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우기에 떠난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여행

인도네시아

by 봄날여행 2019-02-12 조회 402 1

인도네시아에서 발리만 아는 여행자들에게 소개해주는 새로운 여행지, 족자카르타.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이 특별함으로 전해지는 곳. 족자카르타로 떠나보자.

여행이 끝나서야 아련해지는 곳이 있다.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가 그랬다.

화려함, 웅장함 이런 단어는 족자카르타와 거리가 멀다. 보로부두르는 멋졌지만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보다 소박했고, 프람바난 힌두사원은 인도 카주라호에 비할 수가 없었다. 프라위로타만은 태국 카오산로드와 달리 한적한 여행자 거리였다. 마치 학창시절에 늘 조용하던 친구와 같다. 하지만 그의 조용함이 특별했다는 걸 훗날 알게 된 것처럼 족자카르타의 소박함이 특별함이 된 건 여행이 끝난 뒤였다.

 

 

 

 


 

 

세계 3대 불교사원, 보로부두르의 떨림

 

 

 

 

 

보로부두르 불교사원은 족자카르타를 대표하는 곳이다. 외국인은 현지인보다 10배 비싼 입장권(일출 티켓은 조금 더 비쌈)을 사야하지만 족자카르타에 오면 누구나 방문한다.
여행자거리에서 멀리 떨어진 호텔에 묵어서인지, 호텔 직원은 체크인 순간부터 보로부두르 투어를 제안했다. 보로부두르까지는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머문 5일 내내 보로부두르를 외쳤다. 신기하게도 부를 때 마다 가격이 달라졌지만 나를 섭외하겠다는 의지만큼은 변함없었다. 여행자들은 보통 일출 투어를 간다. 사원에서 보는 일출은 정말 멋지다. 새벽 4시에 출발했는데도 이미 많은 여행자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로부두르는 10층짜리로 정상에는 종 모양의 스투파가 있다. 스투파를 중심으로 7층부터 9층까지 80여개의 다고파가 있다. 824년 샤일렌드라 왕조에 의해 건설되어 지진과 화산폭발로 1814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출은 시작됐지만 야속하게도 안개와 구름은 해를 가리고 있었다. 우기에 온 게 잘못이다. 어제는 폭우가 왔다는 기사의 말에 운이 좋다 기뻐했는데 역시 우기의 날씨는 복불복인가보다. 
누군가는 비싼 일출 티켓을 괜히 샀다고 투덜거리며 사원을 내려갔다.


그러나 어느 곳이든 가장 아름다운 모습만 보려고 하는 건 욕심이 아닐까. 아름다운 일출이 아니어도 보로부두르는 그대로인데.
난 좀 더 자리를 지켰다. 회색빛으로 밝아지는 족자카르타 전경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세계문화유산이 주는 깊은 감동이었을까. 그런 나에게 한 여학생이 왜 우냐고 물었다. 그녀는 방학을 맞아 자카르타에서 여행왔다고 했다.


“이 멋진 공간에 내가 있다니, 정말 전 행운아인것같아요”

 

 

 

 

 


 

 

이조사원, 아쉽지만 행복했던 일몰

 

족자카르타 여행자들에게는 일출은 보로부두르, 일몰은 프람바난이 공식과도 같다. 그래서 늦은 오후 프람바난을 찾는 여행자들이 많다. 프람바난은 마타람 힌두왕국이 850년경에 세운 사원으로 16세기 화산폭발로 무너진 뒤 200여년을 방치되어오다 1918년에 복원됐다. 프람바남사원에 간 날 또한 비가 내려 일찌감치 일몰은 포기했다.

 

 

하지만 족자카르타를 떠나기 전 날, 선물과도 같이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시내에서 18km 떨어져있는 이조사원을 가기로 했다. 프람바남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해발 410m에 있어 일몰 장소로 꽤 좋다.

 

 

 

 

 

 

 

호텔 직원에게 오토바이 투어를 흥정했다.

조금 비쌌지만 그에게 보로부두르 투어 예약을 안한 게 미안해서 흔쾌히 수락하고 오후 늦게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점심 후 그는 서두르기 시작했다. 지금 가면 일몰 시간이 맞지 않지만 결국 출발했다.

 

한적한 시골길을 1시간 반가량 달리니 낮은 산이 보였다.
4시쯤 도착한 이조사원은 생각보다 훨씬 멋졌다. 사방이 시원하게 뚫려있는 풍경이 이보다 더 좋은 일몰 장소는 없을 것 같았다.
30여분쯤 붉은 색이 시작되는 하늘을 바라볼 때였다. 호텔직원이 이제는 내려가자고 성화였다. 내가 움직일 생각을 안하자 시계를 보며 안절부절해 했다. 알고 보니 사장 몰래 나와 일할 시간이 가까워온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했다면 다른 곳에서 예약했을 텐데, 돈을 벌려고 거짓말까지 한 것이다. 사실 너무 화가 났다. 마지막 날 겨우 제대로 일몰을 보는데,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다니. 하지만 화를 내려다가 결국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일이 어찌 내 맘대로 될까. 내가 일몰을 보겠다는 생각만 포기하면 그는 돈을 벌고, 나도 어찌됐건 사원에 온 거니 둘 다 행복해지는 일인데. 그는 나를 다시 호텔에 내려주고 서둘러 일하러 갔다. 행복한 그의 뒷모습에 나도 행복해졌다. 그리고 호텔 앞에는 이제 막 멋진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름다운 골목, 소박한 여행자거리

 

족자카르타에는 여행자거리가 3개 있다. 투구 기차역부터 이어진 말리오보로와 소스로위자얀, 그리고 프라위로타만이다. 말리오보로는 현지 여행자들로 북적대는 가장 유명한 장소다. 족자카르타 전통 염색기법인 바틱숍, 각종 생활용품 시장이 이어져있고 저렴한 현지식당과 여행사가 밀집되어 있다.

 

 

 

 

프라위로타만은 반면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다.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맛집 등이 몰려들며 여행자거리가 형성됐다. 비아비아, 템포 등을 제외하면 북적거리는 식당도 찾기 힘들다. 외국인 여행자가 흔치 않아 거리를 두 번쯤 돌아다니니 ‘I know you'라고 아는 척을 하는 베짝 기사도 만날 정도였다. 이곳에서는 책 한권이 필요하다. 야외 까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책을 보는 게 가장 바쁜 하루 일정이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지루해지면 목적 없이 골목을 여행하자. 무료로 유명 미술관을 여행하는 호사랄까. 족자카르타의 골목은 독창적인 그래피티와, 낡은 생활용품을 예술로 승화시킨 거리의 예술가를 만나는 장소다. 오래된 골목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지. 골목은 족자카르타 여행의 보물창고이다.

 

 

 

 

 

 

 

 

 

인도네시아 지역의 여행기

봄날여행 작가의 다른 여행기

팝업 배경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