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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기 그지 없는 피피섬에서 즐기는 투어
다른 곳보다 더욱 프라이빗하게, 더 여유롭게!
시밀란섬에서 일일 투어를 즐겼던 우리는 섬이 주는 다채로운 즐거움에 충만한 행복을 느꼈다. 이어서 우리는 피피섬으로 향했다. 이번 푸껫 여행에서 시밀란섬만큼이나 중요한 시간을 보내게 해 줄 곳이라 생각했던 이 섬은 그 기대만큼, 아니, 그보다 더 우리에게 천국과 같은 시간을 선사했다.
여행을 준비하며 피피섬을 검색하자 수많은 여행 후기와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푸껫과 끄라비 사이에 위치한 이 섬은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하루 일정으로 투어를 다녀오는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피피섬에서 하루만 머무르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며칠 더 여유롭게 지내고 싶었던 이유는, 여행사가 진행하는 투어 대부분이 지나치게 빠듯하고 숨 가쁘게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여행사에서 소개하는 피피섬 일일투어 일정을 살펴보니, 시밀란섬 투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섬으로 이동한 후에 그곳의 유명한 관광지를 두세 곳 정도 들러 각 장소에서 한두 시간 머무는 식이었다. 석회암 절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물빛을 자랑하는 필레 라군, 원숭이 무리를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는 원숭이 해변, 과거 바이킹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바이킹 동굴, 영화 속 배경으로 나와 유명해진 마야 베이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장소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그 모든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껴보기도 전에 서둘러 다음 장소로 옮겨야 한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수박 겉 핥기 식 여행은 피피섬에서 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시밀란섬 투어에서 느꼈던 아쉬움이 마음 한구석에 찌꺼기처럼 남아있었던 듯하다. 피피섬에서만큼은 천천히 풍경을 음미하며, 마음이 머무는 속도대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었다.
시밀란섬도 숙박이 가능한 섬이 있었더라면 그곳에 머물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우리가 물을 조금만 덜 무서워했다면, 배에 머무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더라면 리브어보드도 고민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다행히, 피피섬에서는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었고 개별 여행자를 위한 현지 여행사들도 많았다. 여행 동안 느꼈던 아쉬움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방안이 있는 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3박 정도 머물기로 했다.
섬에서 3박 4일이라는 시간은 우리에게 심적으로 여유를 선사했다. 첫날은 여유롭게 섬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푸껫만큼이나 오랫동안 인기 있는 여행지였던 만큼, 피피섬에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편한 느낌이 들었다. 이튿날에는 여행사 없이 주변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즐겼고, 또 하루는 현지 여행사를 예약한 투어로 피피섬 주변을 둘러보았다. 계획 없이 흘러간 하루도, 가벼운 모험이 함께 한 하루도 모두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자유롭게 스노클링을 즐기려면? 롱 비치 추천!
피피섬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게 되는 사람은 롱테일 보트를 모는 이들일 것이다. 섬 곳곳에서 그들은 관광객을 상대로 이동이나 투어를 제안하며 바다 위를 바쁘게 오간다. 이들이 모는 배는 다른 배들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선체보다 긴 엔진 축이 마치 배에 꼬리처럼 달려 있다고 해서 롱 테일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배는 좁은 해변이나 라군까지 갈 수 있어 섬 여행의 주요한 이동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끄러운 엔진 소음과 매연이 그다지 반갑진 않지만, 뱃머리에 꽃이나 천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모습이나 물살을 가르며 유유히 움직이는 모습이 섬의 정취를 더해주는 느낌이다.
한 사람당 100바트(약 4천 원)를 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이 이동 수단을 이용해, 피피섬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하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보트를 타고 도착한 롱 비치는 기대 이상이었다. 맑고 깨끗한 물빛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물이 정말 맑아서 물 밖에서도 물고기가 또렷하게 보일 정도였다. 이런 환경에서 스노클링을 하지 않는 건 실수다. 우리는 재빨리 장비를 챙겨 물속으로 들어갔다.
