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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부에 자리한 작고 아름다운 도시다. 토론토와 몬트리올 사이, 세인트로렌스강이 온타리오 호수와 맞닿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 예로부터 수상 교통의 요지이자 전략적 군사 요충지로 성장해왔다. ‘석의 도시(Limestone City)’라는 별명처럼 도시 전체에 석회암 건물이 가득하고, 19세기 풍의 고전적인 도시 미감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곳이다.
VIA Rail을 이용해 몬트리올에서 약 2시간 30분, 토론토에서는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두 도시 모두 킹스턴까지 기차 노선이 잘 갖춰져 있고 버스도 이용 가능하다. 기차역에서 시내 중심까지는 버스나 택시로 10분 정도면 도착하고, 시내는 도보로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콤팩트하다. 주요 교통 수단은 Kingston Transit이라는 시내버스인데, 요금은 약 3달러 정도 한다.
킹스턴은 규모는 작지만 역사가 깊고 콘텐츠가 풍부한 도시다. 가장 먼저 들르게 되는 곳은 다운타운인데 도심 한가운데를 걷다 보면 고풍스러운 교회, 아담한 카페, 유서 깊은 저택들이 눈앞에 차례차례 펼쳐진다. 길 모퉁이를 돌면 1800년대에 지어진 석조 건물 안에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품은 서점이나 레스토랑이 숨어 있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특히 1844년에 지어진 시청 건물(Kingston City Hall)은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이다. 이 건물은 영국풍 돔형 지붕과 대리석 기둥이 인상적인 석회암 건물로, 킹스턴이 캐나다 연합의 수도였던 시기의 흔적을 품고 있다. 내부에는 역사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시청 앞 광장에서는 농산물 시장이나 크리스마스 마켓도 열린다.
킹스턴의 매력은 단지 건축과 유적지만 있는 게 아니다. 시청 근처에 있는 워터프론트와 마리나 산책 코스도 빼놓을 수 없는데 온타리오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가 매우 평화로워 조용히 앉아 물결을 바라보며 사색하기 딱 좋은 장소다. 또, 워터프론트 근처에 자리한 ‘Wooden Heads’라는 피자 전문 레스토랑은 현지인들도 줄 서서 먹는 인기 맛집으로 얇고 바삭한 도우에 신선한 재료가 어우러진다. 게다가 브런치와 베이커리로 유명한 ‘Pan Chancho Bakery’의 에그 베네딕트와 바삭한 크루아상은 정말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맛있다.
봄과 여름에는 작은 요트들이 물 위를 떠다니고, 호숫가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과 가족 단위 여행객들로 생기가 넘친다. 이곳에서 1000 아일랜드 크루즈(Thousand Islands Cruise)도 탑승할 수 있는데, 약 1~~3시간 코스로 이루어진 이 유람선 투어는, 세인트로렌스강을 따라 펼쳐지는 작은 섬들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매우 인기가 높다.
킹스턴에는 규모는 작지만 알찬 박물관도 많다. ‘아가씨들의 박물관(Museum of Health Care)’은 의학의 역사를 다룬 독특한 테마의 박물관이고, ‘펌브로크 하우스(PumpHouse Steam Museum)’는 19세기 증기기관 시스템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술 박물관이다.
워터프론트 근처 공원에 전시된 ‘Engine 1095’는 단순한 오래된 기차가 아니라, 킹스턴의 자부심이자 캐나다 철도 역사의 상징 같은 존재인데 킹스턴에서 실제로 만들어진 기차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 킹스턴은 한때 철도 제조 산업이 활발했던 도시였고, 이 1095호는 그 중심에서 태어난 아이콘이다. 기차에 쓰여 있는 “The Spirit of Sir John A.”는 캐나다 초대 총리이자 킹스턴 출신인 Sir John A. Macdonald를 기리기 위한 헌사로 킹스턴의 정치적 역사와 산업적 유산을 동시에 상징하는 기념비인 셈이다.이 증기기관차는 캐나다의 산업화 시대와 여행의 낭만을 품고 있는 아주 특별한 철마라고 볼 수 있다.
오전에는 킹스턴 다운타운을 둘러 보고, 오후에는 호수 위를 누비는 유람선 여행은 어떨까. 세인트로렌스 강에 점점이 흩어진 1,800개 이상의 섬들로 이루어진 1000 아일랜드는 호수 위에서 수많은 섬 사이를 누비는 유람선 투어로도 유명한데, 이들 중 무료 페리를 타고 단 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섬, 울프 아일랜드(Wolfe Island)에 다녀오길 추천한다.
울프 아일랜드는 킹스턴 시내의 Ontario Street 끝자락, Marysville Ferry Terminal에서 출발하는 무료 페리를 타고 갈 수 있다. 늑대가 살아서 울프 아일랜드는 아니고, 18세기 프랑스-영국 전쟁에서 활약한 영국 장군 제임스 울프(General James Wolfe)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캐나다 온타리오 호수 안에 있는 여러 섬 중 가장 큰 섬으로 킹스턴과 아주 가까워 도시에서 가볍게 ‘섬 여행’을 떠나기엔 더없이 좋다. 시즌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하루에 여러 차례 정기 운행이 있고, 약 20~25분이면 갈 수 있다. 인구는 약 1,500명 정도로 많지 않지만, 여름에는 관광객과 자전거 여행자들로 꽤 활기를 띠고, 시골 풍경과 호수의 평화로움이 어우러진 자연섬이다.
가장 눈에 띄는 풍경은 섬 곳곳에 세워진 거대한 풍력 발전기들인데, 이곳에는 80기 이상의 풍력 터빈이 설치되어 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울프 아일랜드는 특별한 명소보다도 조용한 일상의 리듬과 여유가 매력이다. 자전거 한 대 빌려 섬을 돌다 보면, 들판 사이로 이어진 시골길, 푸른 초원, 바람에 흔들리는 밀밭, 그리고 호수 끝자락에서 부서지는 햇살을 만날 수 있다. 도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느림의 미학’을 이 섬에서 체험하게 된다.
킹스턴을 여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이 도시가 참 '따뜻한 속삭임을 가진 곳'이라는 점이다. 시끄럽지도 않고, 크지도 않지만, 한 발 한 발 걸을수록 이야기가 쌓이고, 바람결마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가 도시라는 건 사람의 온기가 만들어낸 풍경이라 말했는데, 킹스턴은 그 말에 꼭 맞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