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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P의 성향을 가진 아내와 나는 끌리는 게 있으면 그에 따라 여행을 이어갔다. 예를 들면 전혀 몰랐던 프랑스 혁명 기념일이 그러했고, 니스의 재즈 페스티벌이 그러했다. 그리고 마침내 말도 안되는 동선인 파리-니스-파리-샤모니라는 루트를 가게 만든 뚜르 드 프랑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뚜르 드 프랑스
뚜르 드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권위 있는 자전거 경주로, 매년 프랑스와 인근 국가에서 열린다. 이 대회는 1903년에 처음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며, 자전거 경주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자연경관과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 잡게 되었다. 뚜르 드 프랑스는 1903년 프랑스 신문사 "L'Auto"에 의해 창설되었다. 당시 L'Auto는 라이벌 신문사인 "Le Vélo"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었고, 판매를 증가시키기 위해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를 구상했다. 이 아이디어는 스포츠 기자 조르주 레페브르(Georges Lefèvre)가 제안했으며, 편집장인 앙리 데그랑주(Henri Desgrange)의 지지로 실현되었다.
첫 번째 뚜르 드 프랑스는 1903년 7월 1일부터 19일까지 열렸으며, 총 6개 구간(stage), 약 2,428km의 거리를 달렸다. 대회는 파리를 출발해 리옹, 마르세유, 툴루즈, 보르도, 낭트를 거쳐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되었다.
시작은 뚜르 드 프랑스. 즉 프랑스에서만 진행되는 경기였지만 점점 발전해서 주변 인접 국가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생겼다. 예를 들어 첫번째 스테이지인 그랜드 데파르의 경우 2022년에는 덴마크, 2015년에는 네덜란드, 2014년에는 영국에서 시작했으며, 일부 스테이지는 스페인, 독일, 벨기에, 스위스 등 다양한 국가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이는 뚜르 드 프랑스의 명성을 알리고 각 국가의 대표들 및 팀 팬들을 위한 홍보의 역할도 있지만, 행사가 나누어 진행되는 만큼 경제적인 효과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프랑스라는 이름이 붙은 경기임에도 자전거 대회 중에는 최고의 명성을 가지게 되었고, 넷플릭스나 기타 ott의 다큐에서도 그와 관련 된 내용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뚜르 드 프랑스의 여러 스테이지 경기가 다양한 곳에서 펼쳐진다면, 마지막 경기 만큼은 꼭 파리에서 마무리하게 된다. 파리 근교에서 시작해 파리 중심부로 도착하게 되는데 그 개선문을 기점으로 콩코드 광장 등 중심을 계속해서 돌며 거리를 채우고 사람들에게 환호 받는 마지막 경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관광객으로서는 이 경기가 있는 날이면 교통도 불편하고 특별한 관광지를 볼 수 없는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다. 그만큼 파리 내에서는 큰 행사이기도 하고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만약 개선문을 올라가는 등 하고 싶은 것을 미뤄야할 수도 있다.
일찍이 개선문을 조금 지난 역에서 걸어서 되돌아와 사람들이 모인 곳을 향했다. 이미 사람들로 가득하고 안전 펜스 가까운 곳은 자리가 없는 상황. 조금이라도 튀어 나와있는 지하철 입구라던지 그런 곳에 올라서 구경하는 사람이 많았다.
선수들이 오기 전 트랙에는 아주 다양한 스폰서들이 희한한 공연을 하는 차량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음료, 세재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의 홍보를 더불어 팀 홍보 등 사람들의 환호와 공연이 경기 시작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어 볼거리도 다양했다. 사실, 경기는 이미 시작했지만 근교에서부터 오기 때문에 이러한 홍보의 시간을 가지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안전 장치를 연결하여 차 위에서 춤을 추고 환호하며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뚜르 드 프랑스에는 다양한 팀이 있고, 운영하는 주체가 있다보니 관련 굿즈 상품도 많았다. 길에는 곳고세서 여러 기념품을 팔고 있었고, 때로는 팀 복을 파는 이동 트럭도 있었다.
이 당시 좋은 자리를 잡아 어떻게든 들어오는 선수들을 보는 게 목적이라 구경만 하고 슬쩍 넘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렇게 축제에 맞춰 찾아갔는데 왜 기념품 하나 안 사왔을까 아쉬운 마음이다. 이 경기 때문에 파리에 다시 돌아갈 정도였는데 말이다!
프랑스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뚜르 드 프랑스. 특히 자기 국가의 팀을 응원하는 가족들이 많았는데 어린애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다양한 팀복을 입고 어떻게든 아이들을 보여주려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세계적인 자전거 대회인 뚜르 드 프랑스가 이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일상에 가까운 문화겠구나 라는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끊임없이 기다리던 선수들. 그런데 사람들이 저 멀리서 환호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자전거를 탄 선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선두가 나타난 이후 엄청나게 많은 선수들이 쌩쌩 지나간다. 사고가 안나는 게 신기할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선수들로 가득해진 개선문 앞 샹젤리제 거리였다.
마지막 샹젤리제-개선문 구간은 거의 팬서비스를 위한 구간처럼 보였다. 그만큼 반복해서 이 구간을 달리고 있었다. 실제로는 이전의 스테이지들을 통해 종합 우승자는 결정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스프린터 경기로 스프린터 전문 선수들에게는 경쟁과 영광의 자리로 여겨지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종합 우승자의 승리를 축하하는 퍼포먼스와 팬서비스를 겸하는 날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있더 위치는 최종 골인 라인이 아니라 핸드폰으로 실시간 중계를 보는 이들도 많았다.
마침내 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은 우르르 한 방향으로 이동했다. 아마 시상대가 있는 장소로 가는 듯 했고, 가는 동안 종합우승자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환호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22년, 23년 2연패를 달성한 요나스 빙에고르 선수. 24년에는 2위를 장식한 세계적인 선수다.
저 멀리 보이던 시상대.
뚜르 드 프랑스는 사실 아내를 위해 찾아가게 되었다. 자전거는 따릉이만 타던 나였고, 아내는 철인 3종을 준비하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여러 종주를 이미 끝낸 만큼 자전거에 진심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에게 뚜르 드 프랑스는 특별하면서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결국에 여행은 다른 지역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보는 것이었고, 그들의 삶 속에서 이러한 경기와 행사가 얼마나 깊이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파리에 다시 간다면 굳이 이 시기에 맞춰 또 가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나에겐 특별한 기억으로 남은 뚜르 드 프랑스다.
자전거 귀걸이에서 얼마나 이 뚜르 드 프랑스 문화를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