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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드 몽블랑 9일차. 마침내 짧았던 스위스를 벗어나 시작 국가였던 프랑스로 돌아가는 날이다. 그만큼 프랑스 이탈리아간의 고개, 이탈리아 스위스 간의 고개를 지나 마지막으로 스위스에서 프랑스로 넘어가는 발므 고개를 만나는 날이기도 했다. 발므고개는 샤모니를 여행하는 이들이 몽블랑 멀티패스에 포함되어 있어 케이블카를 타고 구경하는 곳이기도 할만큼 유명한 관광지기도 했다.
어떠한 이들은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 버스를 타고 샤모니로 복귀해 뚜르 드 몽블랑을 끝내기도 했고, 다시금 샤모니 북부에 위치한 락 블랑을 더불어 레 우슈까지 완전한 원점 회귀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난 르 쁘띠의 캠핑장이 완전히 산 아래에 있다보니 시작부터 엄청난 고개를 올라갈 게 뻔해 보였지만 그래도 오늘도 펼쳐질 멋진 풍경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길을 나서게 되었다.
한 없이 올라간 끝에 만난 발므고개. 그동안의 산장과는 다르게 상업적(?)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굉장히 색도 좋고 멋진 풍경에 어울리는 멋진 산장으로서 자리잡고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올 수 있는 만큼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 이유를 증며하듯 최고의 풍경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발므 고개에서 충분한 휴식과 먹거리를 즐긴 뒤 다시금 길을 나선다. 완만한 산허리를 따라 길을 이어나가는데 그 풍경이 기가 막힌다. 그도 그럴 것이 뚜르 드 몽블랑에서 프랑스측 몽블랑 그러니까 몽블랑 북측을 온전히 바라보며 걸을 수 있으니 오죽할까. 오랜만에 바라보는 몽블랑 산군과 빙하가 눈에서 좀처럼 벗어나질 않았고, 길을 이어나가는 발에도 힘이 절로 나기 시작했다.
서서히 오르내리락 하던 길은 다시금 가파른 하산길을 통해 샤모니 근교 마을인 트레샴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긴 시간동안 캠핑장과 와일드 캠핑 그러니까 야영만을 해서인지 체력이 올랐지만 분명 약해진 상태긴 했다. 시간상 물도 떨어지고 시간도 꽤 지난 상태라 고민이 되었지만 트레샴에서 다시금 길을 올라가기로 했다. 트레샴에서 고민한 이유는 캠핑장이 바로 앞에 있어서기도 했지만, 그만큼 피로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길을 이어간 이유는 단순했다. 더 멋진 풍경을 위해서.
샤모니 여행을 위해서 필요한 샤모니 몽블랑 어플을 이용하면 비박이 가능한 지역인지 미리 지도를 통해 알아볼 수 있었다. 비록 샤모니의 유명 관광지인 락블랑은 비박이 불가능하지만 그 아래의 작은 이름 없는 호수는 가능한 지역으로 분류가 되었기에 이곳에서 자고, 다음날 락블랑을 방문하기로 했다.
다시금 힘겹게 고도를 올리는 길. 지형도만 봐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늦은 오후가 된만큼 꽤나 많은 이들이 오히려 하산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들은 대부분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암벽등반을 구경하며 길을 이어가던 중 당황스럽게도 철제사다리 구간과 엄청나게 가파른 사다리 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락 블랑 가는 길에 있다고 들었던 방식인데 그 아래의 호수로 가는 길에 이러한 길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이미 에너지는 다 떨어지고 시간도 많이 된 상황.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는 없었다. 이러한 길은 한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인지 서로가 배려하며 오르고 내리는 식으로 길을 이어갔고, 목적지에 거의 다 와서 나타난 이 길 덕에 마지막 남은 에너지마저도 쏙 빨리게 되었다.
문제의 길. 생각보다 어려운 길이 계속 이어진다. 물론, 박배낭이 없다면 쉬웠을지도 모른다.
어려운 길 덕에 고도를 팍 치고 올라갔는지 길이 완많졌다. 이제는 표지판을 보고 호수로 가는데 샤모니 근교라 그런지 길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었다. 그러니까 마치 국립공원의 산은 길이 명확해서 길을 잃을 일이 없지만 동네 뒷산은 오히려 길 잃기 쉬운것처럼 말이다. 오죽하면 폐쇠된 것만 같은 길로 빠지게 되었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알프스의 유명한 산양인 아이벡스 가족을 마주치게 되었다. 원래는 호수 옆으로 가야할 길을 우리가 호수 밑에서 올라간 상황이 된 것이다.
마침내 도착한 호수. 늦은 시간이니만큼 호수를 둘러싼 곳곳에 많은 텐트가 보였다. 어디가 가장 뷰가 좋을까 고민하는 찰나에 한 사람이 다가와 말했다.
"너네 등록했어??"
순간 당황했다. 예약이 필요했던 것일까. 그런데 직원은 웃으며 샤모니 몽블랑 어플에서의 등록을 말한다며 알려주었고, 그곳을 통해 실시간으로 등록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는 이곳 자연공원의 관리 직원이었고, 이렇게 비박을 하는 이들에 대해 관리하고 있었다. 어플을 통해 등록하는 과정은 단순했다. 아마 통계가 목적인 듯 했으나 이곳의 자연을 보호하겠다는 식의 웃긴 질문이 많았다. 예를 들면 호수의 수영이 불가능했지만, 수영을 하겠다는 식의 선택지가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백패킹을 캠핑의 영역이라 말하고 비박은 텐트를 쓰지 않고 자는 것을 말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정작 산악문화의 발원지라는 이곳에서는 조금 표현이 달랐다. 이 호수의 표지판에도 분명히 쓰여있다. 캠핑은 금지지만 비박은 오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만 가능하다고. 그동안의 캠핑 금지와 비박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위의 락블랑 호수는 모든 게 금지였다. 하지만 이곳은 정부 주도하에 멋진 풍경을 눈앞에 두고 비박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뚜르 드 몽블랑을 하며 가장 많은 백패커들이 모인 와일드 캠핑을 하게 된 것이었다. 한국의 백패킹 문화 그리고 장소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보면 마냥 부럽기까지 했다. 이게 자연을 지키고 이용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바로 옆의 호수의 물은 쓸 수 없지만, 저 호수 옆의 구석에 보면 폭포(위 사진의 좌측)가 있는데 이곳에서 식수로 사용할 물을 구할 수 있었다.
꽤나 넓은 지역에 많은 백패커들이 펼쳐져 있었고, 야간 사진을 찍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도 많았다.
몽블랑 그리고 샤모니의 대표적인 멋진 산봉우리를 바라보는 최고의 야영지.
뚜르 드 몽블랑을 마무리해가는 시점에서 가장 좋은 야영지임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