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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PORO
OTARU
오타루는 세트장 같은 곳이었다. 거리의 불빛, 온도, 도시가 주는 분위기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과도 같았다. 이런 감정을 교토에서도 느꼈던 것 같은데, 교토와는 또 달랐다. 차가운 온도와 걸맞은 따뜻한 도시가 커다란 대비로 다가오며 이곳 오타루를 영화처럼 만들었으니까.
스시 거리에서 점심 식사를 마무리하고, 오타루 거리에 나왔다. 거리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일본 건축의 한 획을 그은 '다쓰노 긴고'가 지은 '구 일본 은행 박물관'이었다. 1912년도에 지은 건물이라고 하기엔 세련되었지만, 일제강점기가 시작될 무렵의 건물이란 사실에 약간의 짜증이 조금 섞였다. 그도 그럴 것이 1912년 한국은행 또한 다쓰노 긴코가 설계한 좌우대칭, 고전적 석조 양식을 따라지었으니까.
석조 건물들을 따라 바다가 있는 운하로 걸음을 향했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난바다 매립 방식으로 만들어져 완만하게 구부러진 것이 특징인 오타루 운하. 운하는 1,140미터의 길이로 1923년에 완성되었다. 1945년 일본의 패망 후, 오타루 부두가 정비되며 수로로서의 역할은 끝났고, 1966년 오타루 시내의 교통 정체를 완화하기 위해 운하는 도로로 매립되었고 1986년 운하의 폭은 절반이 줄어 나머지는 도로가 되고, 산책로가 되어 오타루시의 관광지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의 운하는 1986년 공사를 통해 남은 수로로 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에서 인증샷을 남기기 시작하며 인기 여행지가 되었다.
이곳 오타루 운하를 즐기는 방법은 총 세 가지가 존재했다. 첫 번째는 운하 왼편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운하를 유영하는 크루즈를 타는 것이었다. 또 마지막 하나는 따뜻한 실내 운하 플라자에서 다양한 굿즈들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운하를 구경하다 갑자기 내리는 폭설에 잠시 플라자로 피신했는데, 그곳 또한 볼거리가 많았다. 내부에는 현대 미술관이 있어 다양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고, 플라자에는 다양한 굿즈를 판매해 선물을 사기에 용이했다. 귀여운 흰머리 오목눈이 굿즈도 있었고, 이곳 오타루의 마스코트로 보이는 수달 굿즈도 많았다. 구경거리가 많았던 오타루 플라자는 추운 겨울 잠시 피신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운하 플라자에서 시간을 보내 다시 운하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함박눈, 푸른색 물감과 초록색 물감을 섞어 푼듯한 운하의 바다는 오타루의 겨울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수많은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사진을 찍는 모습을 구경하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오타루 운하에서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스시 거리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오르골당을 가기 위해. 오르골당을 가는 길은 평범한 일본의 작은 소도시 풍경과 닮아있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낮은 건물들, 창 사이로 삐져나오는 주황 불빛은 영화, 애니메이션에서 만난 풍경과도 같았다. 일본의 소도시를 천천히 걸으며 미끄러지지 않게 총총걸음으로 가는 우리의 모습은 겨울날 떼 지어 걷는 펭귄과도 같았다. 천천히 걸으니 가게를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어떤 가게는 스시를 팔고 있었고(얼마나 인기가 많았으면 한국어 메뉴판이 있다.), 또 어떤 가게에는 아기자기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오르골당을 가는 길, 만난 가장 기억에 남는 가게는 유리 공예품을 파는 곳이었다. 와인 잔부터 시작해 다양한 식기를 판매하던 그곳엔 마음에 드는 잔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다양하고, 화려한 패턴, 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갖고 싶은 잔들이 눈에 담겼다. 물론, 아름다운 만큼 금액은 아름답지 못했다. 당연한 거겠지만, 사고 싶은 마음에 비해 금액은 너무나도 비쌌다. 다음에 더 성공해서 다시 한번 이곳을 오겠노라 다짐하며 다시 오르골당을 향했다.
여러 가게, 다양한 물건에 눈길을 여러 번 뺏기다 보니 어느새 오르골당에 도착했다. 횡단보도 건너편, 연기를 뿜는 높은 시계탑은 이곳이 오르골당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해리포터가 연상되는 풍경. 오타루는 오르골이 유명하다고 했는데, 얼마나 유명한지 궁금해졌다.
오르골당은 북해도뿐만 아니라 일본 전 지역에 있는 오르골 가게였다. 그중 본점은 1902년 지어진 3층 높이의 건물에 있었다. 박물관이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리는 오르골당. 이곳엔 2만 5천 개가 넘는 오르골 컬렉션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는 오르골. 얼마 전, 누군가에게 오르골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도, 오르골에서 나오는 멜로디는 마음을 녹였고, 꽤나 기뻤다. 오르골은 보는 즐거움과 듣는 행복감으로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 오르골당 곳곳에서 들려오는 멜로디. 다양한 소리들이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었다. 사랑스럽고도 따스했던 오르골당. 내부 곳곳엔 볼거리로 가득했다.
오르골당에는 호시절 경험했던 대관람차와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는 겨울용 오르골, 다양한 캐릭터와 함께 OST 음악을 포함하고 있는 오르골, 일본 하면 떠오르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토토로와 캘시퍼 오르골까지 눈을 반짝이게 하는 물건들이 많았다. 또 2층에는 값비싼 오르골들이 많았다 최소 몇 천만 원은 되는 오르골들이 즐비해 있는 오르골당. 3층 건물을 빼곡히 채우는 오르골은 겨울을 따뜻하게 했다. 나는 이곳에서 피겨 스케이트를 타는 소녀 오르골을 전에 오르골을 선물해 준 사람에게 주기 위해 구매했다.
오르골당에 나와 다시 어둑해진 운하로 돌아왔다. 주차된 차를 정산하고, 다시금 삿포로로 향하는 시간. 오타루는 영화와 같은 풍경을 하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세트장과도 같았던 오타루. 이곳은 내게 지브리와 같은 세트장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다양한 풍경을 갖고 있는 홋카이도. 오타루는 자신만의 특색으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