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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
위치 : 85 Pike St, Seattle, WA 98101, 미국
영업시간 : 월~토요일 오전 8:00 ~ 오후 6:00 / 일요일 오전 8:00 ~ 오후 5:00
웹페이지 : https://www.pikeplacemarket.org/
시애틀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1907년에 문을 열어 세대를 이어온 살아 있는 역사이다. 1907년 초, 시애틀 인근 농부들과 어부들은 매주 자신이 기른 농산물과 잡은 해산물을 팔기 위해 도매상에게 일괄 위탁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높은 수수료를 떼이고, 때로는 수익이 거의 남지 않는 일도 발생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중간 유통비용 때문에 신선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하기 어려웠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애틀 시의회 의원 토머스 P. 레벨(Thomas P. Revelle)은 1896년 제정된 공공시장 지정 조례를 활용해 ‘피크 플레이스’ 지역을 공식 시장 구역으로 지정하는 안을 발의했고 1907년 8월 17일,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피크 플레이스에 공공 농산물 시장이 열리게 되었다.
당시 시장의 설립 목표는 “Meet the Producer”, 즉 생산자를 직접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중간 상인 없이도 신선한 식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되었다. 이처럼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농어민의 생계 안정과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탄생한 공공 시장이다. 이후 수십 년간 확장과 보존을 거치며, 지금은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자 시애틀 지역 공동체의 심장 같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중심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시애틀의 매력이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연중무휴지만 연말연시나 연방 공휴일에는 조기 마감하거나 임시 휴장할 수 있으니 방문 예정이라면 공식 웹사이트나 현지 안내판을 반드시 확인하길 바란다. 입장료는 따로 없으며, 시장 내부 각 상점과 식당, 체험 공간은 저마다 가격이 다르다. 신선한 해산물이나 채소, 수제 빵 등을 사 먹으려면 식비를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주요 관광 명소는 크게 일곱 곳이다. 첫째는 포스트 앨리(Post Alley)에 위치한 껌 벽이다. 1990년대 초반 ‘언익스펙티드 프로덕션스(Unexpected Productions)’ 코미디 공연 관객들이 객석 뒤 벽면에 쓰다 남은 껌을 붙이면서 시작된 이 껌벽은 1999년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측이 작품성을 인정하며 공식 관광 명소로 허용했다.
사람들은 껌 조각을 이용해 사랑 고백 문구나 작은 그림을 만들어 붙였고 수천 명의 방문객이 남긴 색색의 껌으로 채워지며 시장 초입부터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시장 보존개발청(PDA)은 벽돌의 부식을 막기 위해 가끔씩 청소만 할 뿐, 껌벽 자체를 없애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는 2024년 11월 초에 2019년 이후 5년 만에 전체 청소를 실시했다. 전체 껌을 제거한 뒤 일부러 ‘하트’ 모양의 껌만 남겨두어 상징성을 강조했으며, 청소는 약 5일간 진행되었다
둘째는 시애틀의 커피 문화를 바꾼 오리지널 스타벅스 매장이다. 1971년 1,000제곱피트(약 93제곱미터) 규모의 공간에서 단 한 명의 직원이 생두와 커피용 스파이스, 차를 팔기 시작했으며, 초창기 간판과 로고는 헤드리스 세이렌(인어) 그림이었다. 원래 2000 Western Avenue에 5년간 있었으나, 1977년 현재 위치인 1912 Pike Place로 한 블록 옮겨와 지금까지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셋째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상징이기도 한 ‘생선 던지기(Fish Throwing) 쇼’다. 시장 내부로 들어서면 신선한 연어와 조개가 진열된 수산물 구역이 눈을 사로잡는데, 상인들이 주문 받은 연어를 마치 예술품처럼 공중으로 던졌다가 손끝으로 정확히 받아내는 장면이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손님과 상인이 하나 되어 환호하는 모습이 시장의 활기를 더하는 것 같았다. 직접 주문하거나 시식해보면 바닷바람처럼 상쾌한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데, 일정이 짧아 맛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넷째는 시장 옆에 위치한 마켓프론트(MarketFront) 전망대다. 신축된 이 공간은 엘리엇 만(Elliott Bay)과 파이크 플레이스의 전경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다섯째는 앤티크 펜니 아케이드(Penny Arcade)로, 오래된 동전 오락기를 모아놓아 세월의 기억을 되살린다.
여섯째는 푸드홀 이벤트 공간이다. 여름에는 매주 일요일 재즈 콘서트가 열리고, 겨울에는 홀리데이 마켓이 진행된다. 마지막 일곱째는 레이첼의 돼지 동상(Rachel the Pig)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어본다. 여행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이 작은 의식이 마켓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그 외에도 계절마다 달라지는 색색의 과일과 채소가 만든 파노라마는 그 자체로 축제 같다. 시장 위로는 구름다리가 놓인 듯 높이 다국적 식당과 공예품 가게, 꽃집이 자리한다. 공예품 가게에서는 원주민 예술공예와 유리공예, 손으로 빚은 머그잔 등 세상에 하나뿐인 기념품을 만날 수 있다.
파이크 플레이스는 단순한 쇼핑 장소가 아니다. 시장 곳곳을 걷다 보면 100년이 넘은 벽돌 벽과 오묘한 그림자가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 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해질 무렵 노을빛이 시장 창문 유리에 반사될 때면, 이곳을 찾은 모든 이가 한마음으로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고 속삭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