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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가을 여행의 하이라이트 그리고 방대한 규모
처음 댑싸리를 접한 곳은 월드컵 경기장이 자리한 상암의 하늘공원이였다. 당시,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댑싸리의 모습은 그 질감이 매우 거칠었으며, 익기 전과 후의 모습이 지닌 매력이 상이했는데,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연천 임진강 유역에 자리한 댑싸리공원 이였다. 익어가기 전과 후의 모습 그리고 다른 가을 꽃들과 핑크뮬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었던 그곳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했다는 것이 다녀오신 분들의 공통된 의견이였다.
게다가 이번 연천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즈넉 한 곳에서 화려한 곳으로. 사진 찍어도 되나? 싶은 곳에서 사진 찍고 싶은 곳으로의 여행. 도착하자마자 주차장에 가득했던 차들은 물론, 입구부터 가득했던 사람들이 두 눈을 의심케 만들었는데,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던 대목이었다. 땀은 흘렀지만, 이 날을 기록하겠다고 두터운 우산까지 준비하는 그 열정이, 달랑 카메라 하나 만을 들고 이곳을 찾은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1. 가을의 화려함
가을의 색이 이렇게 다채로웠던가? 단순히 단풍과 은행나무만을 생각하고 하는 말이 아니다. 바닥에 식재된 댑싸리와 다른 풀들을 보다보니, 내가 모르는 가을의 그 색이 정말 많았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든다. 게다가 중간에 누가 염색이라도 한 듯 한 댑싸리의 모습이 섞여 있으니, 이것저것 골라서 조합도 해 보고 부지런히 발품도 팔아보며, 돌아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오랜만이였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담기 전, 잠시 카메라를 내려둔 채, 마냥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한 때가 말이다.
사전에 미리 이곳을 오신 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그 때 보다 많이 익었다는 말씀을 접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고 가만히 바라보다가 느껴지던 온도 눈에 보이는 것들을 보니, 내가 지금 맞게 느끼고 있는건지를 여러번 자문하게된다. 하지만, 절기상 가을은 가을. 확실히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댑싸리 주변 산책로인데, 색이 단순하게 하나라고만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구성을 자랑했다. 다른 분은 이미 본인만의 감각을 활용, 사진을 찍고자 주력하고 계셨는데, 이미 몇 장의 사진과 영상이 탄생중에 있었다.
마냥 여름은 아니였다. 해가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을 대, 느껴지던 따가움은 강조할 필요가 없었지만, 찰나에 먼발치에서 부터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이 맞긴 하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하늘과 땅이 따로 놀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한 없이 하늘이 높게 느껴지는 계절이라는데, 적어도 올해 만큼은 그 사실을 체감하기 너무 힘들었던 것도 맞는 것 같다. 평소라면, 아름다운 피사체라고 신나게 사진으로 담았을 오두막에 잠시 앉아 꽤나 오래 휴식의 시간을 청해본다.
그 가을의 빛과 사람들이 들고다니던 형광색 우산이 만나니, 생각보다 꽤나 괜찮은 조합이 탄생한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저 많은 우산을 들고 연천까지 왔을리는 만무하고, 입구에서 빌려줬던 것으로 생각이 나는데, 진짜 힘들긴 했나보다. 다시와서 그걸 빌릴거냐? 라고 물어본다면, 빨리 주변을 담은 뒤, 바깥으로 나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들이키고 싶다는 생각이 겨울인 지금도 드는걸 보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했던 점은 꽤나 그 조화가 감명깊게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2. 규모
이것을 어떻게 조성했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그 규모가 상당했다. 아니, 엄청났다. 분명, 내 기억으로는 다른 분들이 그렇게 넓지 않다고 했던 것 같은데, 끝날 만 하면 반대편에 또 다른 군락지가 형성돼 있었고, 댑싸리 끝나 있음 다른 곳에 핑크뮬리 또는 가을의 빛을 머금은 것들이 자리해 있었으니 말이다. 실로 엄청났지만, 또 그 만큼 아름답기도 했으니, 지친 육신을 이끌고 구석구석 신나게 누볐던 것 같다. 물론, 차로 돌아온 뒤, 자연스럽게 단잠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한 때, 올림픽공원 들꽃마루에서 부지런히 절기에 맞게 밭을 가꾸던 인부분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물론, 그렇게 열심히 가꿨다 하더라도, 만약 궂은 날씨로 인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 방대한 규모와 엄청난 양의 댑싸리를 보고 있자니, 그 분들의 수고에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지게 된다. 그렇다 해도 그 자체가 오래 가진 못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댑싸리는 다른 식물들 대비 그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었으니, 덕분에 두 눈이 즐거울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
호로고루에서 봤던 코스모스가 색을 달리하며,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줬다. 황화코스모스가 주변을 가득채웠던 당시, 정말 오랜만에 오리지널 코스모스의 자태를 눈에 담을 수 있어, 너무 반가웠고, 그 모습을 한 동안 꽤 오래 즐겼던 것 같다. 주변을 겨우 다 돌아본 뒤, 다른 댑싸리 군락지는 뒤로한 채, 잠시 흘러가는 가을의 모습을 즐겨본다. 요즘은 다른 것 보다 이런 찰나의 실낱같은 순간이 사막 한 가운데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로 다가오곤 한다.
날씨 이야기를 참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내년에도 이렇게 더울까? 나는 봄과 가을이 이렇게나 무자비하게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는데, 기상청은 말한다. 올해가 앞으로 맞이하게 될,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순간이 될거라고. 녀석들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람의 그 흐름에 맞춰 나풀거리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1년 4계절이 "뚜렸하다" 라는 것도 과거의 상식이 될 수 있다는 건데. 조금 더 이 모습을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가을은 우리들에게 있어 연중 가장 화려하면서도 나들이 다니기 안성맞춤인 계절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