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izang Asian Culture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살아가는 타나 토라자

Tana Toraja - part 1

인도네시아 > 사우스술라웨시 > Tana Toraja

by ssabal 2019-06-11 조회 178 5

인도네시아 고산에 살고 있는 토라자 부족의 내세관과 독특한 장례문화(전편)

인간이 사회를 이루어 살면서, 인간의 죽음은 단순한 생물학적인 소멸을 넘어 인간다움을 지닌 죽음으로, 특별한 의식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저마다의 사회는 지향하는 종교적 의식을 토대로 독특한 장례 문화를 지니게 된다.

 

가령, 한 아들이 있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뒷방에 모셔두고 아침마다 식사와 물을 드리면서 문안인사를 하고,

아직 장례를 치룬 것이 아니므로 아버지는 돌아가신 게 아니라 환자일 뿐이라고 얘기한다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아마도 SNS는 난리가 나고, 세상사람 모두 정신병자 취급을 하며 돌팔매질을 할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그것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가 있다면,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곳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곳, 인도네시아의 작은 마을 타나 토라자가 그런 곳이다.

 

다락논이 펼쳐진 그곳은 전형적인 산골마을이었다.

 

햇살을 피해 아이들은 물을 댄 논에서 뒹글고 있었고

심술궂은 물소 한마리가 남의 논에 침입해서 벼를 짓밟고   

소녀는 그 소를 찾으러 돌아다니고 있었고.

 

전통의상을 입은 학생들은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상대로 공연을 하고 있었다.

 

토라잔(Torajan)은 남부 슬라웨시(Sulawesi)에 흩어져 살고 있는 토라자 부족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다.

토라잔들에게 전해져오는 말에 의하면 25 세대 전에 남서쪽에 위치한 퐁코(Pongko)섬에서 바다를 건너 이주해 왔다고 한다.

대부분의 토라잔은 농사일을 하지만 청향이나 커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도 점차 눈을 돌려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자카르타에서 항공으로 마카사르(Makassar)에 도착하여 하루를 쉬고 다음날 침대 버스로 야간이동을 하여 타나 토라자에 도착했다.

 

 

 

 

토라잔들은 지붕이 배 모형인 이층 목조주택 통고난(Tongkonan) 에서 생활한다. 그들은 선조들이 배를 타고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이처럼 집을 짓는다고 했다.  그리고 집 앞에는 부를 상징하는 소머리뼈를 장식을 하고, 벽면에다가는 그들의 종교적 색이라는 흰색, 붉은색, 노란색, 검은색으로 기하학적 문양이나 동물을 모티브로 작품을 새겨 놓았다.

 

 

 

 

통고난의 1층은 여느 동남아에서 볼 수 있듯이 짐승들로부터 위협과 가축을 키우는 공간으로

2층은 생활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올라설 수 없을정도로 비좁은 계단을 올라 이층으로 들어섰다.

단촐하고 소박한 부엌이 있었고, 방이라고 부를 만한 공간이 세 칸 있었다. 

 

토라자 부족들은 전통적으로 호화로운 장례식을 치르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장례식 비용이 들어간다.

그래서 망자는 환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몇 달에서 심지어 몇 년 동안이나 관에 들어간 상태로

이곳에서 산자들과 함께 살면서 저승 갈 날을 기다리게 된다.

실내는 습했다. 어디선가 쾌쾌한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망자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일까.

이방인은 더 이상 둘러보지 않는다. 집안으로 스며드는 햇살만 바라보다 휑하니 내려왔다.

 

바투 레모(Batu Lemo)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소개시켜 준 가이드는 동네 토박이 청년으로 영어도, 일처리도 능숙했다.

그는 토라잔들의 민속촌이랄 수 있는 케테 케슈(Kete Kesu)의 통고난 하우스를 거쳐

거대한 암벽에 자리잡은 암장터 바투 레모(Batu Lemo),  절로 숙연해지는 애기 무덤인 수목장(baby Grave). 민낯을 들어낸 유골의 잔해가 난잡하게 펼쳐져 있는 동장터 탐팡 알로(Tampang allo) 동굴을 차례로 보여 주었다.

토라잔들의 생활 근거지 주변은 사실상 모두 무덤이었다.

흙속에 있지 않고 땅 위로 올라오니,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이제사 보이는 것 같다.  

 

 

 

암벽에 설치한 현관장

 

 

 

탐팡 알로 동굴 안 무덤들. 선관장이며 동굴에 안치한 동장이다.

 

 

중국의 유명한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 백과사전에서는 현관장(懸棺葬) 장례 풍습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현관장은 관을 높은 곳에 매달아 장례를 모신다, 는 의미이지만 절벽에 안치하는 애장(崖葬), 관이 배 모양을 띄고 있는 선관장(船棺葬)’, 동굴에 안치하는 동장(洞葬)도 넓은 의미에서 현관장이다.

이러한 매장 풍속은 고대 중국의 소수민족들이,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절벽이나 고산의 동굴이, 영혼이 쉴 수 있는 최고의 안식처라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이곳 동굴 속 목관은 중국 구이저우성 묘족의 선관장과 아주 흡사했다 판박이처럼 똑같았다.

그렇다면 배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 이들의 선조에 선조는 묘족이 아니었을까. 잠시 상상을 해봤다.

 

 

아기의 시신은 나무를 파고 그 안에 넣는다.

 

그런데 중국의 묘족 현관장과 토라잔의 현관장에는 다른 점이 딱 하나가 있다.

묘족의 무덤 앞에는 따우따우(Tau Tau)라는 모형인형이 없다.

토라잔들은 잭푸르트(jackfruit) 나무로 만든 모형인형을 매장한 무덤 앞에 설치한다.

모형인형은 망자를 묘사하고 있지만 아주 정교하지는 않다. 그저 나이와 성별을 구별할 정도였다.

하지만 생전의 의복을 걸치고 있는 탓에 아주 흡사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따우따우를 만들었을까?

묘비명 대신 인형을 만든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따우따우의 의미가 ‘living’일 리가 없지 않은가.

이곳에 죽은 자가 살고 있다, 라는 표식이라는 말인데. 

우리말로 풀어서 표현하자면 '이곳에 귀신이 산다' 는 얘기다.

아마도 토라잔들은 망자들이 좋은 곳에 가기를 바라며 성대한 장례식을 치루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곳에 머물러 자신들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잠시 딴생각을 하고 따우따우를 쳐다보니 조금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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