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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센소지를 들린 후 허겁지겁 장어 덮밥으로 배를 채우고는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내가 갈 곳은 이 아사쿠사에서도 조금은 특별한 분위기를 가진 호피 스트리트다. 사실 호피 스트리트에 대한 호기심의 근원은 아주 단순하다. 일본판 소맥이라는 말도 안되는 제목에 끌렸고, 나름 일본에서 먹는 전통 술이라는 점이 조금 더 호감이 가게 되었다.
호피 스트리트
주소: Hoppy St, 2 Chome Asakusa, Taito City, Tokyo 111-0032 일본
호피 스트리트는 원래 공원 본도리 상점가로 알려져 있었지만, 전쟁 후 도쿄의 재건 과정에서 형성된 곳이다. 당시에는 맥주가 고급 주류였기 때문에 저렴한 ㄴ대체 주류로 호피(hoppy)가 등장하고 즐기게 되면서 호피 스트리트로 불리게 되었다.
호피는 맥주와 유사한 맛을 지닌 저알콜 음료로 보통 소주와 혼합하여 마시게 된다. 호피 자체는 0.8%의 낮은 도수라 한국에서는 무알콜 맥주와 비슷한 맛을 떠올리면 흡사하다고 알 수 있다.
한 거리가 주변에 작은 이자까야들로 가득한 곳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굳이 아사쿠사의 호피 스트리트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분위기로 양옆의 이자까야로 가득한 곳이 많다. 더 좁고 더 아기자기한 가게도 많으면서 이곳의 상징인 호피 또한 사실 다른 이자까야에서 은근히 보기 쉬운 술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굳이 여기를 가야할 이유가 있을까?
일단 호피 스트리트를 한 바퀴 돌고 들어가고자 한 식당에서는 거절을 당했다. 빈자리는 많았다. 우리는 두 명. 명목상으로는 뭔가 단체를 받는다 혹은 예약석이다 같은 느낌이긴 했다. 그런데 말이 안통하니 거절에서 오는 그 말투와 손짓이 기분이 나쁜건 어쩔 수 없다. 분명 처음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다보니 빈자리가 많았는데 한 바퀴 돌고 오니 어느새 사람들로 가득한 호피 스트리트. 어디를 가야하나 고민 하던 중 한 가게 눈에 들어와 들어가보기로 했다.
이렇게 오픈 키친이고, 메뉴 또한 이미지로 보기 좋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딱히 관광객이 많다기보다는 현지인이 절대 다수였다.
처음 들어가려고 할 때부터 직원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가장 기본 정보인 몇 명이 온지를 물어봣고, 담배를 피는지에 따라 자리를 외부와 내부로 나뉘어 안내했다. 사실 실내 흡연이 가능한 일본에서는 이러한 안내에서 첫 인상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일본의 자릿세 시스템에 대해 안내를 해주었고, 그에 따라 1인 1메뉴 등 기본적인 정보를 안내 후 동의하고 나서야 자리로 안내한 것이다.
우리가 간 가게에서는 자릿세(오토시)가 인당 300엔이었고, 이렇게 준비된 메추리알 기본 안주가 나왔다.
자리 구성이 의외인게 4인 테이블에 2인팀이 2팀씩 앉는 그런 국경없는 거리가 형성되었다. 그러니까 마주보는 2인이 4인 테이블에 2팀이 앉는 것이다.
사실 일반적으로 손님이 없는 가게에 들어가서 술을 마시면 주인장이 우리 이야기를 다 듣는다는 식의 우스갯 소리를 하고는 했는데 여기는 거의 바로 옆에서 듣는 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 옆에도 커플이 마주보고 먹고, 또 다른 옆에는 뭔가 직장인 같은 여성 3명이서 술을 마시며 열띤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뭔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할 거 같다고 알려진 일본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호피 스트리트의 이자까야였다.
가게 한쪽 구석에 있는 술장고. 온갖 술과 칵테일이 다 이곳에서 만들고 있다. 일본 술에 대한 개념이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술을 꺼내 만드는 게 신기하다.
