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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커다란 빙하를 바라보며 커피도 마시고 빙하멍도 할 수 있는 보송 빙하 산장(Chalet du glacier des bossons : 샬레 뒤 글라시에 데 보송)에 가려고 한다. 지난번에 방문했던 플로리아 산장(Chalet de la Floria : 샬레 드 라 플로리아)이 꽃밭에서 건너편 몽블랑을 바라보는 카페였다면, 이번엔 정말로 커다란 빙하 코앞에서 커피에 현실감 떨어지는 낭만을 푹 담궈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보송 빙하 산장은 샤모니에 있는 작은 산장(샬레)으로, 보송 빙하(Glacier des Bossons)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 중 하나다. 해발 약 1,425m에 위치해 있는데 보송 체어 리프트(Télésiège des Bossons)를 이용해 쉽게 갈 수 있고,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 후 짧은 도보 이동만으로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는 방법이 어렵지 않다.
샤모니 중심지에서 버스를 타고 보송(Les Bossons)에서 하차 후 리프트 정류장까지 조금 걸어야 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부터 보이는 거대한 빙하와 아기자기한 로컬 샬레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다. 좋은 풍경을 가진 덕분인지 주변엔 캠핑장도 더러 볼 수 있었는데 가격도 착하고 시설도 잘 되어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샤모니는 치안도 좋고 교통이나 시설이 다 잘 되어 있어서 아마 이곳의 캠핑장에서 지냈다면 돈을 꽤 많이 절약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는 8월 1일이었는데 성수기가 막 지나고 비수기로 넘어가는 시점이라 가는 곳 마다 사람이 붐비지 않아 좋았고 날씨도 아주 최고에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 리프트 운행 기간은 주로 6월부터 9월까지(여름 시즌)니까 방문 전에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빙하와 가까워 질 수록 날씨가 변덕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출발 할 때 날씨가 아무리 좋아 보여도 항상 방수 재킷과 따뜻한 옷을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리프트를 이용하면 약 15분 내외로 올라갈 수 있다. 이후 10~15분 정도의 짧은 트레킹을 하면 산장에 도착한다. 저녁 6시에 마지막 리프트가 운행되니까 다시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 보다 조금 여유있게 돌아오는 것이 좋다.
여기서부터는 화장실도 물도 없다는 표지판이 있다. 하지만 산장에 가면 다~ 있다. ㅎㅎ
보송 빙하는 20세기 중반 두 번의 항공기 사고로도 유명하다. 1950년과 1966년, 인도의 에어 인디아(Air India) 소속 항공기 두 대가 몽블랑 지역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잔해 일부가 현재까지도 보송 빙하에서 발견되고 있다.
1950년에는 에어 인디아 소속 "Malabar Princess" 항공기가 몽블랑에 충돌했고, 1966년에는 또 다른 에어 인디아 항공기가 같은 지역에서 추락했다. 시간이 지나 빙하가 움직이면서 일부 잔해들이 표면으로 나타났고, 탐험가들과 연구자들이 이를 발견하면서 다시금 관심을 받게 되었다. 현재도 이렇게 빙하를 따라 걷다 보면 항공기 잔해 일부를 볼 수 있다.
보송 빙하는 몽블랑 정상 부근의 만년설이 쌓이고 압축되면서 형성된 빙하이다. 몽블랑 정상(4,810m) 근처에서 시작되어 해발 약 1,400m까지 내려오는데 유럽에서 가장 낮은 지점까지 도달하는 빙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낮은 고도까지 내려오는 이유는 빙하의 가파른 경사와 빠른 유동성 때문이라고 한다.
빙하는 계절에 따라 크기가 변화하는데, 여름철에는 따뜻한 기온으로 인해 상당한 부분이 녹아 내린다. 최근 몇 십 년간 기후 변화로 인해 빙하의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 과학자들과 환경 보호 단체들이 주목하고 있다.
여름은 짧고 겨울은 긴데, 어딜가나 꽃을 잔뜩 볼 수 있는 게 신기하다. 즐길 수 있는 계절이 짧아 그만큼 조경에 진심인걸까.
사고 비행기의 잔재들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보송 빙하는 아름다운 빙하 균열(crevasse)과 빙탑(serac)들로 유명하다. 빙탑은 빙하의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표면이 갈라지고 솟아오르는 얼음 기둥으로 마치 얼음 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햇빛과 빙하의 색이 조화를 이루면서 푸른 빛을 띠는 곳도 많아 매우 아름답다.
전형적인 알프스 스타일의 목조 건물로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이곳은 보송 빙하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고 산장에서 주변 산맥과 몽블랑(Mont Blanc)까지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다. 게다가 따뜻한 수프, 샤모니 특산 치즈 요리, 홈메이드 디저트 등 프랑스 알프스 지역의 전통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샤모니는 1924년 제1회 동계 올림픽이 열린 도시로 이때 봅슬레이 경기가 열린 곳이 바로 보송 지역이다. 당시 봅슬레이 트랙은 자연 지형을 활용해 만들어졌으며, 현대적인 인공 얼음 트랙과는 다르게 눈과 얼음으로 조성된 코스였다. 현재 당시의 봅슬레이 트랙은 사용되지 않지만, 그 흔적을 일부 찾아볼 수 있다. 산장 주변을 하이킹하다 보면 이렇게 과거 트랙이 있던 자리와 관련된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산장을 지나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보송 빙하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망 포인트가 있다. 구글지도에 Point de vue라고 표시도 되어 있다.
전망대 위치 : https://maps.app.goo.gl/guT3sWb4XGU2o3168
몽블랑을 최초로 등반한 자크 발마(Jacques Balmat)와 미셸 파카르(Michel Paccard)가 걸었던 정션(La Jonction)이나 피라미드 산장(Chalet des Pyramides), 피라미드 고원(Plateau des Pyramides) 등 다양한 트래일과 만나기도 하는데 코스에 따라 약 4시간 ~ 7시간까지 소요되는 어려운 난이도의 길도 있다.
보송 빙하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급격한 감소를 보이고 있는데 19세기에는 샤모니 마을까지 내려왔던 빙하가 현재는 훨씬 위쪽으로 후퇴한 상태다. 지역 주민들과 과학자들은 보송 빙하의 변화를 기록하고,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방문객들에게도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다.
저마다 인증사진을 찍느라 꽤 인기있는 전망대인데 우리가 방문했던 날에는 약간 보슬비가 내려서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얼마 걷지 않은 것 같은데 내려다 보니 산장이 멀게 느껴진다.
사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지 않아도 마을 버스정류장에서부터 빙하가 엄청나게 존재감을 드러내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