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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종의 사찰과 말도 안되는 규모에 압도당하다
사계절의 모습이 놀라웠던 사찰이 있었다. 그곳은 봄에서 부터 겨울까지 '거를 타선이 없다' 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를 만큼, 빼어난 풍경을 자랑했으며, 무수히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다녀와서 입을 모아 극찬을 아끼지 않던 곳이었다. 이후, 꼭 한 번 다녀오고 싶다 사진에 보인 것 처럼 나도 그 모습을 프레임에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이후,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수 년의 시간이 흘렀고 드디어 그 기회를 두 손 가득 거머쥘 수 있었다. 아침 일찍 부터 기쁜 마음으로 짐을 쌌던 것 같다.
지하철 첫 차에 맞춰, 새벽공기를 가로 지른 채, 합류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에서 단양 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으니, 가는 길에 그 동안 나누지 못한 대화도 과정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줬다. 이후, 다른 사람들은 일찍부터 목적지에 도착해 벌써 올라가 있었으니, 꽤나 많은 시간을 들여 위로 올라갔던 듯 하다. 그 때 부터 알았어야 됐다. 나는 옷을 최대한 얇게 입고 왔어야 했다는 것을 그렇지 못하면, 사서 고생은 예정되어 있었다는 그 사실을 말이다.
1. 천태종
천태종 사찰을 처음 접한 것은 부산에 위치한 삼광사가 처음이였다. 전국 대부분의 사찰들은 조계종에 속해 있었으나, 불교에도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종파가 있다는 것을 이 때 처음 알았던 것 같다. 이후, 그 화려함에 취해 해당 종파에 속한 사찰들을 검색하게 됐고, 그 중 한 곳이 바로 이번 여행의 목적지였던 단양 구인사도 그곳에 속한 사찰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웅장함에 한 번, 올라가면서 기다리더라도 버스 타고 올라갈 걸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던 순간이였다.
개인적으로 별도의 종교가 있지는 않기에, 그냥 소백산에 자리한 골짜기 중, 한 곳을 파서 이렇게 사찰을 지었다는 사실 자체는 지금와서 생각해봐도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입장료는 따로 없었지만, 별도의 주차료가 그것을 대신했으며, 서울 기준 동서울 터미널에서도 이곳까지 연결된 교통편이 즐비했으니, 사뭇 예전에 다녀왔던 법주사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오르막길의 그 경사가 상당했기에 아직 안면을 트지 않던 사람들과도 친해지는데 덕분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주문에 도착해 드디어 왔다! 라는 생각이 들 때, 본격적으로 2차 난관이 시작된다.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가람 까지의 거리가 바로 그곳인데, 다행스럽게도 중간에 이어지던 엘리베이터가 있어, 찰나의 순간 만큼이라도 고생을 덜 수 있었다. 나를 포함, 다른 분들도 여간 힘든게 아니였는지, 옆에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한참 기다리고 있었다. 와중에 행복했던 점이 있다면, 웅장한 가람들 사이로 잘 익어있는 단풍나무들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였다.
한 가지 의문점은 SNS에서 봤던 사진들의 정체가 바로 그것이였다. 단순히 내가 가지고 있던 렌즈의 조합으로는 결코 담기지 않은 화각들과 구도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는데, 가장 높은곳에 올라가보니, 그 모습은 결국 드론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평소 보지못했던 모습을 볼 때, 묘한 감정을 느끼곤 하는데! 그 사실을 절감하게 되자, 따로 드론을 구매해야 되나?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줬다. 특히, 눈이 오는 날에 사찰 전경의 모습은 진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움을 전달해줬으니 말이다.
2. 골짜기
골짜기 한 가운데 있다보니, 일반적인 상식을 외면하는 편이다. 보통, 사진을 담을 때, 해가 가장 높이 떠 있는 시간과 올라가는 시간을 피하라고 했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해당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산골짜기 통째로 사찰 가람들이 위치해 있다보니, 그 시간대가 가장 빛이 잘 드는 시간대라는 것. 물론, 그 때에 맞춰 골짜기 구석구석 고루 해가 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애기단풍에 자연광이 스며들어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저 그 자체로도 다가오던 아름다움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가장 높은곳에 올랐다면, 반대로 계단을 통해 내려와 보도록 하자. 천천히 발을 내밀 때, 눈에 들어오는 건물의 그 조화로움이 상당한데, 국가유산 혹은 사찰들을 돌아다니며, 순간을 기록하는 분들도 이 때 만큼은 다른 사람들 보다 내려가는 시간이 상당히 느려진다는데 살포시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 오밀조밀한 조화는 물론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데, 단체로 김장에 참여하던 모습과 계단을 타고 내려가던 분들에게 절인배추를 옮기는 것을 부탁하는 장면은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백미다.
양산 통도사와 다른 사찰들은 산 한 가운데 자리해 있어, 야밤에 들려오는 소리가 궁금했다면, 이곳은 그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물론, 구인사도 템플스테이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하니, 밤에 어떤 풍경을 자랑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사진에 담겨있는 모습을 보면, 골짜기에 숨어있는 거대 반딧불이와도 같은 모습이 연상됐는데, 가람에서 바라 본 먼 발치의 모습도 궁금해지기에, 게다가 점심 공양을 받아보고자 기다랗게 늘어진 줄도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구인사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었다. 연말, 수능 등등 사람들이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을 때. 가지각색의 이유로 사람들은 이곳을 자주 찾는 것 같다. 단양 시가지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이것 하나만을 보고 오는 나 같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찾을 것으로 보였다. 웅장함 속 섬세함과 가장 높은 곳에 깃들어 있는 화려한 사찰의 전각까지. 이곳을 포함, 전국의 다른 천태종 사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번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