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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드는 단풍이 아닌 풀꽃에 드는 단풍. 100년도 전부터 빗자루를 만드는데 쓰였던 댑싸리는 여름에는 초록으로 싱그럽다가 가을이 되면 황금색에서 붉은 장미빛으로 변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가을 풍경이 단풍, 국화 일색에서 섬세해지고 다양해졌다. 누구나 좋아하는 단풍의 오묘한 색에 비할 수는 없다 하여도 다채롭게 변하는 가을색을 만나면 또 다른 가을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선택한 여행지가 연천 댑싸리 공원이다. 몽글거리는 솜뭉치가 굴러다니는 것 같은 풍경을 만드는 댑싸리, 2만여 그루의 댑싸리가 자라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연천으로 떠나보자.
가을은 단풍의 계절
환상적인 가을색, 댑싸리
가을 하면 떠올리는 색은 나무에 물든 단풍이다. 단풍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기후 변화로 식물의 잎이 붉은 빛이나 누런 빛으로 변하는 형상, 또는 그렇게 변한 잎'을 말한다. 가을이 깊어가면 단풍나무류는 빨갛게 물들어 화려해지고 참나무류는 갈빛으로 물들어 은은한 색을 보여준다. 은행나무의 황금빛 노랑도 대표적인 가을색중 하나다. 나무가 이렇게 물들 때 풀은 짧게 스러져간다. 사람들은 풀잎에 든 단풍이 너무나 짧게 사라져서 발견할 새가 없다.
풀이지만 오래도록 단풍을 보여주는 식물이 있다. 댑싸리다. 댑싸리는 초가을부터 늦가을까지 가을을 환상적인 색감으로 채색하는 일년생 풀이다. 그 생김새를 보면 왠지 우리나라 식물 같지가 않다. 역시나 우리나라 토종 식물은 아니다. 그렇다고 최근에 우리나라에 수입된 핑크뮬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역사를 가졌다.
댑싸리를 활용한 생활용품을 사용한 것은 조선왕조 때부터다. 100년도 전부터 우리나라의 기후와 토양에 적응을 마친 식물이다. 잎이 시들어 갈색이 되면 거꾸로 매달아 말린 다음 묶어서 빗자루로 사용했다. 댑싸리의 용도는 주로 빗자루를 만드는 데 쓰였고 돗자리를 만들거나 가축 사료에도 사용했다. 사료용으로 많이 사용했지만, 독성이 있어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소, 양, 말 등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다른 사료와 배합하여 적절하게 사용해야만 한다.
독은 약과 통한다고 했던가? 전통의학에서는 천식, 기침, 요로 감염과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데에도 사용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쓰임새에 따라 댑싸리라 부르고 영어명으로는 burning bush 또는 summer cypress다. 늦가을에 잎이 빨갛게 변한 모습은 불타는 덤불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어권에서는 댑싸리의 형태을 보고 이름을 붙인 듯하다. 가을에 보여주는 화려한 색감때문에 단풍을 위해 심는 가장 인기있는 식물 중 하나다. 댑싸리 꽃말은 겸허, 청초한 미인이다.
수년 전만 하여도 댑싸리는 그리 눈에 띄는 식물이 아니었다. 빗자루를 만들기 위해 담벼락 근처에 몇 그루 심었던 것이 플라스틱 빗자루의 등장으로 심지 않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개인 정원이나 조경녹화, 공원 등 댑싸리를 심은 곳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둥그런 형태로 자라는 댑싸리는 봄과 여름에는 녹색으로 싱그러움을 보여주다가 날씨가 쌀쌀해지면 잎의 색상이 조금씩 변한다. 붉은색으로 일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라데이션 효과를 주듯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달라진다. 녹색에 노란빛이 스며들다 점차 짙은 장미색으로 변한다. 절정을 넘어서면 갈색으로 마른다.
댑싸리 대표 여행지
경기도 연천 댑싸리공원
경기도에 댑싸리가 대규모로 심어져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공원이 있다. DMZ 근처에 있어 군부대나 떠올리던 연천은 경기도에서 가장 작은 군이다. 사람들이 점차 떠나가는 이곳을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려는 노력에 앞장선 것은 삼곶리 마을 사람들이다. 주민들이 댑싸리를 관상용으로 심기 시작한 게 2021년부터다. 댑싸리는 일년생이라서 매년 새로 씨를 뿌리고 가꾸어야 한다. 지금의 풍경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삼곶리 마을 사람들의 땀을 떠올리면 잘 가꾸어진 꽃밭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연천 댑싸리공원은 입장료가 무료다. 규모는 약 3만m²에 이르며 2만여 그루의 댑싸리가 심겨 있어 장관을 이룬다. 그늘이 없어 화려한 원색의 우산을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다. 그늘을 피하는 용도보다 멋진 사진을 남기기 위해 우산을 대여하는 이들이 많다.
주차장에서 공원 입구를 지나자 푹신해 보이는 원형의 댑싸리가 가득한 꽃밭이 나온다. 오른쪽으로는 연못이 있고 그 주변으로 황화코스모스, 청보라색 아스타와 어우러져 가을의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작은 언덕에 올라서면 아래로 펼쳐지는 댑싸리의 향연에 고운 가을 그림을 만나는 듯하다. 입구 쪽 댑싸리는 단풍이 덜 들었다. 그래서 더 오묘하다. 자연색의 아름다움이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유일한 그늘이라도 되는 듯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곳이 이곳 연천 댑싸리공원의 원주인이 있는 곳이다. 백제 시대의 무덤인 돌무지무덤이 150년 된 뽕나무 옆으로 있다. 임진강에서 가져온 강자갈로 무덤을 쌓았다고 하는데 시간이 오래된 탓인지 형태는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꽃 여행지에서 만나는 역사의 흔적은 여행을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다.
뽕나무에서 시작된 황하코스모스 길이 가을바람에 흔들린다. 왼쪽은 코스모스, 오른쪽은 댑싸리 그 사이를 걸어가며 입구 쪽보다 짙게 물든 댑싸리 색의 화려함에 빠져든다. 가끔 갈색으로 변한 댑싸리도 보이는데 그조차도 가을답고 멋스럽다.
가장 진하게 색이 물든 곳은 포토존인 천국의 계단 근처다. 계단을 올라서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갈 것만 같다.
이외에도 여러 형태의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입구에서 빌린 컬러플한 우산을 활용해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연천 댑싸리공원
경기 연천군 중면 삼곶리 422
입장료 무료, 주차비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