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실향민들의 삶의터전, 그곳에서 느껴본 어제와 오늘
좋은 기회로 속초를 여행할 수 있었다. 한 때, 여행잡지에서 우연히 봤던 대관람차의 존재에 꼭 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곳. 덕분에 나는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었고, 여유롭게 지인과 같이 산책로를 걸으며 동해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할 수 있었다. 대부분 이곳에서 물회 또는 닭강정을 먹는다고 했었는데, 그저 카메라 하나들고 유유히 바닷가 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걷기만 했던 것 같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가끔은 이런 순간들을 갈구하는 스스로를 볼 때,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도 같이 갖게 되면서 말이다.
사실, 속초를 여행하게 됐을 때, 꼭 한 번 가보고 싶은곳이 있었다. 예쁘고 화려하며 풍경좋은 곳들도 많지만, 우리네 조부모님 세대 분들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곳. 아바이마을과 관련된 이야기다. 어렸을 적, 텔레비전 너머로 들려오는 단어 하나가 지금껏 그곳에 대한 호기심을 낳게 됐다. 어떤 곳이지? 뭐 하는 곳이지? 드라마도 찍었다고? 갖가지 질문들이 내 머릿속을 강하게 채웠던 순간. 넌지시 알고 있는것과 직접 다녀와보는 것은 큰 차이점이 있기에, 이번 여행을 통해 꼭 방문코자 스스로 다짐을 수차례 했던 것 같다.
1. 아바이마을
동해나 서해나 지역 상관없이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후폭풍은 아주 찐득하다. 크게 돌아온 산책로를 뒤로한 채, 카페에서 휴식을 취한 뒤 찾은 곳, 아바이마을. 숙소로 돌아가는길에 들어본 생각이였지만, 그 땐 그냥 지도 어플로 위치를 확인, 택시를 불러 이곳까지 편하게 갈 생각만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아바이마을로 들어가는 고유의 방법이 있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됐고, 다행스럽게도 그 방법을 통해 건너편에 자리한 선착장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흐린날, 해질녘에 해변가에 사람들은 많이 없었는데, 그로부터 느껴지던 황량함이 왠지모를 쓸쓸함을 가져다줬다. 택시는 바닷가 앞 해설자분들이 계신분에 세워줬고, 퇴근을 앞둔 그 분들을 통해 아바이마을과 관련된 간략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가야돼' 라기 보다는, 마을 전체를 살펴볼 수 있는 곳. 아주 오랜만에 본능과 감각을 활용해서 다녀야만 하는 순간인 것이다. 해외에서 종종 마주했던 그 순간이 바로 속초일 줄은 꿈에도 몰랐고 말이다.
우선, '아바이'를 들었을때 난 '아버지'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건 평안도 사투리였으며 이곳은 함경도에서 부터 피난온 분들이 모여있는 곳. 함경도 사투리로 '아바이'는 '할아버지'를 뜻한다는 사실부터 알 수 있었다. 중공군이 본격 한국전쟁에 개입하면서 흥남철수 당시 철수하던 사람들과 같이 내려온 실향민들이 모여 살던 곳. 휴전선이 그어지고 더 이상 자유로이 왕래가 불가했지만, 그 시간이 상당히 오래되니 그 또한 이곳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듯 했다.
확실히 속초 번화가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였을까? 기다랗게 놓여있는 설악대교 하나만 건너왔을 뿐인데 마을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이곳만이 간직한 무언가가 느껴질 정도. 그렇다고 이곳에서 북한 지역의 무언가가 느껴지는건 아닐테지만, 마을 구석구석 돌아보니 잘 정비된 골목길과 여전히 이곳에서 삶을 일궈가는 분들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공개된 정보와 해설자 분의 말씀을 통해 상당부분 이해가 가능했다.
휴전이 결정된 뒤, 이곳에 살아계신 1세대 분들은 안계신다는 말씀. 2, 3 세대 분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탈하셨거나 살고계신다고 하시는데, 한 때 어업에 종사했던 분들은 대부분 요식업이나 카페 그리고 아바이마을을 찾는 분들을 상대하는 관광업에 종사하신다고 한다. 이후, 이곳에서 드라마 가을동화가 촬영되며 본격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고 하니, 그 변화의 흐름도 짐작할 법 하다. 공개된 정보의 한계는 분명 존재하기에, 나중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투어를 신청해 마을을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2. 갯배
아바이마을에서 즐길거리는 크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인 갯배다. 전혀 몰랐다. 이곳과 속초 중앙시장을 이어주던 별도의 교통수단이 있을줄은.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케이블 땟목(?) 과도 같은 것이라고 하며, 오직 속초 아바이마을에서만 체험할 수 있다고 하니, 고민없이 바로 선착장으로 향했다. 지도 어플에서도 위치가 표기되어 있어, 찾는데는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사전에 관련된 정보가 없었다면 다시금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갈 뻔 했다.
액티비티라고 말하는게 무안할 정도로 요금도 상당히 저렴했다. 성인 500원 속초시민은 무료.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로 배를 채운 뒤, 갯배에 몸을 맡겼다. 물론, 지금은 관광상품으로 활용되고 있었지만, 두 곳의 길이도 적당했으며, 운행방식또한 전통 그 자체였다. 갈고리 같은것을 배에 연결한 뒤, 사람들이 번갈아 끌어가며 배를 움직이는 방식이였는데, 지금은 모르겠으나, 당시에는 꽤나 중노동이였겠다 라는 생각과 덩치도 엄청났겠다 라는 생각을 갖게됐다.
현재, 민간에서 운영하다가 재정관련 문제로 속초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갯배. 구름 너머로 아름답게 사라지던 노을과 수려한 설악대교의 야경은 그저 속초 주변의 밤 풍경을 아주 아름답게 비춰주고 있을 뿐이다. 막막하다 라는 표현보다 애잔할 것 같다. 그렇다고 이곳이 '다크 투어리즘'의 그것이라고 생각이 들진 않았다. 하지만, 이곳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도 한 번 들어보고 싶었고, 조만간 속초를 한 번 더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것 같다.
잊지말고 갯배와 속초 닭강정은 꼭 챙겨먹어야겠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