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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에펠탑이 있다면, 아이슬란드엔 블루 라군이 있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호수, 블루 라군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파리에 에펠탑이 있다면 아이슬란드엔 블루 라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들쭉날쭉하고 이끼로 뒤덮인 용암 지대로 둘러싸인 우윳 빛깔의 청록색 호수는 가까운 곳에 있는 스바트센끼 지열 발전소 (Svartsengi geothermal plant)에 의해 온천수를 공급받고 있다. 발전소의 은색 타워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와 대조적인 모습으로, 블루 라군을 즐기는 사람들은 하얀색 실리카 머드로 덮인 온천을 즐기고 있다.
아이슬란드 여행 이야기 35 - 블루 라군 (Blue Lagoon)
광활한 검은색 용암 지대에서 홀로 하늘색을 띠고 있는 블루 라군의 물은 미래 지향적인 스바트센끼 지열 발전소에서 공급받는다. 지열 발전소의 은색 타워는 쉴 새 없이 증기를 뿜어내고 있으며, 사람들은 하얀색 실리카 머드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한쪽에서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가 돌아가고 있고, 다른 한쪽에는 휴양 시설이 있는 장면은 다른 세상의 풍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몇몇 사람들은 블루 라군이 너무 상업적이고 붐빈다고 하지만,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은 없으므로 꼭 한 번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슬란드 방문 전에 반드시 미리 예약해야 갈 수 있다.
블루 라군의 온천수는 70%의 바닷물, 30%의 담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온도는 38℃로 온천욕을 즐기기에 알맞다. 청록색 조류, 미네랄 성분, 실리카 머드가 풍부하여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고 각질을 제거해 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엔 아기 엉덩이처럼 부드럽고 매끈한 피부가 된다는 뜻이다. 온천수가 솟아 나오는 곳 근처가 가장 뜨거우며, 표면이 바닥보다 몇 도 더 높다.
블루 라군은 여행객들을 끌어모으려는 목적으로 거대하고 현대적인 시설을 구비했다. 탈의실, 식당, 호텔, 스파, 기념품 가게가 있으며, 블루라군으로 들어가면 욕조, 사우나, 스팀 사우나, 바, 뜨거운 물이 쏟아져 마사지를 즐길 수 있는 폭포가 있다. VIP 구역도 있는데, 얕은 물에서 걸어 다니는 구역, 라운지, 전망 공간이 따로 구비되어 있다. 리트릿 스파 (Retreat Spa), 모스 레스토랑 (Moss Restaurant), 5성급 호텔인 리트릿 호텔 (Retreat Hotel)이 모두 블루 라군의 시설들이다.
블루 라군의 프리미엄 티켓에는 머드팩, 슬리퍼, 목욕 가운이 포함되어 있으며, 라바 식당 (LAVA Restaurant)에서 스파클링 와인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블루 라군의 경치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산책길을 따라 걸을 수 있으며, 산책길 끝자락에는 실리카 호텔 (Silica Hotel)이 있다. 블루 라군으로 가려면 케플라비크와 그린다비크를 연결하는 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블루 라군의 온천욕을 즐긴 뒤, 케플라비크로 가다
블루 라군은 그 명성대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아이슬란드의 상징이었다. 아이슬란드 북동부에 위치한 뮈바튼 네이처 배스도 블루 라군과 비슷하게 에메랄드빛 온천수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규모는 블루 라군과 비할 바 아니다. 또 다른 차이점으로는 뮈바튼 네이처 배스는 자연적으로 만든 온천인 반면, 블루 라군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온천이라는 것이다. 블루 라군은 지열 발전소에서 난방수를 공급하려는 목적으로 지하수를 추출했지만 실리카 성분이 많아 배관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로 물을 용암 지대에 흘려보내 만들어졌다. 머드가 쌓이고 온천처럼 변하게 되자 용기 있는 젊은이 하나가 여기서 온천욕을 시도했으며 피부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 이후 1986년부터 블루 라군은 관광지로 개발되어 아이슬란드를 찾은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된 것이다.
아이슬란드로 떠나기 세 달 전에 티켓을 예약하고 블루 라군으로 왔는데, 미리 예약한 것이 정말 다행일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블루 라군 티켓은 시간대 별로 예약할 수 있으며, 해당 시간대에 정해진 인원이 다 차면 매진되었다고 나온다. 인원수를 적절하게 조절하기 때문에 블루 라군이 사람들로 가득 차지는 않았으며, 우리가 방문한 밤 시간대에는 더욱 여유롭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었다.
모스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든든한 상태로 온천에 들어가니 나른한 기분이 온몸으로 퍼졌다. 블루 라군에 들어가면 맥주를 한 잔 마실 수 있으며, 실리카 마스크 팩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맥주부터 마시고 온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 마스크 팩을 하기로 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블루 라군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면서 온천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에펠탑과 정말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권 가격이 높긴 하지만 블루 라군은 아이슬란드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풍경이기에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슬란드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블루 라군을 추천하고 싶다.
블루 라군에서 온천욕을 마치고 나니 교통사고의 기억이 흐릿해졌다. 내일 아침에 렌터카 회사에 연락해 어떻게 처리할지 물어보기로 하고, 케플라비크의 숙소였던 누판 딜럭스 (Nupan Deluxe)로 향했다. 누판 딜럭스는 B&B 형태의 숙소로, 케플라비크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욕조도 있으며, 공항까지 셔틀버스도 제공해주고 있다. 공용 공간에서 공짜 커피와 티도 제공되는 안락한 숙소로, 케플라비크에 숙박하고 싶은 이라면 추천하는 숙소 중 하나다. 늦은 시간까지 온천욕을 즐겼기에, 오후 11시 정도 (하지만 해는 지지 않았던)에 숙소에 도착했다. 아내와 나 둘 다 피곤한 상태였기에 들어가자마자 곯아떨어져 교통사고 걱정은 온데간데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