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DENIZLI
CLEOPATRA ANTIQUE POOLS
파묵칼레는 지금도 그러하지만, 과거에도 유명세를 치렀던 휴양 도시였다. 앞서 소개한 히에라폴리스는 귀족들이 휴가를 떠나 즐겼다는 도시고, 그 아래의 파묵칼레는 쉼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최적의 장소였다. 그리고 여기 클레오파트라가 온천을 즐겼다는 곳이 있다. 히에라폴리스를 대표하는 고대 수영장인 '앤티크 풀(Antique pool)'이 그곳이다. 파묵칼레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히에라폴리스의 아득한 역사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수영장은 과거에도, 지금에도 이색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안녕 클레오파트라
세상에서 제일
이곳 튀르키예는 이미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여행지가 즐비해 있다.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카파도키아도 그렇고, 성경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에페소도 그렇다. 그리고 여기 파묵칼레는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버킷리스트로 기록되는 곳이다. 그런 파묵칼레는 온천수가 만들어낸 하나의 요새와 같았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온천을 가진
온천으로 태어난 파묵칼레. 그렇다면 튀르키예는 어떤 나라일까. 일단, 유럽 내에서 온천 자원이 가장 풍부한 곳이 바로 튀르키예다. 지열대라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튀르키예는 전국 각지에 1,300여 개 이상의 온천지를 가지고 있다.
파묵칼레는 1,300여 개의 온천 여행지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특히, 고대 클레오파트라는 피부 미용을 위해 이곳 파묵칼레의 앤티크 풀을 자주 들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항상 섭씨 36도의 수온을 유지하는 탄산 온천으로, 풍부한 미네랄 성분은 피부 알레르기와 염증에 탁월하다고 지금도 정평이 나있다. 또한, 앤티크 풀은 2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서기 692년 발생한 지진으로 무너진 히에라폴리스의 유적을 온천수가 덮으면서 고대 도시의 기둥이 잠긴 천연 온천이 형성되었다. 이곳 앤티크 풀은 마치 그리스 로마신화의 신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장소였다.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클레오파트라 7세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는 않다. 출중한 외모를 지녔다는 것, 로마의 위대한 두 영웅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사랑했다는 것. 후에 두 영웅 모두 비극적 종말을 맞이했다는 것. 물론 그런 연유로 클레오파트라는 그녀의 삶보단 그녀가 만났던 남자들의 인생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궁금증은 파묵칼레를 여행하며 커져갔다. 이곳 앤티크 풀은 안토니우스와 여행을 했던 코스라고 하는데 그녀는 그저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여자인 걸까. 아니면 그 이면에 다른 사실들이 있을까. 궁금증은 클레오파트라를 공부하게 만들었다. 클레오파트라 7세는 이집트의 여왕으로 자신의 나라를 지키고 부강하게 만드는데 한평생을 고심하고 보낸 정치가이자 지략가였다고 한다. 물론, 로마의 두 영운은 그녀에게 매우 커다란 영향을 남겼지만, 그녀 또한 그들의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했다. 그녀는 총명한 이집트의 여왕이었고, 그녀에게 가장 우선시 되었던 건 자신의 나라였다.
그런 그녀가 이 천 년도 더 되던 때에 이곳 앤티크 풀을 방문했다. 그때와는 분명 많은 것이 달라졌겠지만, 물은 순환하고, 결국 다시 돌아오기에 이곳 앤티크 풀은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하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앤티크 풀은 개인당 200리라였다. 어떻게 보면 가격이 더 내려간 꼴이다. 4년 전 글을 보았을 때, 이곳 앤티크 풀은 인당 32리라였다. 그때의 환율이 1리라 당 400원꼴이니 12,800원이었다면, 지금은 1리라 당 환율이 40원꼴이기에 8,000원인 셈이다. 앤티크 풀은 튀르키예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와중에 만난 단비와 같았다. 이곳에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 외국인 사이에서 수영을 한다는 게 극 E인 나로서도 생소한 경험이었다. 라커룸에서 보증금으로 30리라를 지출하고, 대충 옷을 집어넣은 뒤, 클레오파트라가 즐겼다는 온천에 몸을 담갔다.
무너진 기둥들을 발판 삼아 수영했던 앤티크 풀. 물 깊이는 최대 2미터가 넘어 보였다. 발이 닿지 않는 구간이 내게도 꽤나 많았다. 따뜻한 물 온도는 수영을 하기에 적합했고, 바닥에 보이는 유적들은 수영하는 내내 즐거운 상상을 하게 했다. 클레오파트라도 이곳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상상을 더욱 즐겁게 했다. 물론, 클레오파트라가 방문한 이후 지진으로 무너진 유적을 유영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클레오파트라가 즐겼던 온천수는 같았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한 시간가량 손이 퉁퉁 부르틀 때까지 유영한 앤티크 풀. 밖에서 간간이 한국인들을 만날 때면 창피한 기분도 조금은 들었지만, 그럼에도 따뜻하고도, 풍요롭게만 느껴지는 온천수를 직접 경험했다는 사실에 오롯이 만족했다.
데니즐리에서 만난 한국 입맛
수영을 마치니 배가 고팠다. 파묵칼레 여행을 모두 마무리한 뒤, 데니즐리 내에서 찾은 식당. 밥이 너무나도 먹고 싶었던 나는 양고기와 고기를 볶은 메뉴 하나를 주문했다. 입에 퍼지는 매콤함과 한국인이 좋아할 식감의 밥까지. 전 날 먹었던 한식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맛있었다. 튀르키예는 대개 허름한 식당들이 맛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도 그러했다. 특히, 한국인 리뷰가 많았는데, 벽에 붙은 '정말 친절하고 맛있는 집, 한국 입맛에 딱, 잃어버린 입맛 찾고 갑니다! 꼭 오세요'라는 멘트를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지인, 하늘 님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파묵칼레 여행을 끝으로 짧았던 데니즐리 여행도 마무리됐다. 다음은 튀르키예 최대의 도시로 불리는 안탈리아다. 렌터카를 타고 떠나는 여행. 안탈리아는 또 다른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