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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보통 주타 트레킹에서 차우키 호수에 도착하면 점심을 먹는다.
딱 체력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쉬기 좋은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보통은 차우키 호수만 올라가기 때문에 이곳에서 도시락도 먹고
수영하기도 하고 피크닉을 즐기고 낮잠자기도 한다고 한다.
피크닉과 낮잠 후기들을 보고 풀밭에서 피크닉을 하고자 돗자리까지 챙겨왔는데
내가 찾아본 후기들과 다르게 풀밭은 하나도 없고 이런 얼음뷰일지는 몰라서
당황스럽긴 했다. 5월 중순에 갔는데 다음번에는 꼭 6월에 와야겠다 생각했다.
호수에 눈이 있는 정도는 생각했지만 호수가 얼어붙어 있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5월 중순에 주타 트레킹이 힘든 이유는 끝까지 보면 나온다.
바위에 대충 펼쳐놓고 먹었다. 트레킹이니까 당이 떨어지겠지 하고
내가 가져온 간식들이 다 초코초코한 간식들에 초콜릿, 초콜릿빵, 제로콜라뿐이었는데
오히려 너무 달아서 안 맥혔다. 내가 단 걸 잘 못 먹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일행분이 삶은 달걀과 오렌지를 싸와서 나눠주셨는데
달걀이 진짜 괜찮았다. 앞으로 트레킹 할 때는 밸런스를 좀 더 고려해봐야할 듯하다.
특히나 이런 조지아 긴 트레킹 같을 경우.
단짠 조합과 과일, 계란, 당분 초콜릿 등으로 구성하면 좋을듯하다.
다행이 일행분은 탄수화물로 가져온 빵이 조지아 전통빵 푸리인데
아무맛도 안 나서 나의 빵을 나눠드릴 수 있었다.
오히려 그분은 당이 필요해서 우리의 간식들을 합치자 밸런스가 맞았다.
피크닉 아닌 피크닉으로 밥 먹으면서 본 뷰다.
우리가 아침 일찍 와서 그런지 텐트 제외하고 우리말곤 사람이 없었다.
원래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가 싶었지만 대부분 늦게 하이킹을 시작해서
하산하는 길에는 사람들 엄청 늘어 있었다. 우리처럼 피크닉을 즐기기도 했고
간혹가다 수영하는 사람도 있었다. 얼음과 함께 수영을 하다니 외국인들은 정말 대단하다.
온 김에 색다른 뷰가 있을까 싶어서 호수까지 내려가 보긴 했지만
정말 얼음 말고 다른 뷰는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우키 호수가 목적지이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차우키 호수가 아니라 봉우리까지였기 때문에
식사를 마치고 빠르게 다시 채비를 정비해서 일어났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더 어렵고 길잃은 후기들이 더 많아서 정신 잘 차리고 가야했다.
첫번째 호수에서 빅마운튼이든가 저 돌덩어리들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아서 출발해야 했다.
역시나 이곳 역시 사람 한 명 없는 망망대해에다가
사람들이 걸은 흔적도 잘 보이지 않아 더 막막해졌다.
차우키 패스가 어디냐면
바로 눈으로 보이는 저 봉우리 앞까지 올라가는 거다.
해발 3,341m 능선에서 다섯봉우리를 볼 수 있다는데 생각보다 높았다.
그래도 이왕 산을 오르는 김에 끝까지 올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일행이 가지 않으면 혼자라도 오를 생각이었는데
다행이 일행분도 처음부터 차우키패스까지 가려고 마음먹은 상태여서 함께 동행할 수 있었다.
혼자 간다면 길을 잃기 쉬워서 비추다.
마지막 3-40분이 계곡 능선을 올라가는 가파른 자갈길이라 엄청 힘들다고 한다.
이게 편한 길이라는 걸 믿을 수 없어하면서 눈밭을 건넜다.
호수 너머로 당장 가파른 길은 없었는데 눈이 있으니까
트레킹 난이도가 확 올라갔다.
우선 맵스미에 따르면 이렇게 돌들이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당시에 차우키 피크까지 올라간 후기가 거의 없었는데 딱 하나 있어서 그분꺼를 몇번을 정독하고 갔다.
1시간이면 간다고는 하는데 이게 산 잘타는 사람 기준인 거 같고
길이 순탄치 않다하니 나는 훨씬 더 걸릴듯 했다.
5월 중반 기준. 눈이 점점 더 깊어지기 시작했다.
무릎까지 눈이 오기 시작했다.
푹푹 꺼지는 눈을 느끼며 우리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넘어지기까지 하니 흰 바지는 흙투성이가 되기 시작했다.
눈이 덜 녹은 주타 트레킹은 절대 흰옷은 안되겠다.
눈 아래 강이 숨어있는 함정밭은 이제 예삿일도 아니다.
또다시 눈을 건너다 그 아래 강을 마주해서
신발이 여기서 완전 젖어버렸다.
신발 안쪽에 물이 철퍽철퍽 고일 정도로 제대로 젖어서 소생 불가였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맵스미로도 방향을 잡기가 힘들다.
맵스미가 잡는 방향이 눈으로 보이는 길과 잘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길은 전부 눈밭
하지만 의지가 강력했던 우리는 다 뚫고 갔다.
그런데 점점 방향이 여기가 아닌 거 같은데? 느끼긴 시작할 무렵
일단 블로그에서 봤던 첫번째 이정표인 The Big Rock도착했다.
돌이 눈에 잘 띄어서 여기까지 찾아가긴 쉽다.
이 이후부터가 문제지.
돌들에 표식이 있다고 하는데 눈때문인지 한 번도 못봤다.
눈이 없었어도 길을 잃었을 것 같다. 맵스미를 꼭 깔아오는 걸 추천한다.
핸드폰 보조배터리도 충분히 가져와야한다.
이곳은 데이터도 안 터지기 때문에 길을 잘 잃는데 길을 잃으면 곤란하다.
블로그나 유튜브 후기를 보면 길을 잃은 후기들이 아주 많다.
우리 또한 길을 잃었고 대부분 길을 잃는 것 같다.
길을 잃은 것 같아서 다시 맵스미로 길을 살피다가
부정하고 싶은 사실을 발견했는데
바로 이곳이 우리가 가야하는 길이었다.
현실을 부정하면서 맵스미를 몇번이고 봤지만 맞았다.
그런데 이 이후로는 전부 눈이었고 얼마나 깊은지 가늠조차되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여행 중 포기란 없는데 이건 진짜 안되겠다 싶었다.
수없이 트레킹을 해본 일행이 이 눈은 덜 녹은 눈이라 더 가면 더이상 위험하다고
하산을 결정했고 나 역시 동의하여 우리는 완등을 포기하고 하산을 결정했다.
하산 전 아쉬운 마음에 한 컷 찍었다.
주타 봉우리를 마지막으로 찍고 정말 하산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