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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복잡한 일상 속에서 휴식을 찾고 싶을 때 찾는 곳.
치앙마이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다시 이곳을 찾게 만들다
여행을 하려고 결심할 때나 여행지를 결정할 때, 우리는 이전에 했던 여행들을 다시 짚어보곤 한다. 여행 당시에 주었던 영감과 분위기가 그리워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이 있다면 다시 찾아갈 이유는 충분하다. 10월 초에 이어지는 징검다리 휴가를 위해 우리가 생각한 여행지는 6년 전에 여행했던 태국의 '치앙마이'였다.
그 당시 치앙마이를 여행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직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태국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무조건 도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콕'이나 휴양과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푸껫',' 파타야'만 거론되는 것이 식상했다. 때마침 디지털 노마드들이 즐겨 찾는 도시로 치앙마이가 주목 받고 있었다. 지금은 흔해졌지만, '한 달 살기'로 여행하기 좋은 여행지가 하나둘씩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는 중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치앙마이를 여행했다. 한 달은 아니지만, 10일 동안 지내면서 이곳이 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를 탐구했다.
우리가 마주한 치앙마이는 이곳을 여행한 사람들이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장점들을 잘 느낄 수 있는 도시였다. 사원이 곳곳에 있어 차분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평온한 휴식을 원하면 언제든 누릴 수 있었다. 밤늦게 이어지는 야시장에서 치안을 걱정할 필요가 없이 즐길 수 있었다.
태국 사람들 대부분은 친절하지만, 치앙마이 사람들은 더더욱 친절하고 따뜻하게 우리를 대했다. 무엇보다 치앙마이는 저렴한 물가가 가장 큰 장점이었다. 치앙마이에 있으면서 자꾸 한국 물가와 비교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덕분에 마음 편하게, 풍족하게 여행을 누렸다.
여행을 마치고 나서 가끔씩 치앙마이를 떠올렸다. 일상의 스트레스가 커질 때마다, 평온함이 가득했던 그곳의 풍경이 아른거렸다. 치앙마이 사람들의 친절한 웃음과 나긋한 태국어가 그리웠다. 야시장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아침 시장도 다시 가보고 싶었다. 치앙마이에서 그렇게 특별한 일정이 없었음에도, 그 소박한 여행이 이끄는 매력이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치앙마이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아쉬움도 함께 떠올랐다. 치앙마이는 빈티지가 유명하다는 리뷰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가게 위주로 찾아갔던 일이 가장 후회로 남았다. 사진으로 찍으면 예뻤지만, 우리 취향은 아니었다. 오래된 물건이 모여있어 먼지 냄새가 풀풀 나는 공간에서 난감했던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나중에 님만해민에 머무르며 여러 쇼핑몰을 다녀본 결과, 우리는 빈티지 제품보다는 현지 디자이너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제품들을 훨씬 좋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빈티지 가게들을 둘러본 시간은 아까웠지만 가보지 않았다면 그 또한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의 성향을 알 수 있었으니,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치앙마이에 오래 머물 거면 일정에 근교 여행도 필수로 넣어야 한다는 조언에 매림에 있는 리조트에 묵었던 것도 무척 아쉬움으로 남았다. 리조트 자체는 좋았지만, 지내면서 점차 휴양보다 편집숍 쇼핑이나 카페를 들르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지난 여행에서는 치앙마이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다시 치앙마이를 여행하게 된 것은 치앙마이에 대한 그리움보다 아쉬움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찾은 치앙마이는 우리의 생각 그대로 변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번 여행에서 사원을 두루 다녔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는 최대한 사원 관광은 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길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곳곳에서 주황색 승복을 입은 스님을 보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또한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거리를 다니는 개와 고양이들이 모두 목줄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대로 놔뒀으면 떠돌이 생활을 했을 동물들을 거둬서 키우는 사람들을 보며 생명을 중시하는 불교 교리가 일상에도 함께 하고 있음을 느꼈다. 치앙마이 사람들이 친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을 통해 치앙마이의 진정한 매력은 아침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여행에서는 야시장을 꼭 가봐야 한다는 리뷰가 많아서 그대로 따랐고, 즐거운 밤 시간을 즐기느라 다음날에는 어김없이 늦잠을 잤다. 그나마 이른 시간에 우리의 눈이 떠있었던 적은 주말에 열리는 아침 시장에 가보겠다고 새벽에 억지로 일어났던 것이 전부다. 물론, 치앙마이의 밤은 여느 태국 도시와 마찬가지로 활발하다. 그래서 동남아 여행은 밤부터 진가를 발휘한다고 여겼었다.
여행을 다녀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가 갔었던 주말의 아침 시장과 같은 시장들이 치앙마이 곳곳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알아보니 치앙마이 사람들은 모였다 하면 시장을 여는 것 같았다. 현지인들이 가는 아침 시장은 꽤나 다양했고, 같은 곳에서 아침 시장과 야시장을 함께 여는 경우도 있었다. 야시장이 관광객을 위한 자리라면, 아침의 시장은 현지인들이 생활을 꾸리기 위해 찾는 자리였다. 뒤늦게 치앙마이의 아침을 알게 되면서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일찍 일어나 이곳 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했다.
낮에는 더워서, 햇볕이 강렬해서 하지 못했던 산책을 즐기며 아침을 맞이하여 열린 시장을 둘러보았다. 신선한 채소들은 물론이고 이곳 사람들의 밥상을 책임지는 각종 반찬, 국 등이 매대에 펼쳐져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일찍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서서히 파장 분위기를 맞고 있는 시장의 풍경을 보며 치앙마이 사람들의 부지런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 여행 보다 치앙마이 사람들의 일상에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시장과 거리 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새 허기가 졌다. 시장을 지나 올드타운을 감싸고 있는 해자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샌가 미슐랭 가이드에 여러 번 올라 유명해진 카오 소이 맛집을 만나게 된다. 마치 사원처럼, 치앙마이에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현지 맛집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렇기에 의도하지 않아도 맛집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현지 사람만큼이나 부지런한 관광객들 덕분에 맛집에는 줄이 길었다. 한국이었다면 다른 집을 찾았겠지만, 치앙마이라면 충분히 기다릴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 차례가 왔고 다른 사람들이 주문한 것을 참고해 눈치껏 주문을 넣었다. 기다렸던 것만큼이나 빠르게 쌀국수가 나왔다.
기대한 만큼 국수는 맛있었다. 국물 한 입, 국수 한 입에 감탄하며 부지런히 쌀국수를 입에 넣다 보면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거린다. 땀이 나도,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는 그동안 부족하다 여겼던 여행의 아쉬움이 채워졌기 때문이다.
쌀국수를 다 먹고 나면 어김없이 카페를 들러 시간을 보내거나 현지 디자이너들의 작품으로 꾸며진 편집숍을 쇼핑했다. 지난번 여행에서도 느꼈지만, 매일 우리는 이곳에서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내내 평온하고 행복했으며 재밌었다. 사실 좋은 여행은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살아보듯 여행하는 것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치앙마이는 최적의 여행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