메뉴판
왼쪽 두번째 메뉴가 호피다. 처음엔 내용이 헷갈렸는데 일반적으로 말하는 호피는 소주+호피 맥주고, 이 메뉴판에서 2번째 3번째는 호피 맥주랑 소주를 뜻하는 듯 했다. 호피 맥주 자체는 흑과 백의 색이 있는데 보통 흑을 먹는다고 했다. 결론으로 말하자면 호피 소맥이 600엔이다.
이렇게 얼음잔에 소주를 부어서 전해주고 여기에 호피 맥주를 섞어서 마치 소맥 그러니까 조금은 약한 소주에 무알콜 맥주를 섞어 먹는 맛이다.
첫 호피를 먹엇을 때의 맛은 그냥 낯설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아는 소맥과 다른 맛이고, 무알콜 맥주가 섞이다보니 술 자체 맛이 약한 느낌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호피를 먹는 현지인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진한 술을 먹는다기보다는 하이볼이나 호피처럼 얼음잔에 다양한 술을 섞어 먹는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하이볼이나 사와류가 그랬고, 정말 다양한 색의 술이 끈임없이 눈앞에서 만들어졌다.
니코미라 불리는 술안주다. 소 힘줄과 야채를 육수에 푹 끓인 스튜로 이자까야에서 인기가 많은 대표적인 음식이다. 호피 스트리트에서도 유명했다.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먹고 있었기 때문에 같이 주문을 했고, 진심으로 한국 소주가 땡기는 그러한 맛이었다. 마치 갈비같이 쫀득하고 고기가 들어간 육개장 느낌
가격은 700엔
두번째로 시킨 회 메뉴 1200엔. 의외로 양이 많아서 더욱 놀라웠다. 참고로 위에 있는 핸드폰은 옆테이블 사람거로 그만큼 가깝다는 뜻이다.
놀라운 점은 주문을 받으면 큰 회 필렛을 꺼내서 썰어서 내어 주었다. 한국과 다른 점은 활어회라기보다는 숙성된 선어를 쓰는 편이다.
맛은 자체는 신선하다기보다 회의 맛이 강했고, 의외로 두껍고 양도 많아서 놀랐다. 이정도면 정말 서민의 안주로 너무나 괜찮았기 때문이다.
나름 냉장고의 한 층이 호피인거 보면 호피자체도 인기긴 하다.
먹으면서 호피 맥주는 남아있지만 호피 섞기용 소주가 부족해 하나를 더 시키고 회를 먹던 중 옆 좌석의 커플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시작은 어줍잖게 인터넷에서 본 내용대로 일본에서는 회를 간장에 찍어먹지 않고 와사비를 살짝 얹어 먹어야한다는 말을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보다 못한 일본인 커플이 조언을 해준 것이었다. 옆에 간장을 회에 뿌려 먹어야 맛있다고... 인터넷 조언글 쓴 놈 누구지?
일본은 따로 회를 찍어 먹는 회종지가 없었고, 와사비만 전달되었다. 그러니까 자기 앞접시로 회를 옮기고 와사비를 올린 다음 간장을 뿌려 먹어야 했다. 이 상황을 시작으로 가볍게 옆의 일본 커플(썸타는 상황)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이렇게 좁고 붙어 있는 자리의 매력이 이러한 점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호피 맥주가 별로라고 하니 옆 일본 여성분이 추천한 덴키브란(550엔). 아사쿠사 지역의 술로 도수가 꽤나 높았다. 개인적으로는 추천!
떠나기 전 내부 사진. 일단 내부에서는 흡연이 금지라 좋았다. 시간이 늦을 수록 아이러니하게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해졌고,
현지인들은 가볍게 여러 주종을 즐기다가 다른 곳으로 2차를 가는 듯 했다.
이른 저녁에는 비교적 호객도 많고 자리도 많았지만, 자리릍 털고 일어날 때 보니 정말 작은 가게까지 사람들도 가득하고 줄을 서 있었다.
아주 많은 가게가 있고, 내가 간 곳은 단 한 곳이라 사실 추천하기에는 애매하다. 그럼에도 직원들의 친절함과 좋은 기억을 바탕으로 위에서 소개한 가게 정보를 남긴다.
Motsukushi
もつく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