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구역마다 동네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
정말 무식해서 용감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그땐, 계절이 여름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시도해 보지 않는 것을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걸었던 천변길. 청계광장을 시작으로 왕십리 쪽에서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고개를 좌우로 흔들 일이다.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이 남아있는 곳. 이후. 땀에 절어있어 대중교통도 눈치를 겨우 보며 탔던 것 같은데, 그때의 무모함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개인적으로 청계천은 우리내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라 표현하고 싶다. 그 시작은 광화문광장과 마찬가지로, 꽤나 오래 됐지만,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았기에 말이다. 광장 쪽 초입은 물론 갈수록 변화하는 동네의 모습과 물 속에 잠겨있는 조선 초기 석조물의 형태. 생각보다 이곳은 다채로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감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광화문광장 보다도 말이다.
1. 청계천
지금 와서 생각해도 이 날은 날씨가 참 좋았다. 평소, 다른 일정이 없다면 명동에 자리한 카페를 찾곤 하는데, 이 날은 청계천 쪽에 자리한 카페를 아침 일찍부터 찾았다. 노트북을 펼친 뒤, 오전 중에 예정된 작업을 마무리 지었고, 대중교통보다는 주변을 걸어보기로 했다. 청계천 구획 중,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청계광장 주변에서 광교 사거리까지. 이곳은, 특히, 타종행사가 있을 때도 행사가 진행되는 곳인데, 주변 밤 풍경을 밝히는 모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특히, 청계천의 봄과 가을, 요즘 정말 문전성시를 이룬다. 1년 365일 주변 직장인들의 산책로로 활용되는 것을 제외하고, 낮과 밤에 이곳을 찾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를 꿰차고 앉아 낭만 넘치는 가을밤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근, 카페가 있던 곳에 치킨집이 들어서면서, 지나가던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나도 지인들과 몇 번 다녀오니 꽤나 분위기가 좋았다. 사람들이 왜 테라스 자리를 굳이 고집하는 지도 공감이 되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무한한 관심을 유발하는 것은 청계천 따라 기다랗게 담긴 행차도의 모습이다. 더불어 청계천 안에는 과거 덕수궁 정동 주변에 조성됐던 조선 초기 석상들이 이곳에 잠겨 있는데, 그 이야기 또한 흥미롭다. 평소, 신덕왕후와 사이가 좋지 못했던 이방원은 태종으로 즉위하면서, 정릉의 위치를 현재 성북구의 위치로 옮기게 했다. 이후, 당시 정동 주변을 조성했던 석조물을 청계천 다리 복원 공사에 쓰였다고 하는데, 덕분에 그 모습은 현재까지 남아 중요한 자료로 남아있다 전한다.
별다른 인식을 하지 못한 채, 이곳이 고스란히 콘크리트로 덮이면서, 재개발이 이뤄지기 전까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것도 크게 한 몫 한 것 같다며, 입을 모아 얘기하곤 한다. 한 때, 이것이 궁금해 직접 찾아보고자 청계천 주변을 이잡듯이 뒤진적이 있지만, 고궁 주변에서 가이드 하시는 분들께 들어만 봤을 뿐, 눈으로 직접 확인하진 못했다. 지금 가면 그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 조선왕릉들도 많이 다녀봤기에, 비교하며 바라보면 참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 구역
반대로 걸어오기 시작한 뒤, 이곳에 가까워 질 때 마다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진다. 특히, 광교에서 바라보는 청계천의 모습은 항상 사람들의 모습으로 붐비는데, 덩달아 이곳의 명물도 같이 볼 수 있다. 청계천은 물이 참 맑다. 가만히 앉아 물 속을 바라보면, 물고기들이 정신없이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걸 사냥하는 녀석이 존재하니, 바로 학이다. 유유히 날아와 주변을 배회하는 녀석은 종종 물고기를 사냥하곤 하는데, 숨 죽여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사냥의 성공과 함께 탄성과 박수가 절로 나온다.
자연에서는 일상과도 같은 모습이 이곳에선 아주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그 모습을 담고 사무실로 돌아가며 나눈 대화가 점심시간의 활력으로 작용하기도 했으며, 퇴근 후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 주제로 등장하기도 한다. 익숙한 곳에서의 낯선 만남. 콘크리트 정글에서 자연을 품은 이곳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현재 정말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유혹하고 있다. 지금이 딱 이곳을 만끽할 수 있는 시점 그 자체이고 말이다.
특히, 이곳은 서울에서 야경이 빼어난 곳으로 지정된 곳이다. 청계광장에서 종각역 주변을 서성이다보면, 포인트를 찾을 수 있는데, 주간도 좋지만 반드시 해가 완전히 떨어진 시간 이후에 방문해보자. 그 시점이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라면 더 좋은데, 낭만이 가득 담긴 서울의 밤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으론 블루보틀 그리고 따뜻한 곳에서 주변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곳도 차고 넘치니, 하루의 방점을 이곳에서 찍어보는 것도 참 괜찮다.
많이 걸을 필요는 없다. 만약 시간이 허락한다면, 을지로에서 부터 청계천박물관이 있는 곳 까지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 처럼, 동네마다 바뀌는 분위기를 고스란히 목도할 수 있을텐데, 번화가 부터 주거공간까지. 그 자체로, 서울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수 있을테다. 나도 그곳을 거닐며 이곳이 내가 알던 청계천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 주변으로 출사를 나갈 때 마다 일부러 찾아가곤 한다.
날 좋은 날에 보냈던 청계천에서의 시간. 광화문과도 가까워, 종종 이곳에서 약속을 잡곤 하는데, 찾아갈 때 마다 서울의 축소판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곳이다.
그래서 참 이곳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쭉 그럴테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