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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금 길을 이어나가야하는 트레치메 백패킹 2일차. 지난 밤 웬만하면 맛있게 먹던 치즈에게 패배했지만, 짐이 처음보다 확연히 줄었기에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지도를 바탕으로 보면 트레치메는 로카텔리 산장이 조금 멀리 위치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로카텔리 산장 아래로 이어진 길을 다라 다시금 트레치메 산으로 다가가야하는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제 오후 비박지를 찾아 돌아다니던 길은 분명한 길이었지만 아무래도 방향이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듯 했다.
원래는 이 트레치메에도 비아 페라타를 하기 좋은 코스가 있었지만, 백패킹과 비아 페라타 중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었기에 몇 번 해본 비아 페라타가 아닌 백패킹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아쉬움은 잠시! 백패킹과 비아 페라타가 아니더라도 이곳 트레치메 구역의 로카텔리 산장에는 굉장히 특별한 곳이 있었다.
원래의 길도 로카텔리 산장으로 돌아와 내려가야했지만, 일단은 로카텔리 산장 뒤로 이어진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가야했다. 돌로미티를 이야기하면서 계속해서 1차 세계대전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애초에 오스트리아 땅이었더 이곳이 그 전쟁 이후로 이탈리아로 편입되었으니 당연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현장을 산 곳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계속해서 언급하게 된다. 이곳 트레치메 일대 또한 격전지였고, 당연하게도 벙커나 참호 등이 만들어졌었다. 그래서 이 로카텔리 산장 뒤편에는 참호로 쓰인 동굴이 몇 개 있는데 지금은 그 동굴들 하나하나가 트레치메의 사진 핫플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로카텔리 산장이 이렇게 작아질 정도로 가파른 경사의 언덕을 올라오게 된다.
이렇게 언덕 위에는 우측의 모습처럼 동굴이 3개 정도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몇몇 트레커들이 눈에 보였고, 이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다. 아마 로카텔리 산장에서 잤던게 아닌가 싶었다. 특징은 우리도 그들도 커플이고 젊었다는 점. 그만큼 놓쳐서는 안될 트레치메 최고의 사진 포인트기도 했다.
그 거대한 트레치메가 이렇게 동굴 입구 사이러 보이는 풍경. 이 풍경이 바로 로카텔리 산장을 온 핵심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동굴의 모양마다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각 동굴마다 묘하게 다른 풍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린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기념을 남겼고, 그 커플들이 떠난 뒤 삼각대를 설치하고 좀 더 사진을 남기게 되었다. 만약 비박 장비가 없어도 이곳에서 매트와 침낭만 있어도 잘 수 있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아늑한 동굴 내부. 아마 그러한 사진도 많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한껏 기념사진을 남긴 뒤 내려오면 저 멀리서부터 로카텔리로 산장으로 향해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어제 걸어왔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통해 트레치매의 나머지 반바퀴를 돌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대부분의 사람은 로카텔리 산장까지 온 뒤 원점 회귀를 하는걸까? 아니면 단순히 길이 많은 것일까. 분명 눈 앞의 사람을 따라가고 있는데 길이 점점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어느정도냐면 서로 눈빛을 마주치고 이게 맞나 의문의 표정을 보일 정도. 가파르면서도 움직이는 거대한 돌이 많은 이 길은 불편한걸 넘어서 불안하기까지 했다.
한번씩 너무 많은 길이 있는 경우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다. 뭔가 길 같은 곳을 아무 생각 없이 가다보면 그 길은 분명히 이어지지만, 시간이 지나고 잘 다니지 않는 길로 변경된 경우가 있었다. 길의 흔적은 분명하지만 정비는 잘 되지 않은 그러한 길이라고 해야할까? 괜히 저 앞에 가는 사람을 바라보며 아내에게 말했다.
"아 제일 처음 간 사람 누구냐고~ 우리도 뒤에 말해줘야 되는거 아닌가?"
실제로 우리도 앞을 보고 따라갔듯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하게 따라온 이들이 우리 뒤에 있었다. 심지어 원래도 내려가는 길이지만 산 허리를 타고 아찔하게 내려가면서 보니 저 멀리 원래의 편안한 길이 보여서 더더욱 틀린 길이라는 확신을 더불어 억울함마저 찾아온 것이었다.
트레치메 우측 하단의 보이는 길로 내려가서 올라간다.
구르는 돌과 움직이는 돌이 많던 우리의 길. 내려가고보니 평탄한 길에서 다른 길이 보였다.
고난 끝에 다시금 길을 올라간다.
다시금 힘겨운 언덕을 올라가고나면은 기존의 길처럼 평탄하고 편안한 길을 만나게 된다. 자유로운 길을 만나지만 뭔가 한번의 잘못된 내리막과 힘겨운 오르막 덕분인지 난이도에 비해 금방 지치게 되는 길이기도 했다. 올라온 뒤에는 로카텔리 산장에서 보는 것보다는 확실히 가까워져서인지 트레치메의 모습이 조금은 달라보였다. 물론 이는 달라진 해 위치를 바탕으로 그림자가 커진 것도 한몫하고 있었다.
확실히 트레치메는 로카텔리 산장 인근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는게 가장 이쁜 것 같다. 아니면 단순히 그 그림이 가장 익숙할지도?
얼마 후 이 트레치메 서킷의 마지막 산장인 malga langalm이라는 곳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물 충전을 할 수 있는 샘이 있었다. 이 산장을 지나면서 트레치메는 다시금 보여주지 않았던 또 다른 옆 모습을 보여주기 싲가했고, 마지막 고개인 포르첼라 델 콜 데 메쪼를 넘게 된다.
툭 튀어나온 산이 툭 해를 가린다. 나무 하나 없지만 길에는 큰 그늘이 생기는 묘한 길이다.
마지막 고개를 넘을 때 보니 생각보다 많은 한국인이 이 트레치메 서킷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항상 하얀 돌로 글자를 만들면 영어가 있었는데 이번엔 한국어가 있으니 말이다. 묘한 반가움을 더불어 이제 슬슬 길이 끝나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사진에서는 잘 안보이겠지만 저 멀리 산능선에 로카텔리 산장이 살짝 보인다.
한국어 왔다감 + 나도
이후의 길은 무난하게 아우론조 산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동안 봐왔던 풍경이 반복되고 멋지던 트레치메 북면은 사라지고 남면의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1박 2일만에 돌아온 아우론조 산장과 주차장. 2일간 60유로를 내고 주차한 주차장에 돌아온 뒤 배낭을 두고는 다시금 길을 이어가기로 했다. 왜냐하면 트레치메에는 아직 더 갈 곳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음 목적지는 저 멀리 보이는 칼카로운 산군이 보이는 또 다른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