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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여행기 작성

| 물랑루즈/몽마르트 언덕 가는 법
파리 몽마르트 언덕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걷거나 버스를 탈수도 있고 푸니쿨라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하철 Abbesses역에서 내려 사랑해 벽을 보고 테르트르 광장을 지나 사크레 쾨르 대성당으로 간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영화 물랑루즈를 보며 선망해왔기 때문에 물랑루즈를 보고가기 위해 물랑루즈에서 가장 가까운 Blanche역에서 내렸다. 물랑루즈는 Blanche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인다. 가면 진짜 볼 것도 없고 너무 별볼일 없어서 허무할 지도 모른다는 신랑의 반대에도 굳이 우겨서 간 이유는, 별게 없을 줄 알면서도 늘 안 가는 것보다 가서 허무함을 느끼고 돌아오는 편이 후회가 없었다.
낮에 와서 그런 걸까? 아님 하늘에 구름이 많이 끼어서 그런 걸까. 어렸을 적 동네에 있던 아직 안 망한 극장이나 카페 같기도 했다. 신랑이 왜 그렇게까지 말렸는 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장 우측에 티켓 판매소가 있고, 내부에는 아무도 안 살 것 같은 형편없는 굿즈같은 것도 팔았다. 도대체 왜 굿즈에 신경쓰지 않는걸까? 나 같은 영화팬이라면 공연은 보지 않더라도 예쁜 굿즈정도는 무조건 사가려고 할텐데.. 도저히 사고 싶은 게 없었다. 예뻐도 짐이 될까봐 고민하게 되는 게 굿즈인데.. 아쉽다. 사실은 공연도 꼭 한번 관람해보리 다짐했었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제법 비쌌고 일정상 패스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생각해보면 늘 비용이 부담되서 주저했던 것들이 후회로 남는다. 아.. 그냥 조금 무리해서라도 공연 보고 오는 건데..
디저트의 나라, 미식의 나라, 프랑스답게 길을 걷다 보면 빵집이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빵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조차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서서 한참을 쇼윈도우 앞에서 서성이게 만든다.
아는 맛도, 모르는 맛도, 한 입만 먹어보고 싶게 만든다. 마침, 딱 한입만 먹어보고 싶은 커다란 빵을 먹고 싶은 만큼만 떼어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버린 탓에 그냥 지나치기도 어렵다. 그렇게 결국은 무언가를 기어이 종이백에 넣고 나오게 된다. 하하
파리 북부에 위치한 해발 약 130m의 언덕으로 아름다운 전경과 깊은 예술적 역사로 유명한 몽마르트 언덕은 과거 수많은 예술가들이 모여든 창작의 중심지였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빈센트 반 고흐, 피카소,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모딜리아니, 마티스, 달리 등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입체주의 등 다양한 예술 운동의 태동지였던 만큼 몽마르트를 걷는 것 자체가 예술을 경험하는 기분이다.
마르셀 에메 광장(Place Marcel Aymé)에 있는 벽을 통과하는 사나이 (Le Passe-Muraille)
벽을 뚫고 나오는 남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 이 작품은 어느 날 벽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과의 만남 후 실수로 벽 속에 갇히게 된다는 내용인 프랑스 작가 마르셀 에메 (Marcel Aymé)의 동명 소설, 벽을 통과하는 사나이(Le Passe-Muraille)에서 영감을 받아 프랑스의 유명한 배우이자 조각가인 장 마레(Jean Marais)의 작품이다.
조각의 손을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조각의 손을 만지며 소원을 빌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자가 벽을 통과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던 것처럼, 그의 손을 만지면 자신의 삶에서도 어려운 벽을 넘는 용기와 기회가 찾아온다고 생각하는 걸까. 조각의 손 부분이 금속 광택처럼 반짝이며 닳아 있다.
단순한 언덕이 아니라 프랑스 예술의 심장부였던 만큼 예술가들이 살았던 집과 그들이 남긴 흔적은 여전히 이곳에 남아 숨 쉬고 있다. 언덕을 따라 걸으며 고흐가 동생 테오와 함께 살았던 아파트, 모딜리아니, 후안 그리스, 막스 자코브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함께 거주하며 교류했던 피카소의 아틀리에, 살바도르 달리의 작업실과 같은 전통적인 파리지앵 아파트와 작은 카페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뭔가 현대적인 것 같으면서도, 역사가 있을 것 같고, 전통 있는 곳인가 싶다가도 그냥 동네 오래된 경양식집 같기도 하고.. 그래도 여기가 파리라 그런지 어쩐지 낭만적으로 보였다. 사대주의라기 보단 그냥 판타지에 가까운 낭만이랄까.
우리나라로 따지면 윤동주와 이중섭이 살던 서촌같은 느낌일까. 당시 몽마르트는파리의 번화함과 시골의 전원적인 풍경이 공존하는 곳이었고 고흐는 특히 언덕 위의 풍차와 포도밭, 그리고 탁 트인 스카이라인에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고흐가 살던 집은 현재 일반 주거지로 사용되어 외부에서 간판과 기념 명판을 통해 그 흔적만 확인할 수 있다. 파리의 전형적인 임대 아파트로 좁고 검소한 공간이지만 ‘르픽 거리의 풍경’ 같은 작품에서 언덕 아래로 내려가면 카페, 바,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즐비한 활기찬 거리였음을 예측해볼 수 있다. 프랑스어가 서툴고 내성적이던 고흐는 외로움도 많이 느끼고 정신적으로도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는데 동생 테오의 도움으로 인상주의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밝고 생생한 색채로 전환해 나갔다고 한다. 결국 파리의 복잡한 사회적 분위기와 경쟁 속에서 후일 아를(Arles)로 떠나는 계기가 되었지만.
에스파냐 출신의 초현실주의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의 창의력 넘치는 300여 개의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달리 미술관은 테르트르 광장 옆에 있다. 상대적으로 아담한 크기지만 집중적인 전시 구성으로 스스로 천재라고 부르며 생전 많은 인기를 얻고 명예와 성공을 동시에 거머쥔 천재 예술가 달리의 작품 철학은 물론 그의 일대기까지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