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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샤모니 몽블랑 계곡의 작은 마을 레 프라(Les Praz) 중심에는 '샤펠 데 프라(Chapelle des Praz)'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교회가 있다. 이 교회는 1941년에 건축을 시작하여 1965년에 완공되었으며, 지역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세워졌다. 그라나이트 석재로 지어진 이 교회는 슬림한 첨탑과 가파른 경사의 지붕을 갖추고 있으며, 샤모니 계곡에서 가장 많이 사진에 담기는 풍경 중 하나로 꼽힌다.
몽블랑과 알프스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플레제르 케이블카(La Flégère Cable Car)를 타러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이 교회는 레 프라 마을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에는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18홀 규모의 샤모니 골프 클럽(Chamonix Golf Club)과 어린이 놀이터와 피크닉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 있는 파라디 데 프라(Paradis des Praz) 그리고 아름다운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샤모니 중심에서 레 프라까지는 약 2.4km 거리로, 도보로 약 20분, 차량으로는 5분 정도 소요된다. 샤모니 몽블랑 역(Gare de Chamonix-Mont-Blanc)에서 레 프라 드 샤모니 역(Les Praz de Chamonix)까지는 기차로 약 4분이 걸리며, 요금은 약 €1인데, 마찬가지로 우리는 숙소에서 제공받은 교통카드로 버스 이용 시 무료로 올 수 있다.
대부분의 천주교 교회, 특히 유럽에 있는 전통적인 성당이나 예배당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는데 레 프라 교회 역시 일반적으로 특정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천주교에서는 성당을 하느님이 머무는 집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미사 시간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조용히 들어가서 기도하거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받는다. 유럽에서 오래된 성당들을 보면, 관광객들이 들어가 조용히 앉아 있거나 성가를 듣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원래 성당은 피난처나 쉼터같은 개념도 있었다. 여행 중이나 인생의 길에서든 길 잃은 자들이 언제든 들어와 쉴 수 있는 곳으로 열려있다. 하지만 모든 성당이 24시간 개방된 건 아니고, 보통 아침 8시 ~ 저녁 6시 사이에 개방이 된다. 소규모 마을 교회는 미사가 있는 날만 여는 곳도 있고 안전 문제나 보존 문제 때문에 늦은 시간엔 닫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내부 관람을 원할 경우, 현지 관광 안내소나 교구 사무실을 통해 사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곳은 결혼식 사진을 찍기 위한 장소로도 인기가 높은데 많은 커플들이 이곳을 배경으로 특별한 순간을 기록한다. 레 프라 교회는 해발 약 1,060m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에는 에귀 뒤 드루(Aiguille du Dru)와 같은 알프스의 장엄한 봉우리들이 펼쳐져 있어, 사계절 내내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레 프라 교회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주변의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 더욱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교회 내부는 비교적 소박하지만, 외부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며 방문객들에게 평화로운 감정을 선사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아와 자연과 건축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있다.
레 프라 교회(Chapelle des Praz)는 규모가 작고 마을 중심에 자리한 아담한 산골짜기 예배당이라, 공식적인 기록이나 유명한 사건은 거의 없어서 정보도 아주 제한적이지만 그런 곳이 오히려 마음을 끄는 게 아닐까 싶다. 이름난 성당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눈 덮인 몽블랑을 배경으로 한 조용한 교회의 모습은 샤모니 계곡 안에서도 참 특별한 풍경이다.
성 베르나르(Saint Bernard de Menthon)는 산의 수호성인이라고 불리는 인물인데 이곳에 성 베르나르를 위한 기도문이 적혀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성 베르나르는 10세기경(약 923년경)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지역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는데 어려서부터 깊은 신앙을 가졌고, 세속적인 삶보다 수도자의 길을 택했다. 알프스를 넘는 여행자들과 순례자들을 돕기 위해 평생을 바쳤는데 특히 눈보라와 위험이 가득한 고산길을 오가는 이들을 돕기 위해, 해발 2,469m에 있는 그레이트 세인트 베르나르 고개(Pass)에 숙소와 수도원을 세웠다. 그곳이 바로 <세인트 버나드 개>의 유래가 된 장소다. 이 유명한 구조견들은 수도사들과 함께 조난자를 찾고 구조하는 임무를 맡았다.
산악 지대에 있는 레 프라는 트레킹, 등산, 알피니즘으로 유명한 지역에 속한다. 이 지역을 찾는 수많은 등산가들과 산악인들, 하이커들이 몽블랑 정상을 향해 도전하고 때론 위험한 고산 지형 속에서 자연의 힘 앞에 겸손해질 수 밖에 없는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에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호성인인 성 베르나르를 향한 기도문이 걸려있다. 안쪽 벽에도 "그리스도라는 정상에 도달하게 해달라"는 아름다운 문장과 함께 그의 기도문이 작고 조용히 놓여 있는데 단지 물리적인 등반의 안전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인생이라는 여정, 그리고 우리 각자의 정상에 이르기 위한 희망과 용기를 담고 있는 기도처럼 느껴졌다.
이곳은 종교적 의미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느끼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아침 햇살이 교회 첨탑 뒤로 퍼질 때나, 노을이 드리워질 때의 풍경은 사진으로는 절대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하이킹을 하다 우연히 발견하고 반해버렸다는 여행자들의 이야기도 많다.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만약 언젠가 샤모니에 간다면, 꼭 이 교회를 지나쳐 보길 바란다.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가만히 앉아 주변 풍경을 바라보는 그 짧은 순간이 꽤 오래 마음에 남을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