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garia - TOMO의 불가리아 여행

제1화 - 불가리아의 부산, 바르나!

Episode 1 - Varna, Bulgarian city like Busan

불가리아 > 바르나 > 바르나

by 토모 2019-01-10 조회 394 2

오래된 로마유적과 아름다운 모래 해변이 어우러진 도시 바르나에서 우리는 갈 길을 잃었다

 

 

바르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바르나는 남부 도브로자의 휴양도시로, 불가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흑해 연안의 아름다운 해변이 널린 도시로 불가리아인 뿐 아니라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바르나를 찾아온다. 하지만 바르나를 단지 바다를 낀 휴양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원전 4,000년 경부터 트라키아인이 거주한 흔적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도시인 바르나에 관한 기록은 기원전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르나는 고대 그리스 선원들은 흑해 연안을 항해하던 도중 이 곳에 오데소 (Odessos)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발달한 도시였다. 로마 시대에도 바르나는 발전을 이어나갔으며, 당시의 흔적은 바르나 구시가의 폐허 또는 역사박물관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바르나 버스터미널

 

사실 바르나는 우리에게 안 좋은 추억을 안긴 도시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기차를 타고 바르나로 이동할 당시, 브라쇼브에서 만난 누나와 우연히 다시 만났다. 이런 우연이 있나 싶어 JH와 나, SA (누나 이름)는 3일간 같이 여행하기로 했다. 바르나로 가는 데 한참이 걸렸지만 그동안의 여행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느라 지루할 틈은 없었다.

 

바르나에 도착한 날 밤

 

문제가 생긴 건 그 날 저녁이었다. 바르나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갈 찰나, 불가리아 화폐인 레바 (lev)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르나는 서유럽의 여행자들도 찾는 도시라 곳곳에 환전소가 있었고 우리는 환전소에서 유로를 레바로 바꾸기 위해 구시가를 걷고 있었다. 환전소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한 현지인이 우리에게 접근해 환전소보다 더 좋은 환율로 돈을 바꿔줄 거라고 제안했다. 외국에 나가면 무조건 기억해야 할 사실은 ‘길거리에서 친절해 보이는 사람은 무조건 경계하라.’다. 하지만 SA는 불가리아에서 루마니아에서 만난 사람이 불가리아에서 불법 환전을 하면 좋다고 말했다며 선뜻 돈을 바꾸기 시작했다. 무언가 꺼림칙했지만 현지인이 내민 돈도 분명히 화폐였기 때문에 나도 20만 원 정도에 해당하는 돈을 바꿨다.

 

 

SA는 바르나의 한 상점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을 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 가이드북을 찾아보았다. ‘불가리아 화폐는 1, 2, 5, 10, 20, 50 레바로 구성되어 있으며 2002년 1월에 화폐개혁을 실행해 유로의 1/2에 해당하는 가치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얻은 돈은 레바긴 하지만 단위가 책에 나와있는 내용보다 훨씬 컸다. 그렇다. 우리는 화폐 개혁 이전의 쓸모없는 종이와 돈을 바꾼 것이었다.

 

 

내가 탄식을 하기 시작하자, JH와 SA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내 얼굴을 쳐다본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한껏 들뜬 분위기가 순식간에 숙연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일어난 일이라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일주일의 여정이 더 남았으며 우리는 그 시간을 즐길 의무가 있다. 불가리아 여행은 시작부터 최악이었지만 여행을 하면서 나쁜 일을 잊을 수 있을 거라 다짐했다. JH와 SA도 맥주를 마시며 기분이 점점 더 나아지기 시작했으며, 다음 날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르나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불가리아 여행 중 꼭 알아야 할 것 01 - 불가리아의 고대사

불가리아는 고대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땅으로 여겨진 곳이다.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발견되고, 신석기시대부터 농사를 시작한 카르노보 문화가 싹튼 곳이다. 청동기 시대에는 금속 공예가 발달하여 바르나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황금 장신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수천 년 전 유럽의 사회 계층 구조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오드뤼시아 왕국

 

수천 년 전 불가리아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슬라브인이 아니라 트라키아인이었다. 트라키아인은 인도계 유럽인으로 기원전 12세기부터 발칸반도에 자리 잡고 살아왔다. 그들은 그리스에 음악과 농경문화를 전파했지만 독자적인 나라를 세우지 못하고 부족을 이루는 데 그쳤다. 이후 기원전 6세기경부터 기원전 479년까지 페르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은 트라키아인들은 독립하자마자 오드뤼시아 왕국을 세운다. 하지만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인 필립 2세에 의해 세력이 약해졌고, 결국 46년경에 로마제국에 의해 멸망하고 속주로 바뀌고 만다.

 

로마 제국의 지배 기간 동안 발칸반도 전체에 기독교가 전파되었고, 고트족의 언어로 번역된 성경이 381년에 발간되기도 하였다. 서로마제국이 476년에 멸망하자 불가리아 영토는 비잔틴 제국의 영토로 편입된다. 하지만 당시 비잔틴 제국은 페르시아와 치열한 전쟁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발칸반도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고, 이는 북쪽에서 유입되는 유목민들의 약탈을 방관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약탈하러 들어온 슬라브족은 다뉴브강과 발칸 산맥 사이 모세이아를 통해 불가리아에 정착했다. 슬라브족은 원주민이던 트라키아인들을 서서히 동화시키면서 현재 불가리아의 주요 민족이 되었다.

