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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명소와 낮과 밤의 색다른 매력
경기도 연천은 임진강 바로 아래,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보니, 이곳에서 군대 생활을 보냈던 분이나 안보관광지의 대표 지역 중, 한 곳으로 기억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나 보다. 여하튼, 몇 년 전, 나는 이곳에서 한 밤 중에 별 사진을 찍으러 사진 모임 분들과 온 적이 있었다. 달이 없던 날, 별빛이 가득해 낭만 넘쳤던 그 날의 기억을 아직도 여실히 간직하고 있었는데, 날이 좋을 때, 이곳을 다시 찾게 됐다.
당시에도 차로 이동했을 때, 꽤나 이동시간이 길어 정말 엄청 멀구나 라고 혼자 생각했었다. 연천 여행의 시작지점으로, 분명 가을 시점이였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적, 해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기 직전의 순간이였다. 진짜 터 중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흙 벽 하나와 해바라기 명소 라는 사실이 입력되어 있었는데, 주변의 지형과 굽이쳐 흐르는 임진강의 모습은 이곳을 왜 연천 여행의 시작지점으로 골랐는지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어둠에 가려, 그 진면목을 확인하지 못했던 당시. 지금은 그 곳 전반의 매력을 오롯이 기억하게 됐다.
1. 낮과 밤
보통 성벽을 생각하면, 잠실 올림픽공원에 자리한 몽촌토성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백제의 위례성이였다고 추정되는 그곳은, 야트막한 언덕위에 오늘날 감성사진을 남기기 좋은 곳으로 나홀로나무와 함께 인기가 많았는데, 이번 여행을 기준으로 연천 호로고루도 그 목록에 포함될 것 같다. 주간에 이곳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낭만 가득했던 그 날 밤의 모습이 머릿속에 잔잔하면서도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때 준비했던 것은 카메라와 삼각대 그리고 발광력이 참으로 대단했던 랜턴 하나가 전부였다.
사람들이 신호를 주고, 몇 초가 지나가면 밤 하늘을 향해 빛을 쏘기 시작했다. 진짜 지금껏 봤던 것들보다 파워가 참 세다는 것을 알아채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셔터박스를 오래 열어둔 채, 렌턴을 들고 있는 분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밤 하늘의 화려함이 가득 담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몽골 여행 중, 봉고차 위에 올라가 누군가 시도했던 그 사진 처럼, 당시의 낭만 가득했던 순간을 몇 년 지난 지금까지잘 기억하고 있었다.
수백년 전, 당시 이곳은 개성과 서울을 잇는 요지를 방어하던 요새라고 한다. 성곽을 자세히 보여주시며, 그 사실을 설명해주시는데, 미처 찾아보지 못했던 내용들도 알 수 있어,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다. 위로 올라가면, 그 임진강의 지세와 주변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게 전망대 역할을 자처했는데, 주변에 움직이던 모든 것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전략적 요충지로 이곳이 왜 중히 여겨졌는지를 단 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역시 높은곳이 있다면, 일단 올라가 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무엇보다 이곳의 가치는 남쪽에 존재하는, 몇 안되는 고구려의 유적이라는 점. 당시, 해설을 담당해주셨던 분도 그 지점을 강조해 주셨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라 두 귀를 열고 경청한 뒤, 집에와서 따로 이곳에 대해 찾아봤다. "호로"와 "고루"라는 고구려식 지명에서 유래된 명칭에는 주변의 지형을 의식해 만든 것 처럼, 그 자체에 '둥근 방어 거점'이라는 뜻을 갖고 있었다. 특히, 토축으로 쌓아 올린 성벽은 당시의 건축 기술과 설계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앞에서 언급한, 별 사진 맛집은 물론, 다른 분들의 여행기를 살펴보면, 임진강 변 따라 산책을 즐기시는 분들도 많아 보였다. 물론, 우리는 다음 일정이 있어, 드넓게 주변을 돌아보진 못했지만, 성곽 주변에 포토존과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표식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덩달아 사람들이 시기에 맞춰, 이곳을 찾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는데, 바로 이곳 주변에 가득히 식재된 해바라기 군락지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처음, 그 모습을 사진으로 접했을 때, 정말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왔었다.
2. 꽃
보통, 해바라기는 연천 말고 경기도의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언젠가 부터 성곽을 뒤로 한 채, 꽃을 담은 사진들이 유행하며 많은 분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은 노을녘에 찍은 강렬한 느낌의 사진이였는데, 진짜 인간의 노력과 자연의 조화로움이 만들어 낸, 한 폭의 작품과도 같아 만약 저 사진이 여행사진 공모전에 제출된다면, 1등은 따놓은 당상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기준 생장상태가 좋지 못했다. 주변의 한 분 께서는 이것을 담고싶어 실황을 살피고 있었지만, 잦은 폭우와 좋지 못한 기상 상태로, 결국 온전한 모습을 보지 못 했다고 하나. 실제로 주변에 와보니, 사진의 그 구도에 잡힐법한 곳에 해바라기는 이미 고개가 축 쳐진 채, 저 위의 해를 쫓을 힘도 없어 보였다. 이곳에 온다고 해서, 나 또한 그 모습을 나름 기대하고 왔었는데, 아쉽게도 내년을 기약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좀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옆에는 그런 아쉬움을 달래줄 녀석들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로 코스모스의 존재였다. 게다가 꽃밭 한 가운데 사진찍기 좋게 별도의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나름 신경을 많이 쓴게 많이 보였다. 이후, 카메라를 들고 왔던 나를 포함, 다른 분들이 사진을 남기는데 조금 시간을 보낸 뒤, 꽃 밭 사이로 길이 나있는 곳을 왔다갔다 하며, 자세를 번걸아 취했는데, 날은 더웠어도 가을이 막 시작되고 있을 무렵이라 그 상태가 매우 좋았다.
사적지로서의 가치는 물론, 절기에 맞춰 다채로운 꽃도 같이 즐길 수 있는 곳. 연천은 지금 안보관광지에서 많은 분들이 찾는 서울 근교 관광지로 탈바꿈할 준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요즘은 문득, 눈이 내리지 않으려나? 라며 눈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깔끔하면서도 온화한 풍경이 한편으로 그려져 나름 기대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