몇 시간 동안 우리는 바닷속에 빠져 있었다. 지칠 때면 모래 위에 누워 파도 소리를 들으며 쉬었고, 다시 힘이 나면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몇 번이고 물 안팎을 오가면서도 전혀 질리지 않았다. 물에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고, 그 모든 순간이 짜릿했다. 그렇게 신나게 스노클링을 즐기며 피피섬이 주는 매력을 온몸으로 느꼈다. 이 섬은 아름다운 풍경도 인상적이지만, 섬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은 그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내 마음대로 즐기는 프라이빗 투어
피피섬의 거리를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지 여행사들을 마주하게 된다. 심지어 우리가 묵고 있던 숙소에서도 자체적으로 투어를 운영하고 있었다.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투어를 즐기고자 이곳저곳 발품을 팔아본 결과,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상품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투어는 3시간, 4시간, 6시간 코스로 나뉘어 있었고, 단체 혹은 프라이빗을 선택할 수 있었다. 우리의 선택은 당연하게도, 프라이빗 투어였다.
체력을 감안해 3시간짜리 투어를 신청했다. 여행사 직원은 이 일정의 경우 바로 옆에 있는 무인도인 피피 레(Phi Phi Leh)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일정은 배를 모는 선장과 잘 협의해서 원하는 대로 조율하면 된다고 했다. 다음날 약속한 시간에 계약을 진행했던 곳에 갔더니 선장이 두 손 가득히 짐을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선장은 영어를 거의 할 줄 몰랐다. 처음엔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우리는 그 단순하고 명확한 시스템에 적응해버렸다. 여행사에서 미리 들은 지명을 말하면, 선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곧장 그곳으로 배를 몰았다. 그렇게 해서 바이킹 동굴을 탐험했고, 필레 라군의 아름다운 물색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절벽으로 이루어진 섬의 절경에 매료되기도 했다. 그림 같은 풍경이 끝도 없이 이어지니, 배를 타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으라면, 마야 베이 근처 바다에서 즐긴 스노클링이었다. 단체 투어였다면 정해진 동선에 따라 마야 베이 내에 있는 해변에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프라이빗 투어를 선택했고, 일정의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었다.
미리 알아본 바로는 해변엔 사람이 너무 많은데다가 환경 보호를 위해 물놀이는 금지되어 있었다. 발만 담글 수 있는 정도라고 했다. 아름답긴 해도 들어갈 수 없는 바다라면, 머무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마야 베이 주변의 한적한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기로 했다.
바다에 들어가자마자 수많은 물고기들이 우리를 반겼다. 시밀란섬 투어에서 수많은 물고기를 만났지만, 이곳의 생명력 넘치는 물고기 떼는 그 기억을 바래게 만들 정도였다. 신이 난 우리는 끝없이 물속을 누볐고, 틈틈이 사진과 영상도 남겼다. 지금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꿈속의 한 장면처럼 선명하면서도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그만큼 현실감 없는 풍경은 그렇게 여행에 인상 깊은 추억을 남겼다.
투어의 마지막은 원숭이가 모여있는 작은 해변에서의 짧은 만남으로 마무리되었다. 도착하자마자 선장은 우리에게 파인애플을 건넸고, 덕분에 원숭이와 평화롭게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우리를 반기듯 다가온 원숭이는 익숙하다는 듯 과일을 받아들고 먹기 시작했다.
한 마리가 그렇게 다가오더니 어느샌가 원숭이 무리가 모여들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해변은 같은 목적을 가진 여행자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조용했던 바닷가가 갑자기 북적이기 시작했지만, 어쩐지 그 활기마저 즐겁게 느껴졌다. 새삼, 피피섬으로 여행을 온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다들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이 투어에서 좋았던 점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여유롭게 일정을 조절하며 투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음 가는 대로 머물고, 보고 싶은 곳에서 여유를 즐겼기에 좋은 기억만 가득했던 하루였다. 언젠가 피피섬을 다시 찾게 된다면, 그때도 주저 없이 프라이빗 투어를 선택할 것 같다. 같은 섬, 같은 바다라 해도 그 하루는 또 다른 추억으로 채워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