 


골든 샌즈 (Golden Sands)

 

 

바르나에서 흑해 연안을 따라 루마니아로 향하는 110km 구간은 수많은 해변이 밀집해 있다. 구간의 남쪽 반은 산악 지대지만 곳곳에 반짝이는 모래가 뒤덮인 아름다운 해변들이 숨어있다. 차 타고 한 시간 정도 운전을 하면 발칙 (Balchik)이라는 마을이 나오며, 불가리아의 작은 어촌 마을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관찰할 수 있다.

 

 

 

동유럽 여행 중 바다를 만난 건 루마니아의 다뉴브 델타 이후로 처음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하루를 고스란히 골든 샌즈에서 보내기로 했다. 다뉴브 델타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삼각주라 해안가에 리조트를 찾기도 힘들며 아름다운 해변 또한 없었다. 다시 시내를 활보하면 전 날 있었던 나쁜 기억이 다시 떠오를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이를 잊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골든 샌즈를 택한 것이다.

 

 

 

골든 샌즈는 바르나에서 9km 정도 북쪽에 있으며 길이가 무려 4km에 달하는 거대한 해변이다. 에메랄드빛 흑해와 부드러운 모래 해변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해안을 따라 리조트와 케밥을 파는 노점이 줄지어 서 있다. (심지어 에펠탑도 있다. 물론 가짜지만.)

 

알라드자 수도원 (출처: 위키미디아)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언덕에 알라드자 수도원 (Aladzha Monastery)는 해변에 싫증난 사람들이 짧은 하이킹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13세기에 바위를 깎아 만든 수도원은 그 자체만으로 흥미 있는 곳이다. 사원을 둘러본 뒤 600m 정도 떨어진 곳에 기독교인들의 무덤과 예배당인 카타콤에 들릴 수도 있다. 오스만 제국의 박해를 피해 신앙을 지킨 불가리아인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골든 샌즈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바르나 시내를 둘러보지 못한 것이 아직도 한으로 느껴진다. 바르나의 고고학 박물관, 역사박물관, 비잔틴 제국의 유적, 고대 로마 시대 목욕탕, 민속박물관 등 매력 있는 곳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바르나에 들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 곳에서 이틀을 보내길 추천한다. 흑해도 아름답지만 바르나 도시 자체도 엄청나게 오래되고 아름다운 도시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기를 안 당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바르나 맛집!

추추나 (Chuchuna)

전화번호: +359-87-684-8918

영업시간: 10am-11pm Mon-Sat

메뉴: 불가리아 전통 요리

 

 

추추나는 바르나의 메하나 (mehana, 발칸반도, 터키, 이란에서 발달한 전통 식당) 중 하나다. 불가리아 전통 요리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으며, 불가리아 전통복을 입고 있는 종업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맛있는 음식은 그릴 요리로, 바르나 시내 여행 또는 골든 샌즈 여행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준다.

 

 

 

오리엔트 (Orient)

전화번호: +359-52-602-380

홈페이지: orientbg.com

영업시간: 9am-11pm

메뉴: 양 케밥, 후무스, 라바쉬

 

 

오리엔트는 바르나의 터키 식당으로, 싼 가격에 맛있는 터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오랫동안 터키의 지배를 받아왔으며, 지리적으로 인접한 바르나답게 터키 요리 또한 인기가 많다. 터키인이 요리한 케밥, 후무스 등을 먹으면 일탈한 느낌이 든다. 마치 유럽에서 터키로 건너간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감동적인 미식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르나 숙소!

앤틱 (Antik)

전화번호: +359-89-675-3567

숙박료: r from 50lv

앤틱은 구시가 중앙에 위치한 숙소로,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깔끔하다. 로마 유적과 민속학 박물관을 비롯해 바르나 해변도 지척에 위치한 것이 장점이다. 기차역과 지척인 거리에 있는 숙소라 기차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나쁜 기억은 훌훌 털어버리고

 

바르나 시가지

 

바르나 여행은 원래 계획과 다르게 저 멀리 떨어진 골든 샌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했다. 나쁜 기억을 가진 상태에서 시내를 돌아다녀봤자 시간 낭비, 돈 낭비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바르나 여행은 미완으로 남기게 되었지만 후회는 되지 않았다. 우리에게 안 좋은 추억을 선사한 현지인은 얼굴도, 바르나 시내의 모습도, 맛있었던 터키 음식도 지금은 기억에 희미하게 남아있다. 지금 바르나로 가면 로마 유적을 걸으며 좋은 추억만 남길 수 있겠지. 만약 터키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불가리아와 묶어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죽기 전에 반드시 ‘바르나’와 화해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출처   

1. https://en.wikipedia.org/wiki/Odrysian_kingdom

2. https://commons.wiki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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