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세계여행#132

캐럴에 물든 양조장 거리, 토론토 크리스마스 마켓.

캐나다 > 온타리오 > 토론토

by 박성호 2019-08-12 조회 110 0

 

 

 

작년 세계적인 공항 택시 예약사이트 'Taxi2Aitport'사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을 즐기기 좋은 나라 랭킹을 발표했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크리스마스 축제 자료를 철저히 분석해서 여러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점수를 매겼는데,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크리스마스 다운 (Christmassy)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나라 1위에 캐나다가 선정되었다.

크리스마스 1주일 전, 이미 토론토 거리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오늘은 11월 중순부터 오픈했다는 '토론토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아가기로 했다.

마켓은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Distillery District)'에서 열리고 있다고 했는데, 'Distillery'는 증류소를 뜻하기 때문에 듣자마자 조금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나는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Distillery District)'가 있다는 도시 동쪽으로 걸어갔다.

시청과 광장이 있는 시내 중심은 현대적인 건축물이 가득했던 반면, 동쪽으로 갈수록 붉은색 벽돌로 지은 19세기 빅토리아 양식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도시의 모습은 사라지고, 거대한 굴뚝이 보이는 버려진 공장 같은 장소가 나타났다.

 

 

 

실수로 길을 잘못 들었나 생각이 들 때, 멀리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침내 토론토가 자랑하는 크리스마스 마켓에 도착했다.

하늘 위로 주렁주렁 달려 있는 주황색 전구와 족히 15m는 되어 보이는 가문비나무로 만들어진 크리스마스트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두 가지 외에도 온통 초록과 빨강의 데커레이션으로 가득해서, 과연 크리스마스 다운 분위기에 흠뻑 젖어있는 곳이었다.

 

 

 

 

 

 

 

 

버려진 공장처럼 느껴졌던 첫인상도 이유가 있었다.

토론토 크리스마스 마켓이 위치한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는 19세기 말까지 북미에서 가장 큰 위스키 양조장이었다고 한다.

여전히 그 당시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그 안에는 더 이상 증류기가 아니라 수많은 노점과 가게들이 대신 채우고 있었다.

 

 

 

 

 

 

 

워낙 큰 공장 단지였던 까닭에 토론토 시내와는 다른 새로운 마을에 입장한 기분이 들었다.

더구나 마켓이 들어서기 전부터 자리하고 있었던 붉은색 벽돌과 보도 블록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길 양옆에 늘어선 노점에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이 잔뜩 올려져 있었다.

그저 천천히 구경하기만 해도 벌써 크리스마스가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 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부터 '징글벨',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 '루돌프 사슴코'까지, 전 세계인의 연말을 가장 설레게 만드는 익숙한 노랫소리가 반가웠다.

 

 

 

 

 

 

 

 

단추와 목도리, 당근 모양 코로 멋을 낸 눈사람과 흰 수염이 풍성한 산타 할아버지도 보였다.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럴인 'Wham!'의 'Last Christmas'를 들으며 구경을 계속했다.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들 행복해 보였다.

언젠가 아주 어렸을 적 유치원을 찾아온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고 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도 떠올랐다.

성냥 하나를 켤 때마다 나타나는 따뜻한 난로와 화려한 만찬, 그리고 크리스마스트리의 모습.

그 모든 장면들이 거리를 따라 펼쳐져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주고, 어른들에게는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화 속 같은 장소였다.

거리를 다 돌고 나니 어쩐지 어린 시절이 그리웠고, 또 내가 살아온 집과 동네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집을 떠나와 여행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거대한 온타리오 호를 따라 천천히 시내로 걸어가면서, 내가 곧 돌아가게 될 개포동 밀미리 마을을 떠올렸다.

 

 

 

 

 

 

 

세상에는 그보다 멋지고 아름다운 마을이 무수히 많았다.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든 곳도 많았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곳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 돌아가는 곳은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개포동 밀미리 마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그 마을이 아니면 나는 매년 연말마다 어릴 적 듣던 캐럴 소리를 들으며 그리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날은 토론토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와 한식을 먹었다.

캐나다의 한식 메뉴판을 보자마자 둘 다 소주를 좋아하지 않는 게 다행으로 느껴졌다.

 

 

 

 

 

 

 

 

이제 딱 일주일 남았다.

다시 대한민국 서울의 개포동으로 돌아갈 날이.

얼른 그 풍경들을 다시 보고 싶었다.

모든 것들이 그 자리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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