이러한 산악 스포츠가 발달하고 산악 문화가 일상에 녹아든 곳들은 기상예보에 굉장히 민감했다. 캠핑장이나 호텔 어디를 가던 당일 포함 3일 정도의 기상 예보를 꼭 공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와일드 캠핑인 백패킹과 캠핑장을 오가던 터라 정보 수집이 조금 늦었고, 지역이 계속 바뀌다보니 도착하게 되어서야 기상 예뽀를 확인하곤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날씨 운이 좋지 않았다. 강한 호우가 예상되었고, 대략 오후 2~3시 사이에 가장 많은 비가 온다고 했다. 만약, 빠른 출발을 한다면 운좋게 캠핑장에 도착해서야 비가 올 수도 있겠지만, 높은 고도와 어려운 길을 선상에 두고 모험을 하기엔 위험하다 생각되었다. 결국 우리는 뚜르 드 몽블랑에서의 기대하던 3개의 변형 루트 중 마지막 루트를 포기하고 기존 루트를 따라가게 되었다.
기존 루트는 고도표로서 말하자면 정말 산을 하나 올라간 뒤에 내려가는 길이다. 마치 스위스의 마을 하나를 가기 위해 길을 따라 가다 산을 건너 다음 마을로 간나는 길이라고 할까?
정말 이 먼 타국인 스위스까지 와서 말하면 안되긴 하지만 너무나 익숙한 길이었고, 백두대간을 완주한 아내 그리고 70% 진행한 나는 너무나 익숙한 길이 이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한국산 같다고 해야할까? 그만큼 난이도는 어렵지 않고 너덜지대와 숲을 오가는 길이 펼쳐졌다. 뚜르 드 몽블랑은 몽블랑 산을 두고 한바퀴 걷기에 당연히 뭔가 고산과 빙하를 함께 할거라 생각했던 내 착각이었던 것이다. 물론, 변형 루트는 이 산길이 아닌 빙하를 가까이 보고 고도가 높은 너덜지대를 지난다고 한 만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비는 오지 않고 익숙한 풍경을 걷기에 더 아쉬움이 크게 찾아왔다.
이번 루트의 핵심이자 가장 높고 풍경이 좋은 곳은 Alpage de Bovine 라는 식당이자 쉼터로 방목하는 소들의 주인댁이자 쉬기 좋은 멋진 곳이었다. 조금은 쉬운 길이라서인지 그동안 봤던 하이커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자리가 좀처럼 나질 않고 있었다. 다행이 빈 자리를 만나 서둘러 자리를 잡고는 맥주와 파이를 함께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유일한 그늘 자리라 좋구나 싶었는데 사실은 이 자리가 화장실 앞이었다. 뭔가 창고 앞이겠거니 였지만 어느새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옆에선 계속 물을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로가 머쓱한 상황. 그나마 거의 다 먹었던 시점이라는 점이 유일한 위안이 되었다.
빈 그릇을 반납하고 온 나를 기다리던 아내와 화장실 문
이 산장을 기대했고, 사실상 오늘의 핵심 코스였다. 그 후로 펼쳐진 길은 진짜 한국산이었고, 특히 백두대간의 하산길과 너무나 흡사해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저 멀리 스위스의 마을이 보였지만 나와 아내는 입을 모아 말했다.
"이거 백두대간 걸을 때 저 멀리 보이던 김천시 같은데??"
정말 익숙하면서 낯선 묘한 길이 펼쳐진다.
산허리를 타고 내려오는 익숙한 하산길의 끝에는 마치 백두대간의 고개의 이화령처럼 자전거로 지나는 유명한 고개가 나타났고, 많은 관광객을 볼 수 있었다. 잠깐의 휴식 후 다시금 길을 내려가 아랫 마을인 캠핑장으로 향했다. 고개를 지나 아랫 마을로 가는 길에는 멋진 잔도길이 있었고, 꽤나 아찔하면서도 멋진 산책길을 따라서 화려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캠핑장은 굉장히 넓었지만 자리는 불편했다. 왜냐하면 넓은 와중에 다들 텐트가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넓은 것에 비해 평평한 땅은 별로 없었고, 곳곳에 놓인 큰 돌들이 이곳의 환경을 미리 짐작하게 만들고 있었다. 눈치껏 적당히 사람들 사이 좋은 풍경을 두고 텐트를 쳤다. 비록 돌들이 바람이 엄청 불거라는 경고를 하고 있었지만, 텐트창으로 보이는 풍경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바람에 넘어가는 방향으로 텐트를 치니 문을 열면 빙하가 멋지게 나타나니 이 모습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까.
스위스로 넘어가는 고개 전 야영하며 만났던 반려견과 걷던 누나도 만나고, 꽤나 많은 하이커를 마주치게 되었다. 딱 텐트를 치고 쉴까 싶었던 시간에 비가 미친듯이 내리기 시작했고, 정말 기상청의 내용에 딱 맞게 폭우와 우박이 함께 쏟아지자 변형 루트를 안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변화무쌍한 날씨에 놀랍기까지 했고, 이걸 맞춘 기상청에 대해 존경심마저 생길뻔 했다.
르 쁘띠 캠핑장은 시간이 되면 캠핑비를 수거하였고, 작은 매점에서 여러가지 물품을 만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샤모니에서도 보지 못했떤 한국 라면이 이 매점에 가득했고, 이날의 저녁은 기쁘게도 라면에 오트밀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캠핑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료 샤워다. 현금만 받고 시간이 지나면 노크를 하고 나오라고 하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싫어하는 경우도 많아 하루 즈음은 참는 하이커들도 많았다.
한국 라면!!
유료 샤워장
매점 겸 리셉션으로 비를 맞으며 계속해서 사람들이 도착했다.
폭우와 우박이 믿기지 않을만큼 맑아진 오후의 캠핑장. 시간이 갈수록 엄청나게 많은 TMB 백패커들이 자리를 잡아가게 되었다.
이 캠핑장 앞에 작은 산장 겸 하이커를 위한 숙소가 있었고, 그곳에 작은 바도 있었다. 지난밤 샹팩스 캠핑장에서 함께 했던 부부와 이곳에서 다시 한번 만나 와인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8일차를 마무리 하게 되었다. 부부는 일정상 다음날이 같이 볼 마지막 날이 되었기에 아쉬움을 더불어 한국에서 다시 볼 날을 기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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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마련한 간식 및 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