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ONTH IN KYOTO

#8 은각사 ~ 게아게 인클라인

A MONTH IN KYOTO #8

일본 > 교토 부 > 교토 시

by 채호 2019-01-10 조회 142 3

A MONTH IN KYOTO

#8

 

 


 

 

 

한 달 살기에 점점 적응할수록 나는 마음껏 게을러 지기 시작했다. 이 날도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창문 틈으로 스미는 강렬한 햇살에 눈을 떴는데, 커튼을 걷고 확인해보니 날씨가 너무나 좋아 부랴부랴 나갈 채비를 했다. 관광지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예쁜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는 좋은 날씨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생각해 며칠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온 좋은 날씨에 나는 즐거운 마음을 안은 채 은각사로 향했다.

 

 

2018년의 교토 단풍은 예년에 비해 덜 아름다웠다고 한다. 사상 유래 없는 폭염이 찾아왔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더운 여름이 길었는데, 그러한 날씨 때문에 잎이 물드는 속도가 더뎌 단풍 시기가 늦어졌고, 애매하게 물든 곳들이 많아 본연의 아름다움에는 조금 못 미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내 눈에는 물이 덜 들면 덜 든 대로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은각사로 향하는 길 또한 가을을 한껏 머금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날씨가 가장 좋은 날 은각사를 찾은 이유는 주변에 여러 관광지가 모여 있기 때문이었다. 청수사 다음으로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은각사를 포함해 최고의 단풍 라이트업 장소로 유명한 에이칸도, 사색에 젖기 좋은 철학의 길, 벚꽃길로 유명한 게아게 인클라인까지. 교토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장소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반나절 정도를 투자해 둘러보기 좋다.

 


 

은각사

Ginkak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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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를 뚫고 드디어 은각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많은 관광객들과 씨름해야 했지만 관광에 크게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독특하고 예쁘게 자란 이끼들을 천천히 구경하며 은각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뷰포인트까지 걸었다.

 

 

전체적인 경관, 은각사의 모습도 좋았지만 잔디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끼들 위로 떨어진 낙엽이 그렇게 예쁘게 보일 수가 없었다. 물론 가까이서 보면 조금 징그럽기도 하지만 흔치 않은 광경이라 나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자꾸 누르게 됐다.

 

 

 

드디어 올라선 뷰포인트. 완벽한 단풍이 아니었지만 올해 교토 단풍은 별로 라는 평을 비웃기라도 하 듯 눈 앞에 정말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했다. 올라서고 나자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아름다웠다. 살짝 내려다보이는 교토 시내와 어우러진 은각사와 단풍들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철학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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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향한 목적지는 은각사로 향하는 길목에 난 샛길로 향하면 만날 수 있는 곳, ‘철학의 길’이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 길은 은각사로부터 주변 여러 관광지까지 이어지는데, 불과 몇 분전까지 붐볐던 은각사로 향하는 길목과는 다르게 새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 조용하고 따스하게 내리 쬐는 햇빛만이 가득한 아주 신비스러운 곳이었다.

 

 

철학의 길의 이름은 일본의 철학자인 니시다 기타로가 주로 산책하며 사색을 즐기던 길에서 유래했다. 이 길은 은각사로부터 서양의 양식을 본 따 만든 수로각이 유명한 난젠지까지 이어지는 2km남짓한 길이다.

 

 

 

걷다 보면 느낄 수 있는 것은 이름 하나는 정말 잘 지은 것 같다는 점이다. 왜 철학의 길인지 궁금했지만 걷고 나면 철학의 길이라고 불릴 만 하구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사색에 잠기기 제격인 길이다.

 

 

 

이곳은 산책을 즐기기에도, 다음 관광지로 이동하기 위한 도보 경로로 사용해도 좋다. 군데군데 자리 잡은 감성 넘치는 장소까지. 나는 결국 이 철학의 길 위에서 은각사에서 보낸 시간의 두 배를 흘려 보내며 천천히 이동했다.

 

 

철학의 길 끝에 다다르자 점점 많은 인파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다음 목적지인 ‘에이칸도’에 가까워지자 인파는 배가 되었다.

 


 

에이칸도

eika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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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단풍으로 유명한 교토,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을 뽑으라고 하면 항상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곳이 바로 ‘에이칸도’다. 에이칸도는 특히 야간에 진행되는 라이트업이 유명한데, 정말 큰 마음을 먹고 방문해야 될 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고 한다. 그래서 라이트업은 과감히 포기했고 청명한 날씨의 오전에 방문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에이칸도는 그 유명세에 걸맞게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규모의 아름다운 단풍을 자랑했다. 입구에서부터 아름답게 물든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는데, 1,000엔의 입장료가 조금 비싸다고 생각돼 망설였지만 들어서고 나자 왜 그 정도의 입장료를 받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말이 필요 없는 장관이었다. 따로 보정을 거친 사진이 아님에도 한 폭의 그림 같은 단풍을 만날 수 있었다. 포토샵으로도 만들어 내기 힘든 장면을 운 좋게 찍을 수 있게 된 내 기분을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그래서 누군가 추천해줄 만한 교토의 단풍 스폿을 묻는다면 주저없이 맑은 날의 에이칸도를 추천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난젠지 수로각

Nanze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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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향한 곳은 난젠지였는데 그 중에서도 이국적이고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난젠지 수로각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항상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서 보고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 선망하던 곳들 중 하나였는데, 막상 와보니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결국 아무도 없는 순간을 포착할 수가 없었는데, 만약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봄이나 가을 성수기는 피하고 비수기의 이른 아침에 방문해 사진을 찍는다면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곳을 지나쳐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게아게 역 쪽으로 향하다보면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 ‘게아게 인클라인’을 만날 수 있다.

 


 

게아게 인클라인

Keage Inc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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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아게 인클라인은 게아게 역 위로 조성되어 있는,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옛 철길인데 특히 벚꽃철 가장 유명한 스폿 중 하나이다. 나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가을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워 보였다. 이곳에서는 연인 혹은 친구들끼리 삼각대로 저마다 인생샷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 역시도 카메라 셔터를 눌러보고 나서야 그 만큼 아름다운 사진이 찍히는 곳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오전부터 해 질 녘이 다다를 때까지 도보 여행을 즐긴 나는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먹을거리를 산 뒤 조금은 이른 시간에 하루를 마무리하며 즐거웠던 오늘의 여행을 추억했다.

 


 

 

감사합니다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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