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이전에 돌로미티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를 할 때 이전에는 오스트리아 땅이었다가 전쟁 후에 이 땅이 이탈리아로 편입됬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돌로미티의 몇몇 명칭이나 길에는 그러한 역사가 담겨 아ㅣㅆ는 곳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소개하는 길인 비엘 델 판(viel del pan)이 그러했다.
비엘 델 판(viel del pan)
비엘 델 판은 돌로미티에서 가장 유명한 길 중 하나로 돌로모티의 최고봉인 마르몰라다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다. 길을 들머리와 날머리 그러니까 첫 시작과 끝을 어떻게 가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어느 정도 고도를 올린 뒤에는 정말 편한 길을 따라 걸으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이 비엘 델 판은 베이비 트렉이라고 해서 아기와 함께 걸을만한 길로 추천되는 루트기도 했다.
비엘 델 판은 기본적으로 파쏘 포르도이(passo pordoi)에서 파쏘 페다이아(passo fedaia)까지라고 하지만 이는 정말 정식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걷는 길이다. 만약 나처럼 canazei에서 머물 경우에는 col de rossi 케이블카를 타고 한번에 능선으로 올라와 편하게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댐과 호수가 있는 파쏘 페다이아까지 가기 보다는 rifugio viel del pan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장까지만 가서 풍경을 즐긴 후 케이블카를 타러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원래 비엘 델 판의 길이 파쏘 포르도이에서 시작하는 만큼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셀라 산군과 피츠 보에가 좌측으로 넓게 펼쳐진다.
피츠 보에 좌측으로는 사쏘 룽고가 보인다. 돌로미티 여행이 길어질수록 알아보는 산이 많아지고 그만큼 독특한 산이 많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콜 데 로씨에 도착하는 순간 주변에는 딱 트인 전망을 만나게 된다. 애초에 주변에 시야를 가로막는 것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마르몰라다가 멋지게 보이는 능선길을 따라갈 수 있고, 주변에는 멋진 풍경을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한 넓은 능선 길이 펼쳐지게 되었다.
예전 마르몰라다는 지금의 마르몰라다에 비해 빙하가 훨씬 많은 모습이다. 원래는 봉우리만 알려주는 표지판일텐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은 빙하도 알려준다.
편리한 길에 편리하게 올라올 수 있다보니 베이브 트렉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유치원을 겨우 다닐것만 같은 아이들도 이 비엘 델 판 루트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만큼 매력적인 풍경과 매력적인 길이 바로 비엘 델 판이었다.
고도와 어울리지 않는 귀요미 아이들
높은 산을 따라 가는 게 아니라 산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는 게 정식 루트다.
파쏘 포르도이와 비엘 델 판에 만나는 표지판
남녀노소 즐기는 비엘 델 판
비엘 델 판(viel del pan)은 돌로미티 지역의 말인 라딘어로 그 뜻은 빵의 길이란 뜻이다. 예전부터 이 길은 베네치아와 사우스 티롤을 연결하는 중요한 교역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중세 시대 당시 베네치아는 가장 부유한 상업 중심지였지만 곡물은 외부에서 조달하는 상황이었고, 마침 사우스 티롤은 풍부한 농업 생산지이자 밀가루가 아주 풍부한 지역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상인들이 이 돌로미티를 가로지르는 길인 비엘 델 판을 이용해서 밀가루와 빵을 베네치아로 운반했고, 이 길을 따라 걸으면서 빵을 판매하기도 하며 작은 오두막들과 교역소들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상인들과 마부들이 넘나들던 중요한 경제적인 길로서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격전지였던 돌로미티로서 깊은 관련이 생기게 되었다. 이탈리아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선포하면서 전투가 시작되었고, 돌로미티는 두 국가 사이의 국경지대였기 때문에 이 지역이 바로 전장이 되고 말았다. 거기다 비엘 델 판은 마르몰라다 산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군인들의 보급로이자 감시 초소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겨울에는 강한 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곳이었기 때문에 많은 병사들이 추위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었고, 당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기념비나 흔적이 남아있게 되었다.
저 멀리 페다이아 호수와 댐이 보인다.
페다이아 호수와 마르몰라다를 옆에 두고 능선에 툭 튀어나온 산장이 rifugio viel del pan이다.
중세부터 근대까지 역사로 가득한 길 비엘 델 판은 현재 가벼운 마음으로 돌로미티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자 그 역사의 현장이 느껴지는 곳이다. 그렇기에 산장을 봐도 예전에도 그랬지 않을까 하는 괜한 기대가 이어지는 마음이다. 길의 명성만큼이나 산장에는 자리가 없을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뭔가 먹으면서 풍광을 바라볼까 했지만 산장 주변의 언덕에 피크닉을 하듯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곳에 잠깐 앉아 마르몰라다와 가장 가까이에 앉아 풍광을 즐기게 되었다.
보기 드물게 정말 사람으로 가득찬 큰 산장이었다.
사실 산장 뒷편의 언덕이 이렇게 풍경은 가장 좋은 느낌이었다.
이후 원래의 길은 능선을 따라 페다이아 호수까지 길을 이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그쪽으로 가면 카나제이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나로서는 교통이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시금 길을 되돌아가야 했는데 이왕이면 조금은 새로운 길로 가고자 했다. 그래서 똑같은 길로 되돌아가기보다는 산장 위쪽에 있는 산꼭대기 능선을 따라 파소 포르도이까지 돌아가기로 했다. 처음엔 길이 있는 것을 확인 후 구글 지도를 통해 길과 명칭이 있는 것을 확인 후 길을 이어갔다. 구글 지도상 명칭으로는 Sentiero attr. delle creste로 표기된 곳을 따라 걷는 길이었다.
아무래도 같은 산에서 고도의 차이 뿐이지만 그래도 또 다른 길이라는 느낌이 들었기에 마냥 같은 길로 되돌아가는 게 싫다면 이 길도 추천하고 싶다.
산장에서 저 앞의 바위 앞 사거리까지 간 뒤에
산 능선 위로 가파른 경사를 따라 올라간다.
그 후 만나는 풍경과 뷰 조금 더 높다고 굉장히 달라지긴 한다. 아무래도 좌우가 다보이니 만큼 넓어진 시야가 압도적이다.
좌측 아래의 길이 원래의 비엘 델 판이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케이블카를 타고 돌아가기보다는 파쏘 포르도이까지 걸어간 뒤에 버스를 타고 카나제이로 복귀했다. 캠핑장에 머무는 동안 버스는 공짜인 만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