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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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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서 시작된 외출 그리고 독보적이였던 분위기
나는 서울이 참 좋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고궁의 존재인데 어느덧 서울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있어 반드시 돌아봐야 되는 곳으로 손 꼽히던 요즘이다. 그 복잡하면서도 치명적인 구성에 사진에 대한 감을 찾고 싶을 때 마다 찾게 되는 곳.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창경궁이지만 그렇다 해도 선호도는 가히 도토리키재기라 해도 괜찮을 만큼, 각기 다른 매력들에 골라가는 재미가 쏠쏠한 요즘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쭉 다른곳으로 이사가지 않고 이곳에서 살게될 것 같다.
때는 2023년의 마지막 날. 정확히 12월 31일 아침 일찍 부터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거짓말처럼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차도를 가득채운 차량들의 속도는 답답했지만, 문득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때는 바야흐로 주말 그리고 2023년의 마지막 날. 종묘에서 자유관람이 가능했던 날이였다. 설경과 그곳의 모습은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지체없이 집 밖을 나섰으며, 겨울의 종묘와 그곳의 설경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러운 여행이 됐었다.
1. 종묘
왕실의 사당.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창덕궁과 함께 지정된 뒤, 오직 주말과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만 자율관람이 가능한 곳으로, 평일에는 그룹 투어로만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내년 4월까지 정전 복원공사가 예정되어 있어, 완벽한 모습을 보는게 힘들 것 같으면서도 연일 지속되는 혹서기에 일반관람으로 변경된다는 정보 덕분에 당분간 언제든 종묘 관람이 가능해졌다. 한 때, 그리스 아테네에 자리한 어느 신전과 비교하며 설명하곤 했지만, 요즘에는 그 존재 자체 만으로도 귀중하면서도 매우 감사하게 느껴지곤 한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이곳을 찾을 때, 내제된 기가 너무 세서 들어오기가 꺼려진다는 얘기를 들어본적도 있다. 조선왕실의 주요 구성원을 포함, 추존왕도 이곳에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경기도와 강원도 곳곳에 자리한 곳들과도 연계해서 돌아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갖곤 한다. 8월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못 가본 곳들도 열심히 다녀볼 예정인데, 날이 많이 뜨거운 만큼 준비를 단단히 해서 쉽게 지치지 않게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만 되겠다.
정전의 분위기는 '미니 정전' 이라고도 불리는 영녕전을 통해 느껴볼 수 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겨울의 종묘는 그 분위기가 매우 독특했다. 사람들이 많이 없는 것도 있었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의 그 뼈대가 사뭇 수백년 전 왕실의 뾰족하면서도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지나가던 겨울 바람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아주 탁월했는데, 사색의 순간을 갖고 싶을 땐, 주말을 활용해 이곳을 앞으로는 자주 찾을 것 같다.
기대되는 변화 중 한가지는 율곡로를 통해 창경궁과 종묘가 이어지는 그 길의 복원 유무다. 물론,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통해 율곡로 산책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문은 아주 굳게 닫혀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담장 너머로 보이는 창경궁의 숲길을 바라보는 것 뿐이다. 상호 합의중이라는 글을 본게 좀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빠른 시일내에 원만한 타협점을 찾아 국가유산청에서 두 곳의 길을 열어줬으면 소원이 있다.
2. 설경
그저 바라만봐도 아름다운 무언가를 본 적이 있던가? 내겐 지금 오늘날의 종묘가 그러했고, 혹서기를 지나가고 있던 와중에 설경을 담은 종묘의 모습이 바로 그러했다. 계절감을 충분히 머금은 채, 사람들의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던 그것. 수화기 너머로 집에 언제 오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지만, 난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데 오롯이 집중하고 싶을 뿐이었다. 조심스레 꺼내보는 당시의 기록들. 연 중, 이렇게 함박눈이 오는 날이 많지 않기에 정말 잘 다녀왔다 생각이 드는 지금이다.
서울에 산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보니, 곳곳에 자리한 고궁의 설경은 이미 모두 담았었다. 매년 빠짐없이 가는 향원정과 더불어 경희궁 또는 종묘만 남아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종묘도 눈이 내릴 때 마다 자주 찾아 사진을 남길 것 같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이곳의 분위기는 묵직히다. 그렇기에 경복궁과 창경궁 그리고 창덕궁에서 느끼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남아 있었는데 사람들이 없는 공간에서 그걸 고스란히 받아내는데 기분이 너무 어쩔 줄 몰랐던 날을 추억한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날카로움이 담겨있었다면, 그곳에 눈이 쌓이니 독특한 분위기가 풍겨오기 시작했으며, 마치 내가 사극 속 한 장면을 장식하는 인물이 되는 것 마냥, 이어폰 너머로 굵직한 사극풍의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순간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처마 밑에 잠시 자리를 잡은 채, 눈을 피할 수 밖에 없었는데, 나를 포함 그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눈이 빨리 그치기는 커녕 조금 더 이 순간이 지속되기를 염원하던 그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
눈이 내리는 시기는 자주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시기는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기에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아무리 발걸음이 빠르다고 해도 평소때보다 걸음속도가 늦어질 수 밖에 없는건 인지상정이다. 덩그러니 놓인 영녕전과 정전. 이럴 때일수록 정전의 그 공사중인 모습이 어쩔 수 없음을 알면서도 참 짙은 아쉬움이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벌써 올해의 반 이상이 지났고, 조금만 있으면 겨울이 다가온다.
2024년의 겨울에도 이 모습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을까?
물론이다.
그런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불가피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 한 다시금 카메라를 들고 이 모습을 담기위해 발걸음을 옮겨봐야겠다. 정말 황홀했던 순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