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O의 아이슬란드 여행 이야기
제34화 - 블루라군의 멋진 식당, 모스 레스토랑
Episode 34 - Moss Restaurant, The Best Restaurant of Blue Lagoon
아이슬란드
TOMO의 아이슬란드 여행 이야기
Episode 34 - Moss Restaurant, The Best Restaurant of Blue Lagoon
아이슬란드
블루라군에는 온천욕뿐 아니라 미슐랭 가이드에 등록된 식당도 있다
블루라군으로 향하는 "험난한" 길
싱벨리어 국립공원에서 블루라군으로 향하는 길은 더할 나위 없이 편하다. 싱벨리어 국립공원과 블루라군 사이에 아이슬란드 수도인 레이캬비크가 있기 때문에 도로 환경이 정말 좋다. 아이슬란드의 고속도로라 여겨지는 1번 국도와 41번 국도는 말할 것도 없고, 싱벨리어 국립공원에서 레이캬비크로 가는 도로인 36번 국도 또한 상태가 아주 좋다. 링로드를 따라 여행하면서 비포장 도로도 많이 만났지만 아이슬란드 남부는 길 상태가 아주 좋아 운전하기에 힘들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에게 이런 사건이 닥칠지 상상도 못 했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에서 블루라군까지만 아내가 운전을 하고, 신혼여행 중 남은 일정은 전부 내가 운전하기로 했다. 블루라군까지 1시간 정도만 운전하면 되니 조금만 고생하고 블루라군에서 온천욕을 하면 피로가 싹 풀릴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게 웬걸. 레이캬비크를 지나 케플라비크로 가던 도중에 앞에서 꽝하는 굉음이 들렸다. 우리 차가 다른 차선으로 가는 테슬라 뒤꽁무니와 부딪혔던 것이다. 차를 갓길에 세우고 무슨 일인지 물어봤는데, 아내가 졸음운전을 하다가 차선을 침범해서 사고가 난 것이었다. 한편으로 화도 났지만 우선 사고 처리가 우선이라 테슬라 운전주였던 아이슬란드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했다. 다행히 우리가 외국인 여행자임을 배려해 주고 보험 들어서 괜찮을 거라면서 렌터카 회사 전화번호, 여권 사진, 사고 현장 사진만 찍고 5분 만에 사고 처리는 종결되었다. 우리 차는 사고 영향으로 경고등이 들어왔지만 운전은 할 수 있어 블루라군 일정을 소화하고 다음 날 케플라비크 국제공항 옆 렌터카 회사로 가기로 했다. 케플라비크 인근에서 사고가 난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아이슬란드 여행 이야기 34 - 레이캬네스 반도 (Reykjanes Peninsula)
레이캬네스 반도는 레이캬비크와 케플라비크 국제공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남쪽으로 넓게 퍼진 반도다. 레이캬네스 반도에 아이슬란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블루라군 (Blue Lagoon)이 있으며, 그 외에도 찾아가 볼 만한 관광지들이 많다. 이들 관광지 대부분은 활화산 주변에 밀집되어 있다. 레이캬네스 반도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는 케플라비크 (Keflavík)와 니아르드비크 (Njarðvík)다. 고래 관찰 투어를 할 수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인 가르두르 (Garður)와 산드게르디 (Sandgerði)는 국제공항 북서쪽으로 10분 정도만 운전해도 만날 수 있다. 레이캬네스 반도의 나머지는 남서쪽의 레이캬네스타 (Reykjanestá)부터 동쪽의 레이캬네스포크반구르 야생 보호 구역 (Reykjanesfólkvangur)로, 여러 층으로 된 화산 분화구, 미네랄 호수, 온천, 험준한 산맥, 해안가의 용암 지대 등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레이캬네스 반도는 지역의 로컬 문화와 특이한 지질 구조 (주상절리, 해저산맥, 지각판이 만나는 곳, 네 개의 화산 구조)를 연구하고 보존하기 위해 유네스코 지질공원 (Unesco Global Geopark)으로 지정되었다.
블루라군의 멋진 식사와 온천욕
블루라군은 온천욕도 유명하지만 미슐랭 가이드에 등록된 식당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모스 레스토랑 (Moss Restaurant)이다. 신혼여행 마지막 이틀 동안은 아이슬란드의 미슐랭 가이드 식당을 가기로 했으며, 모스 레스토랑도 그중 하나였다. 사고가 난 뒤라 예약 시간인 18:30에 가는 게 빠듯했기에 얼른 주차를 하고 모스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블루라군의 풍경이 너무나 멋졌지만, 아내는 사고를 낸 죄책감과 걱정으로 계속 울상이었다. 나는 우리가 안 다치고 (비록 비싸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니 괜찮다고 안심을 시켰다. 멋진 식당에 들어가서도 울상이면 사진도 못 찍는다고 계속 위로를 해주며 5분 정도 늦게 식당에 들어갔다.
모스 레스토랑은 블루라군의 호텔인 리트릿 호텔 (Retreat Hotel) 건물에 있는 식당으로 구르메 테이스팅 메뉴 (Gourmet Tasting Menu)를 제공하고 있다. 식당 창문 밖으로 화산들이 펼쳐진 풍경이 보인다. 메뉴 구성은 자주 바뀌며, 비트 뿌리, 블루치즈, 마늘·버터가 어우러진 랑구스틴, 양파·순무·겨자·고기 국물이 있는 양고기와 같이 아이슬란드의 식재료 중 제철인 것들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 애피타이저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스낵, 그리고 화산을 떠올리게 만드는 검은 빵이 나왔다. 치즈를 곁들여 먹는 검은 빵이 정말 부드럽고 맛있어 놀랐다. 뒤이어 붉은 야채로 만든 수프가 나오고 토마토로 만든 야채 요리가 나왔다. 아이슬란드의 토양이 척박하기 때문에 야채는 다른 나라에서 공급받을 수밖에 없지만 코스 요리를 구성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듯했다.
아이슬란드 식재료로 만든 요리는 캐비어가 올려진 랑구스틴부터 시작했다. 회픈에서 랑구스틴을 먹은 이후로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먹는 랑구스틴도 너무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 뒤엔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생선, 북극 곤들매기가 나왔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첫날 바로 먹은 북극 곤들매기가 생각나는 강렬한 맛이었다. 메인 요리는 각종 야채가 어우러진 양고기 스테이크로, 아이슬란드 식재료의 정점을 보여주는 요리였다.
코스 요리의 마지막은 두 가지 디저트였는데, 두 번째 디저트인 마카롱이 인상적이었다. 맛보다는 화산 지형에 올려진 마카롱이라 비주얼적인 부분이 강렬했다. 보너스로 신혼여행 기념 깜짝 디저트가 나왔다. 신혼여행으로 왔다고 하니 기념으로 하트모양 초콜릿과 함께 마들렌, 마카롱, 화산 초콜릿을 준비해 준 것이다.
식사를 끝내고 나니 아내도 기분이 많이 풀렸는지 큰 걱정은 없어 보였다. 나 또한 이제 블루라군에 몸을 담그고 걱정을 다 털어버리면 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고가 나도 화내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신혼여행 때 알아서 다행이었다. 이제 블루라군에 몸을 담그면서 몇 시간 쉬어가면 사고의 기억이 조금이나마 희미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