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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피섬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활기찬 에너지!
푸껫 여행을 준비하면서 시밀란섬에 이어 두 번째로 계획한 곳은 바로 '피피섬'이었다. 푸껫과 끄라비의 사이에 위치해 있는 이 섬은 태국 남부의 대표적인 휴양지 중 하나다. 그와 더불어 이곳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007 시리즈 '황금 총을 든 사나이'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더 비치'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푸껫에서 피피섬을 가지 않는다는 것은 큰 실수라는 생각이 들어, 일정 중 가장 오랜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했다.
피피섬을 알아보면서 이곳의 아름다움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상 낙원'이라는 표현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곳도 드물 것이다. 사진만 봐도 마음이 설레고 행복해졌다. 섬에 도착하기까지 약간 번거로운 과정이 있었지만, 막상 도착하자마자 그런 수고로움은 모두 잊히고 말았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피피섬은 꿈꾸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했다.
피피섬은 어떤 곳?
푸껫을 여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은 태국의 다른 지역보다 말레이시아의 문화적 영향이 강하게 느껴졌다는 점이었다. 무슬림 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지역 전반에 걸쳐 말레이 문화가 스며들어 있었다.
피피섬에서도 이러한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피피(Phi Phi)’라는 지명부터가 태국어가 아닌 말레이어에서 유래한 것이며, 섬의 역사 또한 1940년대 말레이 무슬림 어부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때 인구의 약 80%가 무슬림이었지만, 태국 동북부 이싼 지역 출신 노동자들이 들어오면서 불교도 인구도 증가했다고 한다.
피피섬은 이름만 들으면 하나의 섬을 떠올리기 쉽지만, 하와이처럼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제도다.
'피피 던(Phi Phi Don)'과 '피피 레(Phi Phi Leh)'라는 두 개의 주요 섬과 그 주변에 작은 섬 네 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사람이 실제로 거주하는 곳은 가장 큰 섬인 피피 던이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피피섬이 바로 이곳을 가리킨다. 피피 던 못지않은 크기의 피피 레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사람이 거주할 수 없지만, 투어를 통해 갈 수 있다. 영화 더 비치의 촬영지로 유명한 마야 베이도 피피 레에 있어 매일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피피섬의 활기찬 분위기
대부분의 여행객은 푸껫이나 끄라비에서 출발하는 페리를 타고 피피섬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이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은 바, 레스토랑, 숙박 시설 등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이 밀집해 있는 '똔싸이 비치(Tonsai beach)'다.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이며 섬의 중심이기도 하다. 배에서 내려서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이 해변의 활기찬 모습에 잠시 멍해졌다.
자신보다 더 큰 가방을 멘 유럽 배낭여행객들, 허니문을 맞이해 화사하게 차려입고 캐리어를 끌고 있는 신혼부부들, 아이 손을 잡고 분주히 움직이는 가족 여행객들까지, 모두 피피섬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 사이로 호텔 픽업 서비스를 위해 손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는 직원들, "택시 보트!"를 외치며 호객 행위를 하는 롱테일 보트 선장들이 어우러지며 북적임을 더한다.
이 섬에는 차나 오토바이가 들어설 수 없기에, 짐을 운반할 수 있는 수단은 오로지 리어카뿐이다. 다양한 외국어가 뒤섞여 들리고, 현지인들의 끊임없는 호객과 좁은 골목을 빠르게 지나가는 리어카들이 처음 피피섬에 도착한 사람의 정신을 순식간에 빼앗는다. 우리 또한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잠시 넋을 잃을 뻔했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숙소로 향했다. 다행히도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똔싸이 비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피피섬의 활기찬 에너지는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진다.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섬으로 들어오는 관광객과 투어를 즐기는 이들로 섬 곳곳이 분주하고, 해가 지고 나면 밤 문화를 즐기려는 이들로 거리가 북적인다.
똔싸이 비치의 반대편에 있는 로달럼 비치(Loh Dalum Beach)에서는 매일 밤마다 불 쇼를 벌이는 바들이 있어 사람들을 그러 모은다. 시끄럽게 쿵쾅거리는 음악과 어우러지는 화려한 불 쇼를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여행자들이 밤을 즐기기 위해 모이는 진정한 관광지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피피섬 전체가 이렇게 북적이는 것만은 아니다.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도 분명히 존재한다. 섬 북쪽에 위치한 램통 비치(Laemtong Beach)나 스노클링 명소로 알려진 롱 비치(Long Beach)는 자연과 어우러져 한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리조트들이 자리한 곳이다. 이처럼 피피섬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위치에 따라 관광과 휴양을 다채롭게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섬이다.
피피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그러나...
피피섬이 가진 수많은 매력 중 단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단연코 '자연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바로 바다의 색이었다. 눈이 시릴 정도로 쨍하고 청량한 에메랄드빛의 바다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씻어내는 듯했다. 물이 너무 맑아 물 밖에서도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이 훤히 보였고, 그때마다 짜릿함을 느꼈다. 이곳이 세계적인 스쿠버 다이빙과 스노클링 명소로 자리 잡은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섬의 지형과 풍경 역시 그 바다 못지않게 감동적이다. 산책을 하거나 투어를 하며 둘러본 섬 전체의 모습은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솟아오른 산의 형세와 날카롭게 깎인 절벽들은 마치 유명 화가가 정성껏 그려낸 명작처럼 느껴졌다. 햇빛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섬의 색감은 하루하루 새로웠고, 자연스럽게 이 아름다움이 오랫동안 그대로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피피섬의 자연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오염되고 있는 중이다. 원래도 인기 관광지였지만, 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진 이후 관광객이 급격히 몰려들면서 그로 인한 환경 파괴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여기에 부실한 하수 처리 시설은 해양 쓰레기와 더불어 피피섬의 환경 악화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해양 생태계가 폐수와 쓰레기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되자, 태국 정부는 결국 2018년 마야 베이의 해변을 무기한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2022년 다시 개방되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폐쇄와 개방을 반복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이 섬이 계속 아름다울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피피섬 부두에서 하선할 때 징수되는 입도세 또한 섬의 환경 정화와 보존을 위한 목적으로 부과되는 것이다.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변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역시 여행 중 그런 현실을 직접 마주한 순간이 있었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는 한없이 아름다운 풍경이 바닷물이 빠진 후에는 황폐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해변에는 각종 쓰레기들이 있었고, 일부 모래는 탁하고 어두운 빛으로 변해 있었다.
자연이 드러낸 민낯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런 사실은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동시에 왜 태국 정부가 강경하게 폐쇄 정책을 시행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섬에 머무는 동안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려 애썼다. 하지만 이곳에 발을 디딘 이상 어쩔 수 없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조심해도 관광이, 사람이 자연에 남기는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처음에는 그저 아름답게만 느껴졌던 풍경이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것을 느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여행이라는 일이 머무는 만큼 책임을 지는 일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자로서 무엇을 남기고 변화시키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켰지만, 우리가 남긴 흔적은 풍경에 쌓여 가고 있었다. 경이로움으로 시작했던 감정은 안타까움으로 변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피피섬을 찾는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조심스럽게 자연을 대하는 여행자가 되어 있자고 결심했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서 이 섬이 가진 독보적인 아름다움이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