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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나라 태국, 그 중에서 특색있는 맛을 선보이는 이싼 지역 치앙마이
치앙마이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식들을 만나요!
미식으로 유명한 나라 태국에서 치앙마이는 '이싼(อีสาน)' 지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태국의 동북부 지역을 통칭하는 이싼은 '태국의 주방'으로 불리며, 이곳의 요리는 주변에 있는 라오스와 캄보디아의 영향을 받아 허브와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매우면서도 다채로운 풍미를 자랑하는 요리들은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다.
처음 치앙마이를 여행할 때만 해도,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모든 요리들을 먹어보리라 다짐했었다. 그래서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저렴한 가격의 식당에서부터 고급스러움이 스며나오는 레스토랑까지 다니며 열심히 미식 탐방을 즐겼다. 일주일 넘게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탐험에 임했지만, 그럼에도 먹어보지 못한 요리가 수두룩했다.
돼지껍질을 바삭하게 튀겨 남프릭과 함께 먹는 '캡무(แคบหมู)', 돼지고기를 기반으로 찹쌀, 마늘 등을 첨가해 발효시켜서 시큼한 맛이 특징인 소시지인 '싸이끄럭이싼(ไส้กรอกอีสาน)', 라오스 요리기도 하지만 이싼 요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다진 고기 샐러드 '라브(ลาบ)', 해장국으로 인기 있다는 '톰 삽(ต้มแซ่บ)', 원형 쟁반에 다양한 태국 음식을 담아내어 우리로 치면 백반 같은 '칸톡(ขันโตก)' 등과 같은 다양한 요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 번의 여행 일정 속에서 이 음식들을 도전할 기회는 없었다. 생각보다 우리의 입맛은 한국 그 자체였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태국 북부 요리 중에서 우리가 그리워하고 다시 먹어본 음식은 별난 것 없이, 소소했다. 태국 사람들에게 김치처럼 여겨지는 쏨땀, 전 세계 어딜 가나 사랑받는 식재료인 닭을 구운 까이양, 3천 원이 안되는 가격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어묵 국수와 카오소이, 그리고 부스스하게 흩어지는 안남미밥과 달리 찰기가 넘치는 찹쌀밥, 카오니아오(ข้าวเหนียว)였다.
아무리 전 세계에 있는 식재료를 편견 없이 좋아하려고 노력해도 어릴 적부터 형성되어버린 입맛은 버리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치앙마이 음식이 한국 사람들에게 친절하다는 사실이 퍽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첫 여행 때는 잘 몰라서 유명하다는 곳이라고 하면 무조건 먹었지만, 두 번째 여행쯤 되니 우리의 입맛에 맞는 곳을 골라서 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런 의미로 두 번 이상 간 맛집은 쏨땀과 까이양이 유명한 맛집이었다. 님만해민의 번잡한 거리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한 이곳은 어떻게 보면 아는 사람만 가는 맛집처럼 보이지만, 이미 한국 관광객들도 다 아는 유명한 곳이다.
처음 여행 때 맛 본 촉촉한 닭구이의 맛과 이에 어울리는 짭조름하면서도 살짝 단맛이 있는 옥수수 쏨땀이 그리워져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몇 년 전 여행 때와 비교했을 때 별로 달라지지 않은 식당의 모습에 한 번, 그리고 변함없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맛에 또 한 번 행복함을 느꼈다.
여기에 하나 더, 쏨땀에 쓰이는 얇게 채 썬 파파야를 전처럼 구워낸 튀김이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별 것 아닌데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웃음이 나왔다. 배부르고 행복하게 식당을 나서면서, 현지인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에게 끊임없이 극찬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묵 국수 또한 치앙마이를 그리워하게 만든 요리 중 하나였다. 이름 그대로 국수와 어묵만 있을 뿐인데, 왜 이 맛을 그리워하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첫 여행 때 갔던 맛집을 다시 들르는 것도 좋았겠지만, 이번에는 여행 인플루언서가 추천하는 찐 맛집을 가기로 했고,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어묵 국수의 매력은 수수한 국수 그 자체도 있지만,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여러 소스들을 더하면서 달라지는 맛의 변화에 있다.
그와 더불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사이드 메뉴들은 국수의 맛을 극대화하는데 일조한다. 특히 사이드 메뉴는 식당마다 다르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맛 본 어묵 국수 가게에서는 여러 어묵들이 반찬처럼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생선 껍질을 튀긴 것도 인기가 많았다.
이번에 찾은 가게에서는 튀긴 어묵과 튀긴 완탕이 인기 메뉴였다. 바삭함이 남다른 두 메뉴를 맛보며, 국수만큼이나 매력적인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가게에서는 놀랍게도 돼지 등뼈를 이용한 국물 요리, '랭쌥(แซ่บเล้ง)'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국수보다 더 큰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요리였지만, 현지인들은 반찬처럼 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재밌었고, 입 또한 즐거웠다.
이번 여행을 통해 가장 놀라웠던 점은 입에 대고 싶지 않다고 여긴 망고밥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아침 마켓의 푸드코트에서 우연히 마주한 이 메뉴는 생각보다 망고와 밥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은은하게 달면서 짭조름함도 함께 느낄 수 있게 양념된 밥에 신선한 망고가 함께 하니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다. 푸드코트에서 이곳을 대표하는 여러 음식을 맛보았지만, 망고밥처럼 우리를 놀라게 한 메뉴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도전이었다.
치앙마이에서 맛볼 수 있는 요리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국적만큼 다양하다. 이싼 지역뿐만 아니라 중부, 남부 요리도 함께 맛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할머니가 가지고 있던 레시피에 현대적인 감성을 녹여낸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는 예상치 못하게 눈과 입을 즐겁게 만드는 경험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먹은 독특한 형태의 태국식 오믈렛과 김치찌개와 유사한 맛을 냈던 깽쏨(แกงส้ม)은 여행을 다녀와서도 계속 생각날 만큼 독특했다.
또 한 번 치앙마이를 다시 보게 되었던 점은 현지 음식만큼이나 서양 음식 또한 수준이 꽤 높았다는 것이다. 치앙마이를 찾는 서양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발전한 듯 싶었다.
화덕에서 바로 구워 담백함이 일품이었던 이탈리안 피자, 주문과 동시에 면을 뽑고 현지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다채로운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생면 파스타, 진짜 멕시코 사람이 만든 것 같은 타코와 나초, 입에 넣자마자 저절로 건강이 염려될 정도의 느끼함을 자랑했던 햄버거 등, 다양한 서양 요리가 우리의 입을 즐겁게 했다. 동양에서 서양까지, 치앙마이 사람들의 요리 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순간들이었다.
모든 면이 완벽했던 음식들의 향연으로 여행을 하면서 몸무게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지만, 치앙마이의 진가를 제대로 맛볼 수 있었던 순간들을 보낼 수 있었기에 후회는 없다. 아니, 그저 다시 치앙마이로 떠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