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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FUKUOKA
후쿠오카 여행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조화>라고 말하고 싶다. 후쿠오카 인근에 있는 벳푸와 유후인은 료칸이라는 일본 특유의 숙박 시설이 있어 온천과 식사를 모두 해결하는 힐링 여행을 선사하고, 다자이후는 고즈넉한 풍경으로 일본 특유의 감성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후쿠오카는 미식의 도시로 맛있는 것들 투성이다. 먹을 게 너무나도 많고, 돈코츠 라멘, 멘타이코, 모츠나베 등 후쿠오카를 대변하는 음식들이 즐비해 있다. 오늘은 그 미식 여행의 끝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맛있는 것 투성이인 후쿠오카에 대해.
야끼니꾸가 한국에서 유래된 음식인 걸 아시나요?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 야끼니꾸. 1인 식사가 많아진 일본엔 개인 화로에 구워먹는 야끼니꾸가 인기가 많다. 작은 화로에 소고기를 구워먹는 음식. 일본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음식은 당연히 꼭 먹어야하는 음식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그런 야끼니꾸 또한 모츠나베와 같이 한국에서 넘어온 요리다. 야끼니꾸는 한국의 <불고기>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만들어진 음식으로 불에 굽는 고기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일본은 675년, 불교의 영향으로 살생금지령이 내려졌고, 그 이후 에도시대 말까지 약 1200년간 육류를 먹는 것이 금지되었다. 그 시절 최고의 불효가 고기를 먹는 것이라 할 정도니 말 다했다. 그런 일본에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스키야키라는 구이 요리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는데, 처음엔 농기구인 가래 위에 고기를 구워 먹을 정도로 육류 조리법이 낙후 되어있었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 시기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교포들에 의해 <한국식 불고기>가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어 야끼니꾸로 발전하였다.
1965년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를 전후로 하여 일본 내 한국 음식점에서 야끼니꾸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야끼니꾸는 불고기와 달리 고기를 양념에 재우지 않고, 먹기 직전에 양념하여 간장으로 만든 다레 소스에 찍어 먹는다. 또한, 소고기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나 닭고기도 재료로 사용한다는 점이 불고기와는 또 다르다.
후쿠오카 바쿠로
후쿠오카에는 야끼니꾸 맛집이 즐비하고 있었다. 그중 바쿠로라는 곳은 이미 한국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장소였다. 야끼니꾸 특성상 금액대가 높아 아무 곳이나 가기엔 그렇고 검증된 곳을 가고 싶은 마음에 나는 이곳을 선택했다. 바쿠로는 흑모 와규를 사용하는 곳이었다. 자사 목장에서 공급 받는 와규를 사용하여 등심, 희귀 부위 등을 맛 볼 수 있었다. 바쿠로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먹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보통 예약은 구글에서 할 수 있는데,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먹을 수가 없다. 극 P인 성향의 나는 예약이고 뭐고 대충 가면 먹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고, 예약하지 않고 5시 30분쯤 매장에 방문했다.
예약 없이도 먹을 수 있어
이걸 럭키비키라고 하는 게 맞는 걸까. 5시 30분에 방문하니, 예약 여부를 먼저 물었다. 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하니 직원은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카운터로 향했다. 그리곤, 내게 7시까지만 식사를 할 수 있는데 괜찮냐고 물었다. 1시간 30분 동안 식사를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선 너무나도 충분했다. 무조건 괜찮다고 하고, 자리를 잡았다.
가장 먼저 주문한 메뉴는 설로인이었다. 설로인은 소의 부위 중 허리 윗부분에 해당하는 살이라 근내지방이 잘 생기지 않아 기름기가 많고, 부드러운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설로인을 주문하면 두 덩이가 나오는데, 이 부위는 특수한 부위라 직접 구워주었다. 좋은 소고기를 먹을 때 입에서 녹는 경험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설로인은 그것의 끝판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부위다. 계란 노른자에 찍어 먹으면 극락을 맛볼 수 있는 게 설로인이었다. 하지만, 기름기가 많아 먹으면 먹을수록 그 맛의 깊음이 사라지고, 느끼함이 더 커진다.
설로인 다음으로 모둠과 함께 나마비루를 시켰다. 부위를 전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맛이 다 각양각색이고, 어떤 것은 입에서 저항감이 조금 느껴져 씹는 식감을 선사하고, 어떤 부위는 설로인과 등심 사이의 느낌으로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을 주었다. 바쿠로가 왜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 바쿠로의 야끼니꾸는 실패 없는 맛이었다.
바쿠로 근처 캐널시티
식사를 마치고, 근처의 캐널시티로 이동했다. 캐널시티는 쇼핑을 하러 후쿠오카를 오는 사람들에겐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브랜드와 아이템이 많기 때문이다. 쇼핑에 관심이 없는 나에게도 캐널시티는 흥미로운 장소였다. 정각이 되면 분수쇼가 진행이 되는데, 분수쇼가 생각보다 퀄리티가 높다. 건담 시리즈가 벽 스크린에 나오며 분수와 함께 움직여 댄다. 식사를 하고, 구경하기에 충분했던 캐널시티였다.
후쿠오카가 본점인 이치란 라멘
캐널시티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숙소가 있는 하카타역으로 돌아왔다. 야식이 당기는 11시쯤, 밖에서 식사를 한 번 더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밤이기에 조금 무리하더라도 이치란 라멘을 가기로 했다. 이치란 라멘은 이미 한국 관광객들에겐 정평이 나있고, 일본 전역에서 맛볼 수 있는 라멘집이다. 그런 이치란 라멘이 후쿠오카에 본점을 두고 있다. 5층짜리 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 이치란 총 본점. 나는 그곳까지 가기엔 거리가 멀어 근처에 있는 하카타 이치란 라멘집을 방문했다. 맛을 직접 고를 수 있어 맵기를 4배로 하고 먹었는데, 그래도 신라면보단 덜 맵다. 이치란은 역시 이치란이라고, 어느 지역이든 먹어도 먹어도 맛있다.
후쿠오카의 마지막 밤을 이치란과 야끼니꾸로 보낸 나는 식도락 여행도 퍼펙트하게 보낼 수 있었다. 힐링과 맛 두 가지를 모두 잡는 후쿠오카. 누구에겐 지루한 도시라고 말하지만, 내게는 흥미로운 점이 많은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