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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有天堂 下有苏抗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
중국에서는 강남지역(쑤저우, 항저우 등)을 천당에 비교될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로 유명하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천당과 비교될까 싶은데 쑤저우를 여행하다보면 그 말을 바로 실감할 수 있다. 청량감으로 가득한 짙은 녹음, 도심 곳곳을 여유롭게 흐르는 운하를 보고 있노라면 잠시 시간이 멈춘 것처럼 평화롭다. 좁고 긴 운하를 사이에 두고 고택들이 늘어선 마을 풍경은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마르코폴로는 쑤저우를 동양의 베니스라 칭송하기도 했다.
쑤저우는 평화로운 도시다. 쑤저우 기차역에 첫 발을 내딛였을 때부터 느껴지는 평온함이 마음에 들었다. 중국의 다른 도시와 달리 웅장한 건축물도 없고 유명한 유적지도 없지만 아담하고 소박한 풍경이어서 더 좋았다. 쑤저우의 매력은 평온함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수많은 선비들도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남은 여생을 조용히 보내기 위해 쑤저우 등 강남지역으로 귀향했다. 그들은 자신의 취향을 담아 정원을 만들고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꿈꿨다. 시를 쓰고, 벗들과 조우했다. 그래서 쑤저우에는 졸정원, 사자림 등 많은 개인 정원들이 남아있다.
정원과 더불어 쑤저우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수향마을이다. 도심 곳곳에 운하가 흐르는 독특한 지형으로 많은 수향마을이 생겨났다. 수향마을은 물가에 마을이 조성되어 있는 마을로 중국 전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그 중 쑤저우, 항저우, 상하이 등 강남 지역이 특히 으뜸이다. 쑤저우만의 몽환적인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수향마을로 여행해보자.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통리고진
통리고진(同里古鎮)는 쑤저우의 대표적인 수향마을로, 천년이상의 역사를 가진 강남 6대 고성 중 한 곳이다.
쑤저우 중심에서 조금 멀지만 4호선 통리행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다(40여분 소요). 통리역에서 통리고진까지는 특별 전기열차가 운행된다.
통리고진은 원래 '부유한 땅'이라는 푸투(畗土)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쑤저우에서 운하를 이용해 무역으로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이들이 모여 만든 마을이었다. 하지만 이름이 너무 세속적이라 해서 북송시절 지금의 '통리'로 바뀌었다.
쑤저우의 부자들은 혼잡한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통리로 이주했다. 현재 통리에 남아있는 대저택들은 대부분 명, 청시대 지어졌다. 통리는 외곽지역이라 상대적으로 전란의 영향을 피할 수 있어 당시 고택 40여 채가 지금까지 온전히 전해져온다. 이 중 퇴사원(退思園)이 유명하다. 직장을 그만둔다는 퇴사가 아닌, 물러나 생각한다는 의미다. 1887년 청나라 광서제 시절 임난생이 부패로 공직에서 물러나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의미로 붙였다.
통리는 15갈래 물줄기로 나뉜 7개의 섬으로 이뤄져있다. 5개의 호수와 55개의 다리가 있을 정도로 넓어 통리마을 전체를 둘러 보고 싶다면 하루를 온전히 할애해야 한다. 하지만 그저 잠시 골목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통리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느끼고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운하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통리의 온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전철역과 통리마을까지 연결되는 전기열차
환상적인 일몰이 내려앉은 통리고진
소박한 골목풍경
좀 더 활기찬 수향마을을 찾는다면
산탕지에와 핑장지에
산탕지에(山塘街)는 쑤저우 도심에 있어 통리보다 가깝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활기찬 수향마을이다. 산탕지에 지하철역에 내리면 바로 마을과 이어진다. 운하를 사이에 두고 양 옆에는 감각적인 카페와 식당들이 즐비해 활기찬 여행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산탕지에 골목골목에는 말린 감 등 다양한 쑤저우의 특산품을 만날 수 있는데, 그 중 쑤저우식 면요리가 유명하다. 쑤저우의 '소(苏)'와 방식의 '식(式)'이 적힌 소식 식당은 여행자들로 항상 북적댄다. 진한 고기육수에 소면처럼 가늘과 끈기없는 면이 특색이다. 내 입맛에는 매콤한 란저우 우육면이나 시안의 방방미엔이 더 맛있지만 한번쯤 강남 스타일 면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들러볼 만 하다.
쑤저우식 면요리
명나라 시절 쑤저우에는 중소형 가내수공업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16세기에는 은이 넘쳐나며 막대한 자본이 모여들었다. 당시 전세계 은의 절반 가량이 쑤저우에 흘러들었다고 할 정도였다. 쑤저우 중심지인 산탕지에에는 실크 공장들이 즐비해 실크단지가 형성됐다. 상거래로 축적된 은은 쑤저우의 운하를 타고 베이징으로 향했다. 그 당시 운하길은 지금은 폐쇄되었지만 현재 중국 정부는 항저우와 쑤저우, 베이징을 잇는 장장 1800km의 수로를 복구중이다.
수향마을의 매력은 해가 지면 더해진다. 구불구불 운하를 천천히 달리는 나룻배들, 고택을 밝히는 붉은 등, 백열등 불빛 아래서 도란도란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풍경은 평화롭고 여유롭다. 달빛을 그대로 머금은 반짝이는 운하 물결은 야경의 운치를 더한다.
산탕지에와 함께 야경 명소인 또 다른 수향마을은 핑장지에(平江路)다. 핑장지에는 쇼핑몰이 밀집되어 있는 관첸가와 연결되어 있어 특히 젊은이들로 북적댄다. 수많은 맛집과 카페, 기념품숍이 즐비하여 쑤저우의 밤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산탕지에 입구
핑장지에 주변 근사한 카페
핑장지에 야경
쑤저우는 베이징이나 상하이처럼 화려함도 없고, 시안이나 청두처럼 역사적인 유적지도 많이 없다. 하지만 쑤저우는 다른 곳이 흉내낼 수 없는 쑤저우만의 색채가 있다. 쑤저우는 보통 항저우 여행에서 당일치기로 잠시 둘러보고 떠나는 여행지였지만, 쑤저우의 색채를 느끼려면 최소한 하룻밤은 머물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