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관음상은 한국에도 많다. 그래서 딱히 감흥은 크게 오지 않았다.
속리산 법주사에 있는 금동미륵입상을 너무 많이 봐서일까. 와불상은 이미 태국에서 실컷봤기도 하고.
이렇게 따지면 사실 한도끝도 없긴 하지만 처음 이 근처로 오게 된건, 회사 저녁일정까지 마치고
다낭의 야경을 보고 싶으면 어디로 가야하냐는 내 물음에 링엄사쪽으로 데려다 준 동료덕분이다.
베트남 mz들의 데이트 코스를 알려주겠다며, 선뜻 드라이브를 제안했고 나는 배가 불러 어디든 소화를 시킬 수 있는 곳이라면 오케이였다.
많은 젊은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삼삼오오 모여있었고, 보통 이곳은 차보다는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바람을 느끼며, 야경을 구경한다고 했다.
시간이 이미 늦어서 영흥사는 굳게 닫혀있었다. 야경으로 반대편에서 미케 비치를 한 눈에 담을 수 있어 좋았다.
산모기에 몇군데 피를 뜯기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볼 가치가 있는 야경이었다.
호텔에서 계속 보이는 이 해수관음상이 나름 신경이 쓰이긴 했었는데 이제 해결이 되었다. 다낭을 이렇게 보는건 또 처음이라 막상 보니 좋았다.
그렇게 2주가 지났을까.
바쁜 다낭에서의 나날들을 보내고 다시 맞은 3번째 주말.
그렇게 좋던 날씨가 무색하게 다낭에는 몇일간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렸고, 곳곳에 천둥과 벼락을 동반했다.
오랜만에 보는 동남아시아 스콜에 정신이 없었고, 계속 되는 흐린 날씨에 날이 선선했고, 비가 그쳐서 다시 안올거같은 낌새에 이떄다 싶어 영흥사를 가기로 했다.
땡볕이었으면 절대 안갔겠지만 또 하나의 숙제를 끝내기위해(?) 한번 다시 제대로 관광하고자 선짜 반도 관광명소인 링엄사(영흥사)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약 20분 정도 떨어진 '손트라 산'에 위치한 링엄사로 향했다. 손트라 산은 해발 약 693미터였고,
그때는 밤에 올라와서 몰랐지만, 낮에 올라보니 다른 매력을 지녔었다.
주차장에서 홀린듯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따라 갔는데 당연히 큰 해수관음상쪽인줄 알았지만, 반대편으로 가버렸다.
길을 두고 오른쪽으로 내려갔는데 해수관음상이 안나와서 당황했는데, 대신 와상이 보인다.
많은 사인들에서 한자들이 병기되어 있거나, 한자들이 써있는 것을 보고는 베트남도 역시나 한자 문화권이라는걸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동북아나라처럼 글자가 한자에서 영향을 받지는 않았더라도 뿌리잡은 불교문화/유교문화에서는 그 잔재들을 조금씩 보여준다.
사원 내부로 들어서면, 아름답게 조성된 정원과 연못, 그리고 수많은 불상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각 불상은 저마다 독특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연못에는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어 마음을 한층 더 평온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원의 중앙에는 커다란 법당이 위치해 있었으며, 이곳에서 참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베트남의 불교 신자들은 이곳에서 진심으로 기도하고,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다시 맞은편으로 돌아와서 팻말이 있는 표지판이 있는 입구를 넘어 다른 곳으로 들어가본다.
링엄사(영흥사)는 베트남을 탈출하여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희생된 약 45만명의 보트피플 영혼을 달래기 위해’ 세운 절이다.
‘보트피플’은 1975년 공산화 전․후 해로를 통해 탈출을 시도했던 베트남 난민을 말한다. 잠시 희생된 보트피플의 명복을 빌어본다.
날씨가 엄청 덥지 않고, 비온디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언덕쪽으로 다시 올라가본다. 이곳을 구경하기 정말 적당한 날씨라는 걸 다시한번 느낀다.
링엄사 앞마당에는 보리수를 비롯한 다양한 대형 분재 화분들로 장식됐다.
우리나라 절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다낭에는 유명한 불교 사원이 많았다.
불교는 베트남의 전반적인 문화 일부분으로 대다수 국민이 믿는다고 한다.
링엄사의 상징인 해수관음상의 높이는 67m다. 세계에서 두 번째 높다고 한다.
건물 30층 높이라고 하는 해수관음상은 평온하고 인자한 얼굴로 바다에 떠도는 영혼들을 아우르듯 미케 해변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 관음상이 지어지고 나서부터는 적어도 이 근방 미케비치의 바다에는 해일이나 큰 파도로 인한 인명피해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다낭 사람들에게는 꽤나 신통방통한 장소라고 한다.
해수관음상은 직경 35m 연꽃받침 위에 올려져 있다. 연꽃받침 바로 밑에는 법당을 배치하여 기도의 장을 마련했다.
불상 아래로는 작은 계단이 이어져 있고, 보살상 내부를 관람하거나 많은 이들이 기도하고 있었다.
불상 내부에는 여러 개의 작은 방들이 있었고 각각 방에는 다양한 불상들이 모셔져 있었다. 조용히 건강을 빌었고,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가만히 불상들을 좀 더지켜보다 나왔다.
이 문을 넘으면 가슴이 뻥 뚫리는 바다 뷰를 볼 수 있었다.
링엄사는 불상이 아니더라도 바다 뷰만으로도 올만한 곳이었다.
다낭인들에게도 이곳은 불교 명절이나 중요한 기념일에는 참배를 하러 오고, 평소에도 기도를 하거나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자주 방문한다고 하니,
그들에게는 또하나의 휴식처와 안식처가 되는 듯 했다.
링엄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평화로운 장소였다.
사원 곳곳에 놓인 불상들과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웅장한 관세음보살상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경이로웠지만,
이곳에서 느낀 평화로움과 고요함이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낭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링엄사는 꼭 추천하고 싶은 명소다.
불교문화를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다낭시내를 한번에도 볼 수 있으니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찾아서 평화로움을 느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